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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현의 생각의 정원 Sep 26. 2023

나도 모르겠어요.

오늘도 얼굴이 화끈 거립니다. 

너무  화끈 달아올라서 사람들과 얘기를 하다가 빠르게 자리를 빠져나왔습니다. 

오늘의 대화 주제는 역시 요즘 나의 최대 화두인 피트니스 센터 이야기였습니다. 

센터에 등록한지 벌써 일년반이 다 되어갑니다. 처음엔 반드시 운동을 해야한다는 생각에 일년을 등록했습니다. 관장이나 트레이너가 성실하게 한명한명 지도해 주는 것이 좋았습니다. 비싼 pt를 받지 않더라도 자세를 잡아주고 으쌰으쌰 해주었으니까요. 다른 헬스장보다 두배나 비쌌지만 관리해주니까 싶어 다니기로 결정을 했습니다. 센터는 여성전용으로 여성에게 필요한 11가지 기구를 한 후 유산소 운동을 병행하는 형태였습니다. 한달에 한번 업그레이드를 해주는 방식이었지요. 그런데 반년 정도 다니니 운동량이 턱없이 적었습니다. 무게를 치거나 강도를 세게 하기도 어려웠고 한시간 정도면 운동루틴이 끝났습니다. 다른 운동을 알아보려고 했지요. 마침 센터에 gx프로그램이 생긴다고 했습니다. 얼른 다시 일년을 연장했습니다. 딸아이도 함께요. 새로 시작하는 프로그램이 안정적으로 자리잡아서 오래 운동을 하고 싶은 마음이 강했지요. 프로그램을 열자마자 열심히 운동을 했습니다. 요가며 필라테스, 줌바까지 모두 너무 재미있었습니다. 어느새 나는 헬스 프로그램보다 gx를 열심히 하는 회원이 되어있었지요. 


그렇게 9개월 정도 운동을 열심히하고 있는데 관장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도저히 gx 프로그램을 유지 할수가 없다고 말이지요. 이상했습니다. 사람도 점차 늘어가고 있었고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갑자기 그만 접겠다는 거였습니다. 강사 선생님들도 우리 회원들과 같이 갑작스레 통보를 받고 망연자실 해 했습니다. 잘되고 있는 프로그램을 없앤다니 이상하다면서요. 하지만 운영상의 어려움이 있다고 하니 그것을 우리가 어찌할 도리가 없었지요. 

그때부터 마음 한쪽이 텅 빈것 같았습니다.하루에 두시간씩 꼬박꼬박 열심히 운동을 하리라 마음 먹고 다시 헬스도 열심히 진행하고 있었거든요. 비록 운동량이 많지는 않아도 헬스보다 더 내 자세를 곧게 해주고 흥을 돋궈주는 필라테스, 요가와 줌바가 좋았거든요. 그런데 갑자기 내가 할 운동이 줄어들고 재미붙이고 정붙였던 프로그램이 사라진다니 마음이 너무 허전했습니다. 그 허전함의 정도가 너무 깊어 일상생활에서도 자주 짜증을 내게 될 정도였지요. 

'내 마음이 왜 이렇지? 이렇게까지 나에게 영향을 주고 있었나. 평정심을 유지하자. 흔들리지 마. 그냥 하던 대로 헬스를 더 열심히 하면 되잖아.'

속으로 몇번이나 마음을 다잡았지만 마음이 잡히는게 맘처럼 쉽지 않았습니다. 


"센터에서 원래 개인마다 프로그램 만들어주고 관리해줘서 여기 등록한 거잖아요. 그런데 얼마전부터 개인 pt가 생겼대요. 그래서 기존에 있던 회원들은 봐주지 않았던 거에요.  그러니 기존 회원이 재등록을 안하는 거구요. 헬스 사람 엄청 줄었잖아요. 그이유가 있었던 거에요. 게다가 매출이 적지도 않은데 직원 월급을 제 날짜에 주질 않는데요. 그래서 그렇게 트레이너가 바뀌었나봐요."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화가 치밀어 올랐습니다. 어차피 계약 기간이 이년 정도나 남아있었습니다. 딸마저 학원에 다니는라 나에게 양도를 했거든요. 안다닐 것도 아닌데 정 떨어지는 이야기만 들으니 운동하러 가기가 더 싫어지는거였지요. 

'기왕 다닐거면 안 좋은 말은 걸러듣자.'

생각은 했지만 마음을 쉽사리 진정시키기가 어려웠습니다. 

내 마음이 내마음같지가 않았습니다. 요가 선생님은 수련을 하다보니 우울증이 있던 마음이 달라져서 이제 화도  잘 안난다고 하던데요. 나는 왜 이렇게 화가 났다가 침울해졌다가 하는지 알수가 없었습니다. 


"그만 털어버리라."

남편이 나에게 카톡을 보냈습니다. 나도 그러고 싶습니다. 빨리 빠르게 평정심을 되찾고 싶은데요. 내 마음이 내마음 같지가 않습니다. 컵에 물이 가득 담겨있어 조금만 흔들어도 차고 넘칠 듯한 내 마음을 나도 어째야할지 참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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