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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현의 생각의 정원 Nov 02. 2023

매력적인 사람

[선생님 오늘 연수 있는거 아시죠. 이따가 뵐께요.]

연수 주최자 선생님에게서 메시지가 왔습니다. 바빠서 참석을 못할 연수였는데요.

강의자를 보고선 마음이 달라졌습니다. 

굉장히 유명한 선생님이셨거든요. 왠만한 교사라면 이름을 알법하게 

대외적으로 활동을 많이 하는 분이셨습니다. 

이름을 들어본 적도 있었기에 나도 어떤 분인가 궁금하여 페이스북에 들어가봤어요. 

교사의 교권에 대해서도, 학생들 교육에 대한 생각도 묵직하니 좋았습니다. 

저 정도 깊이있는 생각을 가진 분이라면 한번 만나봐도 좋겠다 싶었지요. 

나이들수록 아무나 만나지지 않잖아요. 나에게 좋은 영향력을 주는 사람에게서 긍정적인 

기운을 받고 싶잖아요. 모임에도 신중하게 나가게 되는데요. 오늘회의도 있고 

현장학습 갔다 가려면 시간이 촉박했지만 모든 스케줄을 조절했습니다. 

좋은 사람은 일단 만나보는게 좋으니까요. 

기대가득한 마음으로 강연장에 도착했습니다. 

미리 와 있던 선생님들과 인사를 하고 강연자 선생님을 맞이했지요. 

큰 키에 눈빛이 촉촉하니 깊이가 있는 분이었습니다. 

소문대로 멋진 분위기를 풍기더군요. 연수내용이 더욱 기대가 되었습니다. 

연수 주제는 학생들에게 어떻게 구조적인 환경을 만들어 학생 성장을 도모할 

것인가였습니다. 안그래도 선생님 책에서 다뤘던 주제여서 궁금했었는데요. 

이번에 강의를 잘 들어 아이들에게 조금 이나마 나은 선생님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했지요. 

강의가 시작되었습니다. 

선생님은 그간에 맡았던 학생들과 지금 학급 이야기들을 섞어 가며

 강의를 하셨습니다. 실제적인 경험담과 이론이 잘 버무러진 강의였지요. 

그런데 강의가 흘러갈수록 뭔가 이상하다 싶었습니다. 

강의의 내용이 책의 내용에서 하나도 나아간게 없었기 때문입니다. 

책만 읽어도 모두 알 수 있는 내용이었습니다. 

책의 내용은 초등학생의 예시였구요. 오늘은 중등 선생님을 대상으로 한 강연이었지요.

그렇다면 본인의 원래 이론에 더해 중등 학생과 교사에 대한 고민이 더해져야 

강의가 빛을 발했을 텐데요. 전혀 아니었습니다. 강의는 어디서나 들을 수 있는 ,

대상을 반영하지 못한 플랫한 강의였습니다. 

강의 시간이 지날수록 ' 이 분이 이 강연을 위해 도대체 준비한게 뭐지?'

라는 질문이 가슴에 의문으로 남았구요. 의문은 점점 커져가기 시작했습니다. 

대상에 대한 존중과 배려와 고민이 빠진 강의는 그야말로 앙꼬없는 찐빵이었지요.

기대했던 모습과 처음에 본 이미지가 점점 깨지는 것 같았습니다. 

"선생님 끝나고 강연자 선생님하고 함께 회식하시죠. 시간 되시죠?"

연수를 준비하신 선생님이 물으셨습니다. 

"죄송해요. 시간이 안될것 같아요."

시간을 내자면 가능하긴 했는데요. 굳이 시간을 내고 싶지 않았습니다. 

나중에 들어보니 그 강사분은 함께 식사한다고 했다가 약속이 있다면서 

식당에서 식사만 포장해서 가버렸다고 해요. 

마지막까지 실망스러운 모습이었습니다. 

차라리 만나지 않았더라면 좋은 이미지로 오래 기억되기라도 했을 텐데요. 

만나지 않은 것만 못했지요. 

그런 사람이 있습니다. 화면에서 보거나 책으로 만날때 충분히 매력적인데요. 

실제로 만났을때 그만큼의 카리스마나 분위기를 내지 못하는 사람요. 

그런 사람을 보면 적잖이 실망하게 됩니다. 

물론 그 사람이 내게 기대하라고 한 적도 없으니 억울할 수도 있겠지만요. 

