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부터 당근에 푸욱 빠졌습니다.
식물을 키우기 시작하면서부터 식물 놓을 콘솔을 검색했는데요. 너무 고가더라구요.
물을 주다보면 가구가 상할수도 있기에 중고물품에서 찾다보니 당근을 이용하게 되었지요.
콘솔이나 서랍장을 관심 키워드로 두었다가 물건이 뜨면 얼른 접속해서 저렴한 가격에 구매했는데요. 당근을 하면 느낀 재미가 저렴한 물건을 사는 것만은 아니더군요. 살면서 경험하지 못한 다양한 주거환경을 보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당연히 그 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다양한 에티튜드도 경험하게 되었지요.
어느 집은 대리석과 고급 가구들로 가득했는데요. 무료 나눔을 하면서 덤으로 안쓰는 물건까지 주었습니다. 물건을 주는 사람의 태도도 좋았고 새집은 멋졌습니다. 또 무거운 서랍장을 판매하면서 내가 쓸 장갑까지 마련해두고 지하까지 함께 옮겨주는 사람은 정말 고마웠습니다. 어느 집은 하늘 꼭대기를 올라가는 듯 가파른 언덕에 있었는데요. 사람좋게 생긴 아저씨가 물건의 쓰임새를 자세히 알려주었습니다. 집이 비어있다면 들어오라는 사람도 있었는데 내가 구입한 물건 말고도 갖고 싶은 식물들이 많아 실컷 구경도 하고 구매도 했습니다. 덤으로 준 식물은 너무 귀여웠지요. 좋은 경험만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엘리베이터도 없는 5층 건물을 힘겹게 올라가 받아온 물건이 작동이 되지 않아 연락했는데 답이 한동안 없어 애를 태우기도 했습니다. 다시 물건을 주러 가기도 힘든 집이라 물건을 버리고 쓰레기 비용도 지불해야 했습니다. 골목길을 힘겹게 돌아가 아파트에 도착했지만 본인은 자기 집까지 오라며 옮기는 것도 모두 제 몫이라고 하는 집도 있었지요. 다양한 사람들과 접하며 세상엔 정말 많은 삶의 방법과 길이 있다고 느꼈습니다.
당근뿐만이 아닙니다. 책을 내면서 접하게 된 출판사들도 정말 각양각색이었습니다. 작가는 글만 잘 쓰면 되고 모든 것은 출판사의 몫이라며 진중하게 고민하는 출판사가 있었습니다. 너무 고맙고 내 글을 픽해준 것이 감사하기까지 한 출판사였지요. 너무 착하고 바른 분이라 돈을 버는 사업과는 거리가 멀어보였어요. 그래서 내가 글을 잘 써서 대박나는 출판사로 만들어주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지요. 이름도 없는 내 책을 픽업해주며 작가로 존중해 준 출판사도 기억나구요. 작가의 소소한 설정까지 인정해주며 작품은 훼손하지 않으면서 책도 멋지게 만들어준 출판사도 멋졌습니다. 책 팔리는 걸 신경쓰는 나를 보며 오래 오래 두고 보면 팔릴테니 너무 신경쓰지 말라는 출판사는 여유만만이었지요.
하지만 역시 뒷목을 잡게 하는 곳도 많았습니다. 다짜고짜 작가인 내가 책을 몇권이냐 팔수 있냐며 약속을 하라는 출판사도 있었구요. 내용과 구성을 손봐줄테니 이익금을 나누자고도 했습니다. 예약판매를 걸어서 팔아보다가 안 팔리면 작가가 그 책을 다 사야한다는 출판사는 기가 막혔구요. 비밀 작전을 수행하듯이 이메일로만 연락을 주고 받는다는 출판사는 도대체 실존하기는 하는 건지 이상야릇한 기분을 느끼게 했습니다. 시원하게 답을 해주지 않고 이메일로 낚시만 하는 것 같아 언짢기도 했지요.
다양한 유형의 출판사들을 보면서 돈을 버는 방법도 각양각색이구나 싶었습니다. 똑같이 만원을 벌더라도 책의 가치를 따지고 자기 이름 걸고 부끄럽지 않은 책을 내리라는 대표님의 마인드가 빛나기도 했구요. 어떻게든 내 노력을 통해서 거저 돈을 얻어보겠다는 욕심있는 대표는 그 출판사 책 후기에 욕이라도 적어두고 싶을 만큼 불쾌했지요.
그러면서 생각했습니다. 나는 과연 어떤 삶을 살고 있나 말이지요. 나의 삶이 옳다고 가치롭다고 생각하지만 어쩌면 아닐 수도 있겠구나 싶었지요. 객관적인 견지에서 살펴보고 성찰하지 않으면 내가 나의 삶을 옳다고 믿으며 잘못된 길을 무한반복하는 우물안 개구리의 삶을 살겠구나 싶으니 두려워졌습니다.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무한 성찰 하지 않으면 가던 방향대로 목적도 모른채 흘러갈 수도 있는게 인생이겠구나 생각이 들어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세상에는 정말 많은 식물이 살고 있습니다. 햇빛을 많이 받아야 하는 식물 혹은 직사광선이 부담스러운 식물도 있구요. 물도 좋아하지만 잎에만 있어야 하고 뿌리 물기는 싫어하기도 하고 물이 많던 적던 무난히 견뎌내는 식물도 있습니다. 바람을 직접 쐬는 것을 싫어하거나 바람이 안 불면 노랗게 타버리는 식물도 있지요. 어느 식물이 옳다 그르다 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다만 어떤 식물이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는지 알아야 식물을 제대로 키울 수 있구요. 식물을 사랑으로 돌보는 것이지요.
내 인생도 마찬가지입니다. 정답은 없어요.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삶의 태도와 방향이 옳을 수도 있구요. 한쪽으로 치우쳐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내가 알아두어야 할 것은 내 삶이 어느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를 알고 그것이 때로는 틀릴 수도 있다는 것을 인지하는 것일 테지요. 곁에 좋은 사람을 두고 영향을 받으며 나를 나에게 맞는 좀더 나는 좋은 곳으로 데려다 주어야겠습니다. 정답은 없는 인생이지만 그것이 내 삶을 조금 더 사랑하는 방법이 아닐까 싶어집니다
다양하고 많은 삶의 방식 중에서 내가 선택한 방식을 고집하지 않고 좋은 영향을 받아 되고쳐 가면서 그렇게 하루 하루 걸어가고 싶습니다. 이것이 내 유한하기에 소중한 삶을 지켜내는 나만의 노하우가 되겠지요. 수많은 삶의 방식들을 보며 지적하고 나무라기 전에 나의 삶의 나침반으로 사용하는 현명한 내가 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