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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현의 생각의 정원 Nov 06. 2023

끝까지 버텨내는게 모기뿐만은 아닙니다.

 올해는 가을이 무척 빨리 왔습니다. 

한참 뜨거운 여름이 지나는가 싶더니 찬바람이 불면서 9월부터 선선해진것 같아요.

어떤날은 좀 추운가 싶은 날이 있을 정도였지요.

지구온난화 때문에 알수 없는 날씨라고는 하지만 짧아서 있는지 없는지도 

몰랐던 가을이 길어졌다 생각하니 행복하기만 했는데요. 

반가운 마음과 달리 날씨가 더웠다 추웠다 하니 독감이 일찍 찾아왔습니다. 

급격하게 변화하는 날씨에 우리 몸이 잘 적응을 못했으니까요. 

날씨 변화에 적응을 못하고 우리가 헤매일때도 굳건히 자기 자리를 

지켜내는 것이 있었는데요. 그건 바로 모기였습니다. 

바깥날씨가 제법 쌀쌀해서 긴팔과 외투를 걸치는 사람과 달리 

모기는 따뜻한 실내로 모여들었습니다. 

실내에서 조용히 숨어있다가 잔뜩 웅크려 집안으로 돌아오는 사람을 공격했지요. 

"참 똑똑하기도 하다. 그 녀석들. 바깥날씨가 이렇게나 추운데도 살아남는다고.

대단하다. 대단해."

도둑처럼 숨어있다가 잠 잘때면 귀 옆에서 소리로 존재감을 한껏 드러내며 

소중한 피를 뽑아가는 모기가 얄밉고도  대단하다 싶었지요. 

어쩜 그렇게 제 살길을 잘 찾는지 한낱 벌레가 어쩌면 사람보다 나은 면도 있구나 싶어 

아찔하기도 했지요.  내 아이가 부디 저런 모기처럼 생명력이 강해서 어디서든 

눈치껏 살아남았으면 좋겠다는 욕심이 생겼습니다. 

모기에 물려서 쩔쩔매는 아이를 보며 제발 모기보다 나은 아이가 되어달라고 

말도 안되는 이유를 갖다 붙였지요. 


 녹보수를 처음 데려오던 날 초보식집사는 신이 나서 분갈이를 했습니다. 

영양가득한 새 흙으로 갈아줘서 녹보수를 잘 돌보고 싶었거든요.

녹보수의 뿌리에 묻은 흙을 털어내고 새 흙에 정성껏 심었습니다. 

그리고 나서야 녹보수 키우는 법을 검색하였지요. 

빨리 좋은 환경을 마련해주고 싶은 마음에 공부도 안하고 행동부터 한 셈인데요. 

자료를 찾아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녹보수는 분갈이를 할때 절대 뿌리를 건드리지 않아야 한대요.

뿌리를 건드리면 너무 자극이 되어서 식물이 힘들어할수도 있다구요.

그 사실을 알고  초보식집사인 나는 가슴이 쿵 내려앉는 것 같았습니다. 

녹보수가 금방이라도 죽을 것 같았거든요.

얼른 녹보수의 잎들을 이발해주었습니다. 상한 뿌리에 너무 많이 달린 잎이 버거울 것 

같았거든요. 잎의 수를 줄여서라도 뿌리의 부담을 덜어주고 싶었지요. 

그렇게 녹보수는 겨우 자리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그때부터 분갈이를 하기전 식물에 대해서 공부하고 충분히 안 다음 

행동해야한다는 것을 확실하게 배우게 되었지요. 

그러면서 또 생각합니다. 

나는 내 아이를 얼마나 공부했나. 그 아이를 제대로 보고 

아이에게 꼭 맞는 환경을 마련해주고서 

너 모기만큼이나 강인한 생명력을 갖고 있느냐고 

안달복달 했었나 돌아보았지요. 

아이에 대해서 알지도 못하면서 남이 좋다니까 남들 하는대로 

무작정 따라서 시키고 있었구나 싶었습니다. 

