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에 한시간 신문기사 읽기 수업을 합니다. 시사에 대한 감각도 익히고 기사를 읽으면서 내용도 알 수 있으니까요. 친구들과 이야기해도 이슈가 되는 뉴스를 알고 있으면 도움이 되니까요. 여러가지 이유에서 매주 한가지뉴스를 선정해서 기사를 함께 읽습니다. 뉴스에서 관련된 뉴스를 찾아보며 기사의 내용과 배경지식에 대해 소개합니다. 기사를 읽고 어려운 단어의 뜻을 알아봅니다. 기사의 내용을 육하원칙에 따라 정리해보고 아나운서처럼 기사읽기도 하지요. 뉴스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나눠보구요. 마지막으로 단어 받아쓰기를 진행합니다. 이렇게 한 가지 뉴스를 정확하게 파악해보기를 하지요.
뉴스의 내용은 그때그때 달라집니다. 지난번에는 에버랜드 쌍둥이 판다 이름 짓기 이벤트에 참여했습니다. 아이들에게 이벤트 내용을 설명하고 어떤 이름이 마음에 드는지 투표도 했습니다. 찬우가 고른 이름이 선정되었다는 후기 뉴스도 소개하며 찬우의 안목을 칭찬하기도 했지요.
이번 주 뉴스내용은 지하철 파업에 대한 내용입니다. 아이들이 현장학습때 자주 이용하는 지하철입니다. 평소 관심도 많고 노선도를 외울 정도라 오늘의 주제로 정했습니다. 기사문을 뉴스로 먼저 접했는데요. 예상했던 대로 어려운 단어가 많았습니다. 어른들도 어려울수 있는 단어였는데요. 일단은 접해보고 알아가는 시간을 갖기로 했지요. 뉴스를 반복해서 들으며 중요하고 어려운 단어를 선정했습니다. '경고파업, 협상결렬, 실무자 교섭, 인력감축, 재정적자'등 만만치 않은 단어들이 나왔습니다. 한단어 한단어 쉽게 설명하고 뉴스내용에 대한 ox퀴즈를 진행했습니다.
"인천 지하철 노사가 파업을 했다."
아이들은 일제히 x표시를 했습니다.
"출근 시간엔 지하철이 운행을 안했다."
이 역시 아이들이 모두 정답을 맞췄습니다. 이런 식으로 뉴스 단어들을 익힌 다음
핵심단어들을 기사문에서 빠르게 찾아보았습니다. 아이들이 집중해서 단어를 찾아보았지요. 다음엔 뉴스 읽고 녹음하기를 했습니다.
처음에는 빠르게 읽거나 웅얼거렸습니다. 어려운 단어는 몇번이나 반복해서 말했습니다. 단어가 입에 붙지 않았으니까요. 처음 실수한 녹음 본을 같이 들었습니다. 교정할 부분을 알려주었지요.
"아에이오우 해보자. 입을 크게 벌리고 천천히 또박또박 읽는 거야."
뉴스에서 한 문장씩 색으로 칠해주고 반복 연습하게 했습니다.한번씩 연습하고 녹음했지요.
하진이는 마스크까지 벗고 적극적으로 한글자 한글자 읽어나갔습니다. 진표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긴장감을 표현했지요. 빨리 발음을 뭉개던 기주도 천천히 읽으려 노력했고요. 임금협상을 혐상이라 읽는 찬우는 단어를 반복해서 연습했습니다. 두번째 녹음을 하고 들어보니 본인들이 생각하기에 결과가 좋았는지 기분 좋아 하며 서로에게 박수를 쳐 주었지요.
다음은 육하원칙으로 기사를 정리해보는 겁니다. 육하원칙에 맞게 기사문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는 것을 시범보여주었습니다.
"1-9호선 서울 지하철이 9-10일 사이 서울에서 임금협상 결렬로 경고파업을 합니다. 인력감축 반대에 대한 협상이 결렬되었기 때문입니다."
