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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현의 생각의 정원 Nov 01. 2023

아프냐. 또 아프냐.

아침부터 몸이 찌뿌두두 한것이 요상합니다. 

엊그제부터 누군가 때린 것처럼 온몸이 아프더니 그렇습니다. 

그래서 어제도 뜨거운 물에 반신욕을 어지러울때까지 하고 일찍 잤거든요. 

오늘아침에 개운해질 줄 알았는데 아닙니다. 

여전히 몸이 물에 푹 젖은 솜이불같습니다. 

입안에 혓바늘이 돋았다 겨우 약발라 나은지 얼마 안되었는데요. 

다리에는 원인도 모를 멍이 져있고 머리는 지끈 지끈 코는 맹맹합니다. 

내 몸 상태와는 상관없이 야속하게 6시40분에 제할일을 하고야 마는 알람덕에 

무거운 몸을 일으킵니다.

오늘은 아이들 시험보는 날입니다. 시험감독을 해야하기에 병가는 어림도 없습니다. 

평소에도 아이들 수업 때문에 생각도 못할 일인데요. 시험때는 상상불가지요.

그러니 이 몸을 일으켜 준비를 해야하는데요. 마음 속에서 욕이 나오고 맙니다.

'에이씨. 하루 쉬고 싶다. 진짜.'

아들 녀석이 감기를 옮겨와서 머리가 아프다. 코가 막힌다 하더니 어김없이 

감기를 나에게 옮긴 모양입니다. 

안그래도 몸이 무거운데요. 이거 야단입니다. 

몸이 한군데 아프면 다행이라는 갱년기입니다. 한번에 두군데 이상 아파서 하루에 병원을 

두 군데 가야하는데요. 평소에도 그런데 감기까지 겹치니 큰일이지요. 

얼마전부터 고질병인 중이염이 낫질 않아서 청력까지 떨어져 두달 넘게 항생제를 먹고 

다 회복도 못했는데요. 다시 감기라니 생각만 해도 질색입니다. 

툴툴 털고 일어나고 싶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습니다.

천천히 몸을 일으켜 준비를 시작합니다. 

"아들아. 오늘 학교 쉬어."

준비를 마치고 나오기 직전 아들의 이마를 만지며 말했습니다. 

"학교 쉴 정도로 아프진 않아. 이정도로 학교 쉬는건 양심에 걸리는걸."

어제 어지럽다며 기운이 너무 없다고 하던 아들인데요. 기어이 학교를 가려고 하네요.

"아니야. 중학교 가면 아파도 못쉴때가 많아. 진도 때문에 . 그러니까 초등때라도 쉬어. 괜찮아."

몇번의 설득 끝에 아이를 안심시켰습니다. 

"선생님에게 내가 연락할 테니까 염려마. 푹자고 푹쉬어. 아플땐 그래도 돼."

내가 나에게 건네고 싶은 말을 아들에게 건넸습니다. 

아이는 만족한 표정을 지으며 다시 이불 속으로 깊이 빠져들었습니다. 

버스를 타려고했는데 아직 올시간이 멀었습니다. 

감기에 아침 찬바람은 쥐약입니다. 하지만 지금 걷지 않고 멍하니 버스를 기다리다가는 

지각하기 딱입니다. 아침 일찍 찬바람이 감기에 안좋지만 어쩔수 없지요. 지각은 더 안될일이니까요. 열심히 걷다가 빌라앞을 지나는데 한 여인이 불쑥 나옵니다. 

머리에 귀여운 머리띠를 두른걸보니 지난번에도 본적이 있습니다. 

잠옷차림으로 집밖에 나와 이불을 열심히 털고 있었거든요. 옷차림 때문에 기억에 남았는데요. 오늘도 역시 잠옷에 세수할 때쓰는 귀여운 캐릭터 면 머리띠를 하고 이불을 들고 나왔습니다. 허공에 대고 이불을 팡팡 털어주는데요. 부지런하다. 깔끔하다.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겨우 출근을 위해 일어난 나보다 부지런하구요. 매일 침구를 터는 걸 보니 깔끔하구요. 

저렇게 탁탁 털어내면 깨끗해질 이불이 부럽습니다. 나도 저렇게 탁탁 털어내면 깨끗한 상태로 리셋되면 얼마나 좋을까 싶습니다. 하지만 앞서 걸어가는 군인이 내 마음속에만 아저씨일뿐 아들뻘이 되어버린 나니까요. 탁탁 턴다고 원래의 아무 아픔도 없는 건강한 나로 돌아오지는 못하겠지요. 

터덜 터덜 지하철로 들어서며 편의점에 들러 쌍화탕 하나를 샀습니다. 

다시 기운을 내야지요. 오늘은 학교 끝나는 길에 한의원에 들러 침이라도 맞아볼까 싶습니다. 

자주 아프고 잘 안낫는 몸이지만 이 몸을 이끌고 앞으로도 몇십년을 살아가려면요. 

탁탁 털지는 못해도 살살 다스려 토닥여는 줘야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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