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이만 들여놓으면 거실이 감성적으로 변합니다. 인스타에서 감성사진을 찍을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화초 중의 하나인데요. 가늘고 여리여리한 잎에서 연두색 새순을 올릴때는 정말 예쁩니다. 그 가는 잎들이 사방팔방 자유롭게 뻗어나가는 모습은 너무나도 매력적이지요. 바로 아스파라거스 이야기입니다.
고사리와 비슷합니다. 여리여리해서 이거 살기나 할까 실을 정도인데요. 고사리보다 훨씬 키우기 쉽습니다. 가끔 잎에 분무만 해주면 까다롭지도 않습니다. 쑥쑥 자라 새잎을 내주니 더더욱 예쁘지요. 인테리어를 꿈꾸는 집에서는 모양도 만점 키우기 난이도도 쉬워서 아마 많이 들여놓을 텐데요. 아스파라거스를 보면서 생각합니다. 나도 저렇게 매력적으로 살고 싶다구요.
매력적인 사람에게는 속을 알 수 없는 묘한 기운이 있습니다. 내가 알고 있는 한 사람도 그렇습니다. 가까워졌다고 생각했는데 돌아보면 그 자리인 사람입니다. 언제나 예의를 갖추고 사람을 대하고 친절하게 다가오기도 하지만 마지노선은 넘지 않습니다. 사람들과 소소하게 어울리기 보다는 혼자서 제 할일을 하는 것을 좋아하지요.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건진 알수 없습니다. 자기 이야기를 잘 하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일에서만은 확실하지요. 사람들과 어울리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구나 생각하고 말았는데요. 그 분의 다른 모습을 본것은 우연히 그 선생님 반 단체 카톡에서였습니다.
3월 2일 새로운 학급이 개설되는 날입니다. 선생님도 아이들도 낯설기만 하지요. 특히 학교에 나오지 못했던 기간이 있었던 지라 첫 만남은 어색하기만 했습니다. 그런데 선생님은 내가 보아왔던 그 모습과 전혀 다른 숨결로 아이들에게 접근하고 있었습니다.
"안녕 우리 귀염둥이들, 다들 잘잤어? 상쾌한 아침이야. 지각하지 말고 서둘러 등교해."
이것이 담임선생님으로서 아이들에게 보낸 첫번째 메시지였습니다. 메시지를 보자마자
"나도 저반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다정하고 따뜻한 담임 선생님이라면 아이 입장에서 너무 행복할 것 같았거든요. 내가 어떤 실수를 하더라도 다 감싸안아줄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그 기대대로 그 반은 한해동안 정말 선생님과 다정하게 잘 지냈습니다. 수업 시간을 제외하고 선생님은 점심을 간단하게 해결하시고 아이들을 불러 상담을 하셨습니다. 아이들 한명한명과 눈을 맞추고 인사를 하고 안부를 물어주셨지요. 우리반 친구가 함께 하는 수업시간에는 아이를 불러 따로 문제풀이를 해 주셨습니다. 빨간 색 사인펜으로 정성스럽게 오답을 고쳐주시고 화이팅 메시지도 써주셨지요. 한명 한명에게 그렇게 정성을 들이려면 보통 시간을 투자해서는 어려웠을 텐데요. 기꺼이 개인 시간을 줄여가며 아이들 한명 한명을 지도하셨습니다.
"제가 만나 본 그 어떤 담임 선생님보다 최고의 선생님 이셨어요."
학년을 마무리 지으면서 우리반 어머니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늘 아이를 배려해주시고 아이편에서 따뜻한 메시지를 건네주신 선생님. 아이의 어려운 점을 파악해서 도움을 주고 나아질 수 있도록 함께 나눠주신 선생님의 모습은 학부모 입장에서도 꽤 감동스러웠었나 봅니다.
'첫 날 첫 메시지부터 심상치 않더니. 정말 멋지시다.'
담임으로서 본인의 아이들을 성장으로 이끄시는 모습이 참 전문가 다웠습니다.
"그 선생님은 같은 학교에서 두번이나 근무했는데도 영 친해지지가 않아. 어려워."
하지만 그 선생님을 대하는 동료교사들의 평가는 사뭇 달랐지요. 학교에서 회의가 제대로 진행이 안될때는 기꺼이 자리에서 일어나 부당함을 바로잡자고 주장하셨구요. 섣불리 누군가와 어울려 뒷담화를 하는 일도 없었습니다. 그러니 대하기 어려울 수밖에요. 교사 개인으로 선생님의 모습은 빈틈 하나 없는 완벽한 모습 그대로였으니까요.
나는 그분이 대하기 어렵든 어렵지 않든 참으로 존경스러웠습니다. 아이들에게 대하는 모습과 교사로서의 카리스마를 본 나로서는 저렇게 일과 개인사를 나눠서 행동할 수 있는 선생님이 참 멋졌지요. 마치 성성한 모습을 고매하고 드러내는 아스파라거스처럼요.
순하면서도 까칠하지 않지만 다른 식물들과 함께 있기보다는 혼자 일때 그 멋짐이 폭발하는 아스파라거스.
그 매력을 닮은 선생님의 카리스마를 나도 조금은 닮아가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