반대로 만나보면 더 좋은 사람이 있습니다. 

기대했던 것보다 더 좋은 사람이 분명있지요. 

글이나 화면에서 느껴지는 것보다 훨씬 긍정적이고 좋은 에너지를 가진 사람이 그렇습니다. 

만나는 사람을 배려하고 그 만남에 최선을 다하며 경청하는 사람을 보면

'저 사람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매력적인데.' 싶지요. 

"선새님은 에너지가 참 좋으세요.선생님은 참 솔직하세요. 글에서 그렇게 자기를 드러내기가 쉽지 않거든요. 이렇게 만나보니 글보다 선생님이 훨씬 더 매력적이시네요."

얼마전 만났던 출판사 사장님이 내게 건넨 말입니다. 워낙 비대면으로 일을 처리하는 시대잖아요. 출판사 계약도 줌이나 아니면 유선통화만으로도 충분히 가능한 일인데요. 

출판사 사장님이 굳이 얼굴보고 계약을 하시겠다더라구요. 만나봐도 좋겠다 싶어 대면계약을 하게 되었는데요. 출판사 사장님이 가면서 그 말을 하시더라구요.

서른무렵 성당 모임에서 

"너는 주변을 항상 밝게 빛나게 하는 에너지가 있어. 너만 있으면 주변이 환해지는 것 같아."

라던 오빠의 말이 떠올랐습니다. 

물론 나를 실제로 만나보니 영 아니다 싶었던 사람들도 많았겠죠. 그런 사람들은 아무말도 없이 조용히 나를 손절하고 떠났겠지요. 그래서 나 조차 기억조차 남아있지 않을 텐데요. 그런 말을 들으니 내가 더 나다워지고 좋은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하게 되더군요. 

나이를 먹으면 감추고 싶은게 많아져요. 얼굴의 주름을 숨기고 싶듯이 내가 가지지 못한 것과 나의 부족함을 자꾸 숨기고 싶어지지요. 감출수가 없고 드러날 수밖에 없는데도요. 감출 수 있는만큼 최선을 다하고 싶은데요. 어쩌면 반대로 생각해보면 어떨까 싶어요. 

부족하고 미숙한 나라도 그대로 드러내보면 어떨까요. 솔직하게 모르는 걸 말해도 이제는 그게 더이상 부끄럽지 않다는 걸 알게되었으니까요. 부족한게 나 맞다. 그렇지만 배워보겠다. 채워나가겠다는 자세로 다가가면 그게 더 매력적이지 않을까요. 

나이만큼 깊어지고 무거워질 필요는 없는것 같아요. 나이가 들어도 깃털처럼 가볍게 나를 표현할 수 있는 솔직함이 있다면 충분히 매력이 있을 거에요. 상대에 대해서 함부로 판단하지 않고 순수한 마음으로 알아가는 아이같은 마음이 나를 더 깊이있게 만들어주겠지 싶습니다. 

모르겠어요. 그래서 내가 아직도 철부지인지도요. 하지만 나는 이런 나의 생각이 나를 더 만날수록 좋은 사람으로 만들지 않을까 싶습니다. 내가 가진 좋은 에너지와 순수함을 나이 속에 감추지 않을 겁니다. 무게잡으면 있는척 하지 않을래요. 모를때 모른다고 말하는 용기를 갖고 나이들고 싶습니다. 그게 가장 나다운 모습이니까요. 숨기지 않고 부끄러워 하지 않을래요. 이것이 내가 나를 더욱 더 사랑하는 방법이라 믿습니다. 

이번주에는 저명인사의 오프라인 강의가 나를 기다립니다. 내가 굳이 오프로 만나자고 주장해서 이뤄진 모임이에요. 화면에서 보이는 강단과 위트와 배려심을 실제로 느껴보고 싶었거든요. 과연 그분은 생각만큼 매력적인 분일지 꽝일지 기대가 되는데요. 이래서 사람을 알아가는 일이 어렵지만 재미가 있는 것 아닐까 싶습니다. 세상에 숨겨있는 매력적인 사람과 만나 에너지를 주고 받는 일은 그 어떤것보다 가치있는 시간이니까요. 이번 주 토요일은 기다리며 나는 또 설레입니다. 이 만남이 나에게 기쁨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나 또한 그들에게 기쁜 만남이기를 기대합니다. 한 사람이 오는일은 그만큼 놀랍고 아름다운 일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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