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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현의 생각의 정원 Oct 19. 2023

갱년기의 다짐

마흔이 넘어가니 안아픈데가 없을 정도로 하나하나 고장이 나기 시작해요. 

그래서 필요한 것이 운동이라더군요. 이때부터 근력을 잡지 않으면 노년이 힘들다고. 

그래서 작년부터 운동을 시작했어요. 코로나라서 여성전용에 일대일로 관리를 잘해준다는 작은 헬스장을 선택했습니다. 관장 혼자서 운영하기에 변수는 있었지만 그래도 조용하지 좋겠다 싶었지요. 일년 정도 다니니 11개 운동을 돌려하는데 이력이 나더군요. 재미가 하나도 없었어요. 그 마음을 알았는지 그 시기에 딱 맞춰 그룹 엑서사이즈가 열렸습니다. 필라테스에 요가. 줌바.방송댄스 등 첫 시작은 화려했지요. 그런데 센터의 특징상 조용하고 내성적인 사람들이 개인운동 하러 와서 였을까요. 시끌벅적 어울리는 gx에는 회원이 늘지를 않았어요. 덕분에 거의 소집단 지도를 받으며 운동에 한참 재미를 붙이고 있었는데요. 관장님은 회원이 늘지 않으니 재미가 없었겠지요. 

"회원님 너무 죄송한대 gx를 더 이상 운영할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적자가 나서요."

갑작스러운 연락을 받은 것은 우리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멀쩡히 강습을 하고 있던 강사들도 끝내기 이주전에 갑작스럽게 통보를 받았어요.강사도 회원도 모두 그렇게 상처를 받은채 갑자기 단체 프로그램이 종료되었습니다. 사정을 알고보니 내가 gx에 몰두한 사이 프로그램이 바뀌었더라구요. 기존회원은 최소한의 관리로 줄이고 p.t가 생겼습니다. 반복되는 운동 프로그램에 그나마 운동하는걸 관리해주는 맛에 다닌 건데요. 이제 나 혼자 운동이 된 것입니다.옆에서 p.t 받는 회원만 관리를 해주고 기존 회원은 없는 사람 취급했습니다. 센터에서 운동이 끝날때까지 그 누구도 말을 걸지 않았지요. 그래서 였을까요. 관리해주는 프로그램이 약해지자 회원수가 눈에 보일정도로 급격하게 줄었습니다. 굳이 다른 곳보다 더 비싼 돈내고-관리도 안해주는 센터를 등록할 이유가 없었으니까요. 

나는 달랐습니다. 마음으로는 당장 이 센터를 그만두고 싶었지만요. 1년짜리 프로그램을 등록했기때문에 남은 기간이 너무 많았습니다. 게다가 gx가 사라진 것까지 헬스 프로그램에 더해져 440일이나 남은거죠. 마음같아서는 당장 센터를 옮기고 싶은데 200만원 넘게 낸 돈이 아까워 울며 겨자먹기로 다녀야 하는 실정이었지요. 

그 실정 덕분에 나는 매일 매일이 너무 괴로웠습니다. 즐겁기만 하던 운동이 고행의 원인이었지요. 마지못해 운동은 해야겠지만 가서 유령취급 받으며 운동을 하자니 기분이 무척 안 좋았습니다. p.t로 바꿔서 짧게 줄여볼까 싶기도 했지만 일주일에 두번 두세달 p.t를 받는게 무슨의미인가 싶었지요. 어차피 일주일에 3일 그리고 남은 열달의 기간에는 다시 원래대로 운동을 해야할 참이니까요. 바디프로필을 찍는 것도 운동강도가 전반적으로 세지는 것도 아니니 전환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다만 한가지 이유가 있다면 내가 센터를 빨리 그만 두고 싶은 강력한 이유가 있기는 했지만요. 어찌됐든 가기 싫은 운동을 최소한으로 줄여 나가면서 나는 깨달았습니다. 

'내 의지로 내가 결정하지 않은 시스템이라 나는 불만족 할 수밖에 없구나.'

 처음부터 gx를 안하고 계속 헬스만 했던 회원들은 너무나 평온해보였는데요. 내 마음에만 파란이 일고 있었던 거에요. 그만큼 소집단 운동에서 선생님들과 교감이 행복했으니까요. 함께 하는 운동을 맛보았던지라 혼자하는 운동이 더 힘들고 지겹게 느껴지는 것이었지요. 

이건 비단 운동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내가 비록 한살 한살씩 나이를 먹고 있기에 잘 느끼지 못해서 그랬었지 노화도 나를 당황하게 만든 것 중의 하나입니다.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마음대로 움직여지지 않는 몸과 하나씩 아파오는 내장기관들은 당황스럽기 짝이 없었습니다.  내 마음이 내 몸에게 늙음을 허락하지 않았는데 생기는 노화는 받아들여지지 않지요. 그래서 화가 나고 짜증이 느는건지도 모릅니다. 나는 아직 여자로서 매력적이고 싶은데 완경을 경험해야하니 얼굴에 열이 오르고 기분이 들쑥 날쑥 해지는 거지요. 문제는 그런 마음을 알아주지 않고 속절없이 기능을 잃어가는 야속한 몸이겠지요.

언제까지 이런 기분으로 늙어갈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늙음을 받아들이던지 남은 기능이라도 최대한 오래 쓰게 관리를 하던지 양단간에 현명한 결단을 내려야할 시점인듯 해요. 갱년기 시작 시점에서 내가 내 몸을 대하며 기준은 정해야 내 마음이 덜 아플 테니까요. 

'나는 내향적인 성향의 사람은 아니지만 그런 성향을 길러봐야겠다. 그래서 누가 뭐라하든 말든 내게 필요한 운동을 조용히 해 나가야지.'

이것이 내가 가기싫은 헬스장을 즐기기 위해 바꿔먹은 내 마음입니다. 이건 운동에만 해당되지는 않겠지요.

'내 노화를 거스를 수 없는 거라면 근근히 잘 다스리면서 오래오래 내 몸을 아껴줘야겠다. 아플 수 밖에 없겠지만 그래도 아껴주며.'

나의 내년이 갱년기로 인해 한없이 무너지는 한해가 되더라도 이 마음이라면 조금 더 버틸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요. 모르죠. 생각보다 훨씬 힘든 마음의 파도가 칠지도요. 하지만 그 때는 또 그 파도를 이겨낼 만한 내 마음의 단단함이 생기지 않을까 생각해 보며 나는 그렇게 하루 하루 늙어가고 있습니다. 하루 하루 단단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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