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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현의 생각의 정원 Oct 11. 2023

거절받기 위해 다시 씁니다.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가장 많은 거절을 당했다."

어릴때부터 글쓰기를 좋아했어요. 언젠가는 내 이름으로 된 책을 한번쯤 가져보고 싶다는 

막연한 희망을 갖고 있었지요. 그러다가 지금 근무하는 중학교에 대한 책을 써보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초등학교 졸업생 딸을 두니 십여년 넘게 근무한 중학교가 

순간 낯설더라구요. 중학교에 대해 궁금한 걸 물어보는데 제대로 아는게 없더란 말이죠. 

그런데 아이 학교급이 바뀌는 엄마들은 알고 싶은게 무척이나 많거든요. 교사인 나조차 이렇게 두려운데 엄마들은 오죽할까 싶었지요. 중학교 교사였던 언니를 꼬셔서 함께 중학생활에 대한 안내서를 썼습니다. 처음 써보는 글이었기에 지금 보면 엉터리지요. 뭐 지금도 잘쓰는건 아니지만요. 아무튼 어찌어찌 원고를 완성해서 투고를 했습니다. 샘플원고와 출간기획서를 함께 작성해서 메일을 보냈지요. 50여군데 보낸 것 같아요. 답장이 하나도 안오더군요. 몇일동안 매일 매일 메일함을 열어보았습니다. 반갑게 열어본 답장에는 반갑지 않을 글귀가 써있더군요. 

'안녕하세요. 출판사 편집부입니다. 

우선 저희 출판사에 원고를 투고해 주신 점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선생님의 원고를 내부에서 검토한 결과 

저희의 출간 방향과는 맞지 않는다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아쉽게도 저희와는 인연이 닿지 않았지만 

선생님의 원고가 다른 출판사에서 멋진 책으로 출간되기를 기원합니다."

세계 최고로 겸손하게 쓰여진 문구는 결국 거절 메시지로 마무리 되었습니다. 

기대 가득하게 메일을 열었던 나는 이만저만 실망이 아니었지요. 

하지만 이름도 없고 첫 책인데 당연한 결과 아닌가 싶었지요.

거절메일이 뼈아팠지만 실망하지 않고 다시 다른 출판사 투고 메일을 하나하나 

찾아 메일을 보냈습니다. 

'그래. 해리포터도 얼마나 많은 거절을 받은 다음 출판되었던가. 이대로 실망해서는 안돼.'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아예 읽지도 않거나 답장이 없을때 그리고 너무나 공손한 거절메일에 

나는 매번 상처를 받았습니다. 백여군데 넘게 투고를 하고 나서야 겨우 연락온 출판사에서 첫 책을 낼 수 있었지요. 그 수많은 거절 메일을 뿌리치고 나의 원고를 선택해준 편집자님에게 얼마나 감사의 인사를 했는지 모릅니다. 

그리고 나서 일곱번째 책을 내고 몇권의 책을 준비하기까지 나는 얼마나 많은 거절 메일을 받았는지 모릅니다. 아니 악플보다 더 아픈게 무플이라잖아요. 거절메일도 아닌 아무런 답장도 없는 메일들에 나는 점점 더 주눅들어 갔습니다. 원고를 새로 쓸때는 신이 나서 썼지만 투고의 시기가 오면 신경이 날카로워졌지요. 얼마나 많은 거절 메일이 또 나를 상처나게 할까 두려웠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때로는 홍보도 잘 안해주는 소형 출판사에서 몇권을 내기도 했습니다. 거기서 나온 내 소중한 책들의 운명이 안타깝긴 했지만 거절 메일의 아픈 상채기를 또 내고 싶지 않았으니까요. 

하지만 여전히 내 안에 말하고 싶은 것들은 가득해서 글쓰기를 멈출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 열정만큼이나 많은 거절메일들이 나를 후려쳤지요. 인생에서 별반 거절을 겪어보지 않고 순탄하게 살아온 내게 그 메일들은 내 존재 자체를 거부하는듯한 아픔을 주었습니다. 기존의 출간한 책이 안팔릴 때 받는 거절 메일은 더 아팠지요.  그럼에도 나는 끊임없이 투고했고 끝도없이 거절당했습니다. 

"저희 출판사에 투고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안타깝게도 저희 출판사의 출간 방향과 맞지 않아 출간은 어려울 듯 합니다. 

좋은 인연으로 다시 뵙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

그렇게 아픔에도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뭘까 생각해 봤습니다. 

세상에 내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많기 때문일텐데요. 

그 이야기들이 내 안에서 소진되기 전에 나는 더 불태우고 싶습니다. 

내가 조금 더 나이 들어 눈이 잘 안보이고 관절염으로 손가락이 아파 

키보드를 치지 못하면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쓸 수 없게 되겠지요. 

그러기 전에 내가 할 수 있는 시간과 기회가 있을때 나는 조금 더 내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거절이 두렵긴 하지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겹겹이 쌓여 

세상 밖으로 내팽개쳐지는 것이 더 두렵습니다. 

그러면 열심히 살아온 내 인생의 노력들이 하찮은 것들로 여겨져 버릴 것 같거든요. 


갱년기라 합니다. 

내 나이를 사람들은 갱년기라 부릅니다. 

아직 극초반이라서 많은 신체적 정신적 증상들이 나타나지는 않았지만요. 

조금씩 조금씩 내몸과 마음을 늙음이라는 호르몬이 잠식해 가겠지요. 

그때 내 체력과 시력과 관절은 그 늙음에 물들어 갈지언정

내 정신만은 조금 더 또렷하게 유지하고 싶습니다. 

늙음에 지고 싶지 않습니다. 


내가 이제껏 살아온 그 어떤 나날들보다 

수없이 많은 거절을 받으며 마음에 생채기를 만들면서도 

내가 매일 매일 글을 써 내는 이유입니다. 

거절 메일을 받더라도, 아니 거절메일을 받기 위해 

나는 글을 씁니다. 

그 거절의 순간들이 쓰리고 아프지만 

내가 살아있고 생각하고 고심하고 있다는 메시지니까요. 

내 힘 닿는 데까지 그 말들을 놓치지 않을 생각입니다. 

이상하게 나이가 드니까 힘은 없어지지만 맷집이 세지나 봅니다. 

얼굴이 두터워져선지 거절 메일에 기분 한번 상하고 다시 또 도전할 수 있는 용기가 생깁니다. 

이까짓게 인생 살면서 별거 아니라는 걸 

어느새 내가 인생이라는 길위에서 배웠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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