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자 윌리엄 제임스는
"인간의 본성 가운데 가장 간절한 욕망은 타인에게 인정받고자 하는 마음이다."라고 했습니다. 누군가에게 중요한 사람이 되는 것 그것이 사람이 살아갈 힘을 준다는 건데요. 이 글귀를 읽고 나서였을까요. 아이들에게 더 많은 칭찬과 인정을 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우리가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 어떤 기능을 쓰고 있을까요?"
미디어 리터러시에 대한 수업을 하면서 아이들에게 물었습니다.
"저는 알람을 씁니다. 8시 10분에 학교 갈 시간에 맞춰서 알람이 울려요. "
진수가 말했습니다. 이상했습니다. 보통은 기상 시간에 알람을 맞추잖아요.
진수가 학교 오면서 주변 사람들과 사물에 신경쓰느라 시간이 오래 걸리니 그 때
알람을 맞춘 것은 알겠는데요. 그렇다면 어떻게 일어나는 걸까 궁금해졌습니다.
"그러면 아침에 어떻게 일어나? 엄마가 깨워줘?"
진수는 고개를 저었습니다.
"아니요. 저 혼자 그냥 일어나요."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나에게는 정말 놀라운 답변이었습니다.
"몇시에?"
"일곱시에 혼자 일어나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일어나는 모양을 시늉내며 진수가 말했습니다.
"진짜 대단하다. 우리 진수. 알람보다 더 정확하네. 선생님도 그렇게 못하는데 진수 멋지다."
내가 칭찬을 하자 곁에서 대화를 듣고 있던 아이들도 앞다투어 말합니다.
"나도 혼자서 일어나요."
"나도요."
진수만 칭찬한다 싶었는지 자신들도 칭찬받을 꺼리들을 하나씩 찾아서 말하기 시작합니다 .
그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앞다투어 칭찬을 해주었지요.
"알람을 너무 잘 사용하고 있네. 알람 없이도 스스로 잘 일어나는 것도 멋지고. 그럼 알람음은 어떤 거야?"
진수가 질문을 듣자마자 허밍으로 자신의 알람음을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음을 맞춰 부르는게 너무 대견했지요. 듣고 있던 기준이는 자신의 알람음은 "띠리리리리" 소리라며 얼른 끼어듭니다. 찬형이 또한 음악을 허밍하는데 익숙한 클래식 음악 소리입니다.
"어머. 어쩜 알람 소리도 정말 잘 흉내낸다."
나의 이어진 칭찬에 아이들은 무척 기분이 좋아진 모양입니다. 내가 한가지 질문을 꺼낼때마다 큰 소리로 서로 발표하려고 야단입니다. 그렇게 스마트폰의 기본 기능인 알람과 계산기, 달력 사용에 대한 수업이 끝날때까지 교실은 왁자지껄했습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자신들이 얼마나 스마트폰을 스마트하게 사용하고 있는지 발표하느라 시끌벅적했지요. 그때마다 나는 엄지척을 하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자 이제 다음 시간 준비를 합시다. 진표는 교실에 올라가는 시간이네. "
"선생님 나 여기에서 수업 계속 하고 싶어요. 그냥 여기서 수업 할께요. 1교시부터 3교시까지 여기서 쭉 할래요."
진수는 오늘 3교시 수업후 조퇴를 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면 교실에서 친구들과 함께 수업 받는게 하나도 없는데 괜찮냐고 물으니 상관없답니다.
"지원반에서 쭉 하고 갈래요."
나는 진수의 말에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나의 자세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하게 되었지요.
진수는 원반 교실에서 수업 시간에 좋아하는 블럭을 꺼내서 놀이를 자주 합니다. 소꼽놀이처럼 중얼거리면서 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들어 노는 것을 좋아합니다. 왜 그랬을까요. 진수가 그 공간에서도 인정과 칭찬을 받고 자신을 드러낼 기회가 한번이라도 있었다면 달랐을 겁니다. 다른 친구들처럼 한번이라도 더 발표하려고 애를 썼을 거에요. 하지만 진도와 시험이 중요한 교실에서 그런 기회는 쉽게 만들어지지 않았을 겁니다.
"선생님 제가 중학교 때 얼마나 삶의 의욕이 없었는지 아시죠. 진짜 나는 아무것도 할 수없다는 생각에 한껏 기죽어 있었는데요. 그때 선생님이 국어 시간에 부탁해서 친구들 앞에서 노래를 했잖아요. 그때부터 제 학교 생활은 달라졌어요. 그걸 계기로 친구들이랑 노래이야기도 하고 대화를 시작하면서 반에서 제가 얼마나 존재감이 생겼는지 몰라요. 선생님이 그때 기회를 만들어 주셔서 너무 너무 감사해요."
예전에 가르쳤던 제자가 했던 말이 떠올랐습니다. 그때 건강장애 진단을 받은 그 친구는 노력하면 공부를 꽤 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패배감에 젖어 있었습니다. 조금만 용기를 내면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었는데도 자신이 가능성을 스스로 옥죄고 있었지요. 그때 친한 국어 선생님에게 부탁해서 반친구들 앞에서 노래할 기회를 주었는데요. 그 덕분에 제자는 달라졌고 지금 모델이 되어 자신의 꿈을 펼치고 있거든요. 만약 우리 진수에게도 그럴 기회와 용기가 생긴다면 진수의 반에서의 생활은 아니 생활전반이 달라질텐데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반에서는 안되더라고 자신의 가능성에 대한 인정을 내가 더 해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너는 모르고 있지만 내가 얼마나 가능성이 많은 대단한 사람인지 진수와 아이들에게 가르쳐 주고 싶었습니다.
한사람만 믿어주고 지지해 주는 사람이 있어도 아이들은 용기낼 수 있을 테니까요.
진수는 3교시 내내 만면에 미소를 띄우며 수업시간에 적극적으로 참여했습니다. 돈계산하기에서도 만점을 받은 기준이와 함께 서로가 서로를 칭찬하며 정말 기분 좋아했구요. 셋이서 영어 공부를 하면서 서로 네가 잘했다 너가 더 잘한다 칭찬을 하느라 바빴지요. 행복한 미소가 가득한 아이들의 얼굴을 보며 한 번 더 다짐했습니다.
'누가 뭐래도 내가 너희들을 아주 중요한 사람으로 여기고 있단다. 한번 더 인정하고 칭찬해 줄께. 용기를 내서 세상밖으로 뻗어 나가렴.'
교실로 향하는 아이들의 발걸음이 오늘 따라 더 가벼워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