"나 요즘 갱년기인가봐. 만사 모든게 짜증나."
언니에게 하소연을 했습니다.
"나는 갱년기되니 무기력하던데 너는 화가나니? 그래도 힘이 있네. 화를 낼."
갱년기가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괜히 짜증이 나고 예민해지는 것 같습니다.
사람 기분을 이리 저리 흔들어 대는 걸 보니 좋은 녀석은 아닌 것 같아요.
그런데 오늘 선생님들과 회식을 하러 갔거든요.
굉장히 피곤한 상태에서 가서 내심 괜찮을까 걱정을 했는데요.
음식점에 들어가자 그 걱정이 눈녹듯 사라졌습니다.
파스타집이었거든요.
주문한 음식이 나오는데 토마토 파스타에 오일 파스타. 피자와 리조또까지
그야말로 탄수화물 폭탄입니다.
'나 식단관리 해야하는데 이 탄수화물을 어쩔꺼야.'
얼마전에 건강검진을 받았습니다. 결과야 매년 안좋게 나오는게 뻔하지요.
매해마다 조금씩 나빠집니다.
고지혈증도 있고 나쁜 콜레스테롤은 많고 좋은 콜레스테롤은 적습니다.
게다가 눈도 나빠지고 청력도 떨어지고 골다공증에 뭐에 뭐에.
다 읽기도 버거울 만큼 몸이 안 좋아지는 걸 수치로 정확히 알 수 있지요.
그런데 이번엔 더 기함할 결과가 나왔습니다.
혈당 수치가 높아 당뇨전단계라는 겁니다.
올해 상반기에 글을 쓴다는 이유로 먹어댄 데 원인이 있는듯 했습니다.
글을 쓰고 나면 유난히 단 음식이 땡깁니다. 유기농이라고 하는 캔디나 젤리를 수시로 먹었습니다. 떡볶이를 좋아하는 딸 덕분에 떡볶이를 먹었고 남은 국물에 밥까지 볶아 먹었지요.
단짠의 정석인 볶음밥을 먹으며 이러면 안되는데 하면서 치즈까지 추가했습니다. 입안에서 맴도는 짭쪼롭하고 고소한 그맛은 너무나 매력적이어서 매주 떡볶이 집을 찾아가서 먹었지요.
떡볶이 부페에도 가서 각종 튀김까지 섭렵했지요.
그결과였나봅니다. 안그래도 엄마가 당뇨라서 조심해야 하는데요.
당뇨전단계라고 하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검사결과가 나온 날부터 식단관리를 했습니다.
아침엔 빈속에 abc쥬스를 갈아먹고 간식도 생야채칩으로 바꿨습니다.
점심시간엔 학교 식당에서 밥을 식판에 담지 않았구요. 저녁은 닭가슴살에 양배추나 김치를 먹었습니다. 그야말로 탄수화물을 배제한 식단이었지요. 그렇더라도 탄수화물이 어딘가에 있을 것이기에 일부러 피하고자 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얼마만의 탄수화물의 향연인가요.
회식에서 나는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습니다.
근무하며 아이들과 실랑이 하느라 진이 빠진 선생님들은 모두 탄수화물의 매력에 빠져
폭풍흡입을 했더랬죠.
그런데 이상했습니다. 회식 갈때만 해도 예민하고 피곤하다고 느꼈던 기분이 순식간에 달라졌습니다. 느슨하게 눈이 풀리고 바지 지퍼도 풀리면서 마음도 풀린 모양입니다. 모든 세상이 아름다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얼마전부터 짜증 가득했던 내 마음에 미소만이 맴돌았습니다.
'내가 갱년기라서 짜증이 난게 아니었구나. 탄수화물을 안 먹어서 예민했던 거였어.'
그제야 나는 짜증의 근원지를 찾을 수 있었지요.
그나저나 걱정입니다. 원인을 알았으니 해결을 해야할텐데요.
몸은 점점 안좋아지고 식단 조절은 해야합니다. 갱년기가 오면 배만 뽈록 튀어나온다고 할만큼 순환이 안되서 살이 찌니까요. 그런데 골고루 먹지 않으면 에너지가 부족해서 짜증이 날테니까요. 이걸 도대체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건강을 잡고 체력을 생각하자니 짜증이 울고 탄수화물이 내려주는 은총을 받자니 몸이 안좋아지는 갱년기의 굴레에 빠져버린 기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