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여름은 특수교육의 퇴보의 해였습니다.
주호민이 특수교사를 고발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특수교육에 대한 국민들의 생각이 여실히 드러났지요. 물론 통합교육의 가치를 알아주고 그럼에도 방향성을 제시하는 댓글도 있었지만요. 그에 반해 원초적으로 장애인에 대한 비하 발언을 서슴치 않는 댓글글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같은 특수교사로서 주호민 사건을 댓글을 읽으며 마음이 참 많이 아팠습니다. 누구의 잘못을 떠나 "장애인은 특수학교에서 교육해야 한다. 장애인은 장애인끼리 살아야한다. 장애인은 민폐만 끼치는 존재다."라는 댓글은 참 쓰렸습니다. 20여년 넘게 특수교사로 일하면서 허울뿐인 통합교육이 되지 않게 하려고 조금이나마 노력했던 내 수고가 모두 헛일이 되는 것처럼 아팠지요.
아픈 여름을 보내고 개학을 맞이한 나는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닏나. 한 학교의 특수교육을 담당하는 나는 우리 특수학급 아이들만 교육해서는 안되니까요. 이 학교에 다니는 모든 아이들에게 통합교육을 설명하고 알려줘야할 책임이 있지요. 특히 사춘기를 맞이한 아이들에게는 그 교육이 무척 중요합니다. 사춘기에 경험하지 못한 것은 평생 머릿속에서 지워집니다. 뇌의 가지치기를 통해 필요없는 것으로 인식되어 버리지요. 그러니 각각의 아이들 뇌에서 그 부분이 사라지지 않도록, 아니 좋은 기억으로 남을 수 있도록 하는 것 또한 나의 역할입니다. 그래서 아이들을 대상으로 장애인식 개선교육을 자주 실시하는데요. 이번엔 꼭 그 교육이 필요할 거 같았습니다. 아이들이 잘못된 댓글로 인해서 통합교육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갖지 않도록 도와줘야 하니까요. 그래서 아이들을 대상으로 이벤트를 준비했습니다.
두개의 문장 중 통합교육에 대해 바르게 서술한 문장을 직접 써보게 하는 것입니다. 아이들이 어렴풋이 알고는 있지만요. 실제적으로 자신이 한번 써보면서 읽어보는 것은 다른 문제니까요. 개념을 정확하게 심어줄 수 있는 좋은 계획이 되지요. 그래서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을 이용해 교육을 하기로 했습니다. 학교 현관과 우리 반 앞에 안내지를 붙였습니다. 아이들의 눈에 띄게 하기 위해서 선물로 줄 젤리를 안내지 옆에 붙였습니다. 그리고 아이들 쉬는 시간을 기다렸지요.
"선생님이 달아 둔 젤리 사라졌던데. 애들이 가져갔나봐. "
화장실을 가다가 만난 선생님이 말했습니다. 나는 깜짝 놀랐습니다.
"그러게. 다 먹은 껍질을 붙여 뒀어야 되나 봐. "
나는 얼른 교실 앞을 바라보았습니다. 진짜였습니다. 양쪽에 두 개씩 붙여둔 젤리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걸 가져간다고? 아휴. 왠일이야. 이거 가져가면서 양심에 찔리지 않았을까?"
"혼자 하진 않았겠지. 애들은 우르르 몰려다니니까. 한명이 떼서 같이 나눠먹었겠지."
물론 많은 아이들이 설문에 참여했습니다. 장애인은 특수학교에 다니는게 좋다는 친구도 있었습니다. 그런 친구에게는 생각이 잘못되었다고 알려주고 바로잡아주었습니다. 바르고 착한 생각을 가진 아이들은 정성들여 한자 한자 바른 생각을 적어 내려갔습니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한가지 의문이 들었지요.
'장애인식을 개선하려고 교육을 하는데. 거기 달린 상품을 가져가는 아이라. 그 아이를 찾아서 혼을 내줄수도 없다. 누군지 알아낼 수 없을테니까. 나의 오늘 교육은 그 아이에게 무엇을 가르쳐줬을까.'
교육은 더 많은 아이들의 보편성을 향해 나아갑니다. 그래서 거기서 소외되는 아이들이 간혹 생기지요. 그런데 그 기준을 어디에 어떻게 삼아야 할지 어려울 때가 있습니다. 마지막 한명까지 소외되는 교육을 하고 싶은데요. 아이 하나하나의 마음속에 스며들기에 쉽지가 않습니다. 그럼에도 나는 또 보편적인 아이들을 향한 교육을 계속해야 겠지요. 우리 아이들이 보편적이지 않아서 일까요. 많은 아이들이 참여한 장애인식개선교육보다 거기서 젤리를 가져간 아이들을 교육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