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때 그 선생님이 왜 그랬을까?'
학교를 옮긴지 얼마되지 않아서 나는 학교내 어느 단체의 대표를 맡게 되었습니다. 보건 선생님이 차례였으나 코로나 때문에 아직 익숙하지 않은 내가 대표가 되었지요. 선생님들 이름도 다 알지 못하고 친하지 않은 상태라 부담이 되었는데요. 보건선생님에게 미룰수도 없는 터라 어쩔수 없이 맡았습니다. 선생님들간에 개인신상에 관한 것들을 알아야 하고 돈도 오가는 일이라 여간 부담이 되는게 아니였어요. 그렇지만 곁에서 경험이 있는 사서선생님이 도와주셔서 별 어려움 없이 진행하고 있었지요. 한참 선생님들에게 연락을 돌리고 양해를 구하고 있던 중 나이 많은 수학 선생님이 나를 찾아왔습니다.
"이거 금액이 이상해요. 차이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있을텐데 내가 다시 계산을 해볼테니 공지를 해주면 안될까요?"
이미 연락을 다 돌린 상태였구요. 진행만 하면 되었는데요. 나는 곤란해졌습니다. 스트레스 지수가 올라왔지요.
"우리 실 선생님들한테 이야기했더니 뭐라고들 하더라구요. 내가 주말에 다시 계산해서 줄게요. 번거로워도 다시 바로잡는게 맞는 거잖아요."
그동안 지켜보면서 일을 진행하는걸 억지로 하는 분이 아니라서 그러자고 했습니다. 조금 어렵더라도 의견을 맞춰 주는게 낫겟다 싶었지요. 이 학교에서 5년이나 있었던 선생님이 그동안 이렇게 한 적이 한번도 없다며 우기니 어쩔 수 없기도 했구요. 어렵사리 양해를 구하고 공지사항을 번복하며 일을 마무리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문제는 그 선생님 뿐 아니라 진행과정에서 몇몇이 나에게 불만을 토로했다는 거지요. 나는 아무 이익도 받지 못하는 상태에서 일을 진행하면서 뒷말을 들으니 피곤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어찌어찌해서 맡은 일은 끝낼 수 있었지요.
다음해 나를 이어 다른 수학선생님이 대표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작년과 똑같은 상황이 벌어졌지요.
"작년에는 샘들이 뒷말이 많았는데 올해는 괜찮으세요? 작년에 선생님이랑 같은 교무실 쓰신 선생님이 샘들이 불만있다고 해서 번복하고 일 두번 했었잖아요"
수학선생님은 나의 얘기를 듣고 깜짝놀랐습니다.
"작년에 우리 불만 이야기한 적 없어요. 본인이 불만이 있었는지 몇번 이야기 하더니 다시 해야 한다고 하더라구요. 그분이 좀 그래. 별로야. 샘만 괜히 힘들었겠다. 올해는 그런 사람 하나도 없어요. "
나는 이 사태가 의아했습니다. 이 학교에서 오래 근무한 사서선생님에게 상황 설명을 하고 물었지요.
"나라서 그런거에요. 그 선생님?"
평소 까칠하기로 유명했던 수학 선생님이랍니다. 하지만 올해 대표를 맡은 선생님은 절대 그 말을 들어주지 않기에 말도 못 꺼낸 거라네요. 그럼 분명히 나를 쉽게 본게 분명했습니다.
"자기가 애기 다 들어줄 것 같은 따뜻한 이미지잖아. 착하고. 지금 대표인 수학선생님은 안그래. 다들 누울자리 보고 발 뻗는 거지."
이레카 야자는 참 순딩순딩합니다. 있는지 없는지도 모를만큼 전혀 까다로움을 드러내지 않습니다. 순한게 어찌나 잘 자라는지 자주 새순도 올려주지요. 신경쓰지도 않았는데 어느 순간 놀랄 정도로 자라있습니다. 나는 그런 이레카 야자가 참 좋습니다. 처음 식물을 기르고자 하는 사람이 있다면 추천해주고 싶은 몇가지 식물중에 하나입니다. 순하고 무던하다고 해서 함부로 대하지 않으면서 그 가치를 알아주는 사람에게 더 멋진 모습을 보여줄 화초라는 것을 아니까요.
요즘 가끔 그 때 그 수학 선생님이 떠오릅니다.
'착하다고 해서 함부로 대하려고 나를 휘두르려고 했구나. 참 사람답지 않다. 어른답지 못한 인간.'
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 남편이 맨날 그렇게 착하게 구니까 당하는 거라고 저에게 충고를 합니다. 그렇게 살면 세상사람이 만만하게 본다구요. 남편에게 이 일을 이야기하면 거봐 또 당했구만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내 생각은 다릅니다.
누군가 그랬다더군요. 하찮은 사람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그 사람의 인격을 짐작할 수 있다구요. 나는 그 말을 이렇게 바꾸고 싶습니다.
'착하고 순한 사람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인격이 드러난다.'구요.
나는 착한게 좋습니다. 순한게 좋아요. 매운 맛이 아니면 어떻습니까. 화려하지 않아도 충분히 멋진 이레카 야자처럼 나는 내 순한 맛 그대로 멋지게 살아갈 겁니다. 시덥지 않은 인간들때문에 내 착함을 훼손하지 않을 거에요. 그러기에 나의 본성과 인격이 너무 아까우니까요.
이레카 야자가 더 쑥쑥 자랐으면 좋겠습니다. 나도 그 화초를 보면서 함께 쭉쭉 자라나고 싶으니까요.
나는 착하고 순한 내가 참 좋습니다. 이런 나를 진심으로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