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현의 생각의 정원 Oct 19. 2023

나이 들어 좋은거

"우리반 애들이 너무 떠들어서 진짜 힘들어 죽겠어요."

점심시간 교사식당에 앉자마자 젊은 선생님이 넋두리를 늘어놓습니다. 반 아이들이 워낙 제멋대로다 보니 통솔하기가 어렵다는 푸념이었어요. 

"애들이 무슨 초등학생도 아니고 중학생인데 한명 한명 너무 돌봐주기를 원해요. 단체 생활하면서 불편한 점도 있고 그걸 참아내는 걸 배우는게 학교잖아요. 근데 그게 안되요. 조금만 불편해도 수업시간인 것과 상관없이 호소를 한다니까요. 매번 그 요구를 들어주려니 교사인 나도 너무 지쳐요. 그래서 그만 좀 하라고 화를 냈어요. "

이야기를 듣고 있던 한 선생님이 온화한 미소를 지으시면서 한마디 건네십니다.

"선생님 힘들었겠다. 그런데 애들이 혼낸다고 되질 않더라구. 나도 젊었을 때는 큰 소리 많이냈지. 화도 자주 냈었고. "

모범적이고 아이들 분위기 좋은 반 담임 선생님이셨기에 다들 귀를 솔깃했습니다. 올해 예순을 맞이하신 선생님입니다. 아이들과 나이차이가 많으신데도 불구하고 아이들과 선생님 둘다 서로를 무척 좋아합니다. 선생님의 노하우가 궁금해진 다른 선생님들 모두 노하우가 궁금해지는 분위기였지요. 

"화를 내도 말을 들을까 말까인데. 어떤 비버이 있으신 거에요?"

"애를 일단 개인적으로 불러요. 아주 부드럽고 애교스럽게. 내가 평소에는 교실에서 그렇게 말이 많은 편이 아니야. 그러니 내가 부르면 아이가 긴장을 한단 말이에요.왜 선생님이 나를 저렇게 부르시나 하구. 따로 불러서 교무실에서 이야기를 하지요. 우리반에도 수업시간마다 튀는 행동해서 지적 받는 친구가 있었거든요. 학기초에 불러서 말했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물으니까 성공하고 싶다대. 성공하려면 긍정적인 피드백을 많이 들어야한다고 말해줬지. 그 긍정 피드백이 쌓여서 미래의 네 모습을 결정해 줄거라고. 그랬더니 아이가 어떻게 하면 되느냐더라고. 지금 네가 수업 시간에 얼마나 긍정의 피드백을 받고 있는지 생각해보라고 했어요. 그랬더니 알아 듣더라고. 그때부턴 수업 시간에 지적 받는 일이 현저히 줄었어. 아이를 닥달하고 화를 내는 건 순간적인 효과는 있어보이지만 아니야. 아이 마음을 움직여야해. 생각할 수 있는 아이들이잖아. 자신이 생각하고 결심해야 변화한다니까."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으니 옳다구나 싶었습니다. 아이들은 무엇보다 칭찬받는 것을 좋아하니까요. 인정받기 위해서 몸부림을 치는데 그럴일이 없으니 시큰둥 하지요. 그때 어떻게 하면 칭찬받고 인정받을수 있는지 방향을 함께 찾아주면 되는 거였어요. 그러면 아이 마음이 움직이고 달라지기 시작하니까요. 

"역시. 선생님~ 맞아요."

여기저기서 함께 앉아있던 선생님들의 맞장구가 이어졌습니다. 

"그래서 경력을 무시 못하는 거야. 아이들하고 보낸 시간이 길잖아. 우리 나이에는. 그리고 이 나이 되보면 아이들이 다 그렇게 예뻐. 미워할 수가 없어. 예쁘기만 하지. 아이들이 그걸 다 알아. 자기를 예뻐하고 아낀다는걸. 그걸 아는 순간 아이들은 선생님과 불목할 수 없는 거지. 배신도 못하고. 자기를 예뻐하는 사람이니까."

마지막 선생님의 말씀은 정말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었습니다. 

"내가 너 얼마나 아끼는지 알지?"

이 한마디는 아이들에게 마법같은 효과를 불러 일으킨다는 걸 이미 많이 경험해 봤으니까요. 

"나이를 먹어서 안 좋은 것들이 대부분이지만 딱 한가지는 좋더라구요. 마음의 여유가 생긴다는 거. 아이 키우면서 힘들때마다 선배 선생님들에게 물어보면 다들 똑같이 말씀하세요. 자식 마음대로 하려고 하지 말라구요. 아이는 자신만의 색대로 커갈테니 너무 갈구지 말라구요. 그 말씀이 옳은 건 알겠는데 당장 아이가 잘못되는 것 같아 불안했거든요. 그런데 어쩌면 내가 성화를 부린다고 되는게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매년 강해져요. 어차피 내 마음대로 되는게 하나도 없다는 걸 알게 되었으니까요. 그래서 안달복달 안하고 여유를 가지고 기다려볼 수 있는 마음이 필요하지요. 그런데 나이가 드니 점점 내 몸 하나 내 마음대로 안된다는걸 경험하니 자연스럽게 그 마음이 하나씩 생기는 것 같아요."

40대 중반을 넘어선 선생님의 이야기에 우리는 모두 동의했습니다. 나이 먹는게 속상하고 서럽긴 하지만 20대로 다시 돌아가라고 한다면 절대 돌아가지 않는다는 대답. 당장 나의 대답이니까요. 

나이 먹는게 속상하고 힘 빠지긴 하지만 딱 한가지 그래도 좋은게 있다는 걸 마음이 위안으로 삼으며 모두 자리에서 일어섰습니다. 오늘은 아이에게 화내기 전에 한번 더 아이를 지켜보겠다고 다짐하면서요.그눈빛아래 사랑을 담아서요. 나이 먹은 선생님의 사랑을 눈길을 아이가 부담스러워할수도 있겠지만요. 우리는 그 레이저를 통해 아이를 키워내고 있답니다. 

작가의 이전글 믿음직스럽다고 방치하지 마세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