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유심히 나를 바라보던 기현이가 한마디 건넵니다.
"선생님 누구 닮았어요."
지난번에도 같은 얘기를 했었는데요. 찾아보니 주말 드라마에 나오는 아이돌 출신
배우였습니다. 뽀글이 파마를 해서 안그래도 스타일이 신경쓰였던 내게 그건
어깨에 힘이 들어가는 신나는 이야기였지요.
어머니들에게 자랑도 했습니다. 어머니들이 선생님이 간 미용실에 가봐야겠다고, 스타일
기대된다며 댓글을 달아주시니 더더욱 기분이 좋았지요.
오늘은 또 누구를 닮았다고 하려나 기대에 찬 얼굴로 물었습니다.
"누구 닮았는데?"
"우리 할머니 젊었을 때 닮았어요. 우리 외할머니요."
허걱. 할머니란 소린가 싶어 마음이 쿵 내려앉았지요.
"할머니 젊었을때? 예뻤어. 안예뻤어?"
한참을 망설이던 기현이는 어렵게 입을 뗐습니다.
"안 예쁜데....."
저런 저런 오늘 스타일이 기현이 마음에 안드는 모양입니다. 단발머리에 꼬불 파마를 해놨으니
기현이가 생각하는 딱 70년대 아줌마 파마 모습이었을 거에요.
그나마 반머리로 핀을 했을 때는 스타일이 나아보여서 아이돌 얘기를 했던 모양인데요.
오늘은 영락없이 아줌마 파마 머리가 맞습니다.
녀석 눈썰미가 대단하다 싶었지요.
"기현아 이제부터 할머니라고 불러. 너네 할머니 닮았으니까. "
웃으며 이야기 하니 기현이도 씨익 웃으며
"네. 할머니."
그럽니다.
에이. 얼른 머리를 묶어서 뽀글 파마머리를 숨겨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요.
이 대화를 가만히 듣고 있던 진교가 나섭니다.
"왜 선생님보고 할머니라고 해. 선생님 할머니 아니잖아."
하연이도 한마디 보탭니다.
"맞아. 기현선배님 왜그래. 너무나도 아름다운 나를 닮은 선생님이잖아."
푸핫. 녀석들 덕분에 웃습니다.
오늘은 할머니도 되었다가 10대 청소년도 되었다가 변신이 화려합니다.
어찌됐든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나의 헤어스타일 변신을 알아봐준 기현이의 눈썰미가 고마울 뿐입니다
아이들은 또 아무일 없었던 듯 자기 할말들을 이어갑니다.
"오늘 급식은 뭐가 나오나. 어. 초코쿠키가 나오잖아."
"초코쿠키 맛있겠다."
세 녀석이 우르르 식단표에 다가가 좋아하는 음식들을 꼽으며 시끌벅쩍합니다.
오늘도 녀석들 덕분에 한바탕 웃으며 빙그레 하루를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