뉴스에 나오는 단어들이 낯설고 어려운 한자말이잖아요. 아이들이 어려워했지만 자꾸 입에 붇도록 반복해서 말하게 했습니다. 뜻을 쉽게 설명하며 말하게 하자 아이들도 곧잘 발음했습니다. 지하철 파업에 대해서 아이들은 불편하겠다며 아빠의 출근길을 걱정했습니다. 출근길은 괜찮은데 퇴근 시간에 지하철 배차간격이 넓어 걱정이라고도 했지요. 지하철 파업에 대해서 어느정도 이해한 것 같았지요.
마지막으로 아이들이 선생님이 되어 받아쓰기 문제 부르기를 했습니다. 뉴스에 나오는 핵심단어를 부르면서 단어를 써보는 활동인데요. 서로 문제를 부르고 싶어합니다. 선생님 역할이 좋으니까요. 간단하게 구구단 외우기 게임을 통해서 승자가 문제를 부르기로 했습니다. 하진이가 오늘은 출제자입니다. 하진이는 기사문을 보면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단어들을 문제로 불렀습니다. 나머지 친구들이 칠판에 받아쓰기 답을 적었습니다. 키가 180도 넘는 찬우는 키가 아담한 하진이가 점수주기 좋게 칠판 아래쪽에 답을 적어주었습니다. 다리를 넓게 벌리고 답을 쓰는 모습이 감동적이었지요.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이 하나 둘 생기는 것 같아 그 뒷모습이 더 멋지게 보였습니다.
받아쓰기가 끝나고 하진이가 답에 점수를 주었습니다. 조금 헷갈리는 맞춤법이 있을 법도 한대요. 정확하게 잘 적었네요. 100점 맞는 걸 좋아하기 때문에 조금 헷갈리는 단어가 있으면 얼른 옆 친구의 답안을 보고 쓰거나 고치기도 합니다. 이런 상황판단력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서 모르는 척 두는데요. 그래서 인지 모두들 항상 받아쓰기에선 90점 이상을 맞지요. 아이들이 칠판에 써놓은 글씨를 보니 참 제대로 배웠구나 싶었습니다. 물론 살면서 교섭 결렬이나 경고 파업이라는 단어를 재사용하기는 어려울지도 모르겠지만요. 어려운 단어라도 들어보고 써본 것은 다르니까요. 아이가 쓰기 어려운 말이라도 많이 접하게 해주고 싶었지요.
특수학급 아이들은 무슨 공부를 하는지 남들은 잘 알지 못합니다. 학습 능력이 그리 높지 않으니 유치원 생처럼 공부한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많은데요. 아이들도 똑같이 세상을 배우고 알아나갑니다. 그 세상이 너무 어렵고 복잡하면 조금 쉽게 풀이해서 설명해주지요. 특수교사 23년차 정도 되니 이제는 모든 상황을 쉽게 설명하는게 습관이 되어 말도 정말 길어지고 많아졌습니다. 아이들이 친구들이 배우는 모든 지식을 다 알지는 못하더라도 비슷한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봤으면 좋겠으니까요. 친구들이 쓰는 은어나 줄임말을 일부러 써가며 아이들을 자극하기도 합니다. 친구들과 대화가 통하고 시류를 읽어가는 아이들이었으면 좋겠거든요. 누군가 대화를 할때 '나 그거 들어봤어.'정도는 되었음 싶습니다. 우리 아이들도 생활연령이 있기 때문에 10대 후반인데도 동요를 듣거나 아이처럼 징징거리는 것은 아니지요. 나이에 맞게 아이돌 음악을 듣고 외모 관리도 하고 쇼핑도 하면서 그 나이의 삶을 그대로 누렸으면 좋겠습니다.
"기주형. 그렇게 걸어가면서 스마트폰 하면 스몸비야."
찬우가 오늘도 지난 수업시간에 배운 단어를 활용해서 대화를 합니다. 하나를 배우면 그 하나를 꼭 활용해주는 아이들 덕에 오늘도 나는 신나게 수업준비를 합니다. 구세대 라떼말이야 어른이지만 십대의 문화에 귀기울이는 이유입니다. 아이들에게 세상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아이들에게 보여줄 세상과 삶의 태도가 많아 오늘도 나혼자 부잡스럽게 바쁩니다. 내가 보여주는 만큼 세상을 보는 아이들을 위해 오늘도 세상탐구를 게을리 하지 않으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