아이가 중학교에 들어가니 성적표가 나옵니다. 

그 성적표에서 평균보다 월등히 높은 점수를 내기 위해서 

학원에 밀어넣어 아이의 생기를 잃게 한 것이 나였는데 말이지요.

그걸 눈치재지도 못하고 아이보고 왜 이리 잘해내는게 없느냐며 

닥달만 한 꼴입니다. 

실상 아이도 모기처럼 아니 모기만큼이나 제 자리에서 살아남기 위하여 

애쓰고 있다는 걸 왜 몰랐을까요. 

그 노고는 알아주지 않고 왜 더 못하냐고, 더 잘나지 못한거냐고 

원망만 하고 있었습니다. 

아침 출근길 버스를 탔습니다. 지하철 시간이 바뀌어서 7시 42분 지하철을 타면 여유롭게 출근합니다. 버스가 조금 늦어서 7시 49분 지하철을 타게되면 지각을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지요. 여느때처럼 버스를 탔는데도 시간에 쫓기는 기분입니다. 버스가 교통상황에 따라서 도착하면 그 때 내리면서 지하철 시간을 맞출 때와는 마음가짐이 다릅니다. 지금 내가 타고 있는 버스가 언제 어느시점에서 어느 정류장에 내리는지, 사람이 얼마나 늦게 타고 내리는지. 신호는 몇번이나 걸리는지가 모두 신경쓰입니다. 모든 것이 내 시간 계획과 맞지 않게 돌아가는 것 같아 마음이 바쁜데요. 여느때 버스가 도착하면 도착하는대로 지하철을 맞춰 타던 때와 비교하면 그야말로 마음이 지옥입니다. 내가 목표하는 시간에 맞춰야 하니까요. 하지만 교통상황이 내 마음대로 되는게 아니잖아요. 차라리 목적시간 없이 버스를 타는 것이 훨씬 더 낫습니다. 내가 종종 거린다고 버스 도착 시간이 달라지는건 아니니까요. 

아이도 마찬가지 아닐까 싶습니다. 내가 닥달하고 목표를 세우고 밀어붙인다고 해서 아이가 그 목적지에 그대로 도착하는 것은 아닐겁니다. 중간에 쉬고 싶기도 하고요. 엄마가 세운 목표가 아이에게 맞지 않을 수도 있으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모르겠다 하고 밀어붙이는 내 자신을 보며 아이에게 지옥을 살게 하는게바로 나였구나 돌아보게 되었지요. 

아이도 아이 나름대로 눈치껏 열심히 살고 있을 겁니다. 어떻게든 그 공간에서 살아남고자 노력하고 있겠지요. 그 아이의 노력을 어설프다고 섣부르다고 무시하지 않아야 겠습니다. 도리어 애쓰고 있다고 너의 그 노력을 내가 알고 있노라고 말해줘야해요. 그래야 아이도 다시 힘을 내서 제 인생을 꾸려갈 테니까요. 

나는 그저 아이가 불편하지 않을 환경만 마련해주면 됩니다. 과하게 영양제를 주지 않고 적당한 바람과 빛, 물을 내어주면서 건강하게 뿌리를 내리도록 말이죠. 그렇게 좋은 환경에서 편안하게 아이가 자랄 수 있도록 따스하고 안정적인 분위기를 내어주는 것. 그것이 아이를 위해서 내가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곧 여름 모기는 사라질겁니다. 한겨울의 추위를 견뎌낼 수는 없을 테니까요. 치열하게 한여름을 끝까지 살아낸 모기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그 찬란한 모기의 일생이 찬란한 건 제 나름의 노력으로 여기까지 버텨내서 일겁니다. 모기처럼 하루 하루 열심히 살아내는 내 아이에게도 기꺼이 수고했노라며 박수를 보낼 수 있는 그런 부모가 되어보렵니다. 꿑까지 버텨내는 것이 모기뿐만은 아니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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