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식물을 고르라면 단연코 장미허브라 할 것입니다.
이유는 모릅니다. 그냥 좋습니다.
매력적인 향이 처음엔 끌렸습니다. 향이 있는 허브라면 로즈마리나 라벤다도 있는데요.
유독 장미허브가 좋았습니다. 손끝에 묻어나는 향이 나를 행복하게 만들었구요.
무엇보다 외목대나 토피어리로 만들었을때 그 매력적인 모습이 나를 장미허브 폐인으로 입문하게 만들었지요. 처음엔 작은 화분을 하나 샀습니다. 키우는 방법을 모르니 일단 다른 식물들 키우듯이 했는데요. 너무 자주 들여다보는 초보 식집사의 특징답게 과습이 되어 죽어버렸지요. 다시 샀을때는 최대한 물주는 것을 아꼈습니다. 그랬더니 잎이 꼬들거리다 말라죽어버리더군요. 나는 장미허브와는 안맞는구나싶어 포기하려했습니다. 하지만 여기저기 식물유튜브에 보이는 장미허브외목대의 고매한 자태를 잊을 수가 없더군요. 유묘는 못키우겠다 싶어 크게 키운 화분을 사기시작했습니다. 목대가 굵어진 장미허브는 쉽사리 식물나라로 갈 것 같지 않았거든요.그렇게 당근에서 장미허브 외목대만 보면 미친듯이 사들였습니다. 동네가 가깝지 않아도 밤에 거래를 하게 되더라도 마다하지 않았지요. 그렇게 장미허브 외목대가 하나하나 늘어 식구가 여덟개나 되었습니다. 번식을 너무 잘해서 한 잎만 있어도 개체수를 무진장 늘릴수 있다는 장미허브인데요. 나는 그걸 못하고 다 키운 것들을 사들이기만 하니 한심하기도 했는데요. 하루라도 유튜브를 안 보는 날이 없는 우리네처럼 그렇게 장미허브를 놓을 수가 없더란거죠.
외목대가 어느 정도 죽지않는 경지에 오르자 나는 자란 장미허브잎들을 하나 하나 끊어서 화분에 꽂았습니다. 드디어 나도 장미허브 개체수 늘리기에 도전한 겁니다. 남들다하는건데 왜 못해 싶기도 했고 촘촘하게 꽂아진 장미허브 아가들이 많이 예쁘기도 했습니다. 과습과 건조의 경험이 쌓였기에 조금은 중도가 되게끔 노력하며 키우고 있는데요. 이상하게 장미허브가 자라지를 않습니다. 아이들 키 키우기에는 영 젬병인지 아들딸 키도 작아 죽겠는데요. 장미허브마저 바닥에 붙어 클 생각을 안하는 거지요.
"장미허브 키우기 결코 쉽지 않아요."
꽂집 주인 언니의 말을 위안 삼으며 나는 몇주를 기다렸습니다. 아침 저녁으로 분무질을 하며 성장을 기다렸지만 장미허브는 꼼짝을 안합니다.
<장미허브의 흙>
너무 영양이 있는 흙보다는 아무 영양도 없는 흙에서 잘 자라는 편이다.
식물 책에서 이 구절을 본 순간 옳다구나 싶었습니다. 그거였네요. 장미허브를 심을때마다 칼슘이며 비타민, 각종 영양제와 천연 농약을 섞었습니다. 비옥한 토양이 장미허브를 키워줄 거라고 믿었거든요. 그 과한 영양의 흙들이 장미허브를 바닥에 바짝 붙잡고 있는 거였네요.
"네가 하도 고사리가 예쁘다길래 산에갔다가 몰래 고사리를 꺾어왔어. 화분에 심었지. 그런데 금세 죽어버리더라. 노지에 살던 아이가 화분에 오니 얼마나 답답하고 어이없었겠어. 건강하게 자연에서 자라던 아이를 화분에 가져와 죽이고 말았지."
언니의 고백이 떠올랐습니다.
"오늘 저녁은 뭐 먹을래? 너 지금 목욕할래 아니면 밥부터 먹고 씻을래. 방은 춥지 않았어? 학원에서 별일은 없었고?"
10시 넘어 학원에서 돌아오는 아이를 붙잡고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내가 하던 말입니다. 아이 잠자리가 춥지는 않은지 불편한데는 없는지 하나하나 물었습니다. 아이가 대답하지 않으면 알아서 필요할 거라 생각되는 것들을 준비해두지요.
"나 좀 쉬고 싶어. 혼자있을래. 내가 알아서 먹고 씻고 잘게."
그런 나를 보며 아이가 힘겹게 한마디 내뱉습니다. 나는 민망해져서 아이방에서 나오면서도 혹시나 불편한 것은 없는지 주위를 살피지요. 그러면서 아이가 나를 바라보는 한심한 눈빛에 놀라 줄행랑 치듯 아이방을 빠져나옵니다.
내가 받지 못했던 사랑을 주고 싶었습니다. 섬세한 성격은 아니지만 내가 고팠던 세심하고 따뜻한 배려를 아이에게 해주고 싶었어요. 거칠게 말은 했지만 마음만은 진심이었습니다. 아이가 가장 편안하고 따스하길 바라는 마음이었는데요. 그것이 아이에게 버겁고 귀찮을 수도 있었다 생각하니 서운하고 섭섭하기도 했지요.
"사람들은 이상해. 진짜 사랑한다면 그 사람이 원하는 걸 줘야하는 거 아닌가. 왜 자기입장에서 자신이 주고 싶은 걸 주면서 사랑한다고 할까. 난 그게 이해가 안돼."
남편이 슬쩍 흘리던 말이 기억납니다. 자신은 그런 사랑을 나에게 주고 싶다며 내 하고 싶은대로 다 하라고 응원해주던 말인데요. 그 사랑을 나는 얼마나 실천하고 있었나 싶었지요.
오늘도 장미허브는 바닥에서 키를 키워 올라올 생각을 안합니다. 제 힘으로 바닥에 뿌리를 내리고 싶은데 땅이 너무 영양진 모양입니다. 척박해서 내가 뿌리를 안내리면 금방 죽겠구나 싶어야 정신을 차리고 성장할텐데요. 자신이 노력하지 않아도 땅이 영양을 내어주니 변화할 필요를 못느끼는 것 같은데요. 땅을 다 갈아엎어 다시 아무 영양없는 땅에 심어주면 장미허브가 잘 자라날까요. 그래야 할 줄 알면서도 쉬이 땅을 엎을 용기를 내지 못합니다. 그러다가 영영 제대로 키워내지 못할 수 있다는 걸 기억해야겠습니다. 장미허브도 나도 그리고 아이도 더 단단해지기 위해서는 척박한 땅에서 제 나름의 힘으로 뿌리 내릴 수 있도록 내가 도와줘야 한다는 걸 잊지 않아야 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