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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현의 생각의 정원 Nov 09. 2023

친구가 제일 어려워요.

"찬우야 하진이 초등학교때는 어땠어? 그때도 친구들에게 잘못했어?"

답답한 마음에 찬우에게 물었습니다. 찬우는 하진이와 같은 초등학교를 졸업했습니다. 

하진이의 초등학교 생활을 알거 같았습니다. 

"하진이 선생님한테 많이 혼났어요. 친구들한테 욕하고 침뱉었어요."

그랬었군요. 중학교 들어와서 새로 생긴 버릇이 아니었습니다. 

우리 교실에선 애교쟁이에 능력자 하진이입니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머리가 아팠습니다. 친구들에게 못되고 굴고 욕을 하는 것이 

어떤 심리에서 그러는 건지 정말 궁금했지요. 

친구들이 순하고 잘 대해주니 마음대로 하는 건지도 모릅니다. 

아니면 너무 심심하고 수업이 지루해서 그러는 걸수도 있지요. 

문제 행동이 나타나면 어떻게 해결할까 고심을 합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문제 행동이 

내가 없는 원반에서 일어납니다. 친구들에게 피해를 주면 안되지요. 미움사는 행동도 하지 않았으면 싶습니다. 그래야 친구들이 우리 아이들을 예뻐할 테니까요. 

내가 보고 있는 상황이 아니라 한참 후에 전해 들은 이야기로 지도도 어렵습니다. 그 자리에서 바로 잡아주어야 행동교정이 일어나는데요. 어떤 마음과 상황인지 내가 알수 없으니까요. 

가뜩이나 머리가 아픈데 찬우가 빙그레 웃습니다. 하진이가 혼난게 조금 고소한 모양입니다. 

착하고 바른 찬우지만 가끔 저런 모습이 나옵니다. 우리도 나대는 친구가 혼날때 약간 고소한 마음이 드는데 겨우 숨기잖아요. 그 마음을 찬우가 나에게 들켜버린 것이지요. 

내일 하진이가 오면 문제 행동의 기능이 무엇인지 이야기 나눠보고 고쳐줘야겠다 생각했는데요. 그 찰나에 찬우의 웃음을 보니 이녀석부터 바로잡아야겠다 싶었지요. 

"찬우야 하진이 혼나니까 좋아? 왜 웃어?'

찬우는 아니라면서도 속마음을 들킨게 머쓱한 것 같습니다. 

"하진이는 하지 말라는데 왜 자꾸 하니까."

찬우가 대답합니다. 요놈 잘 걸렸다 싶었지요.

"그래. 하진이는 하지 말라는거 계속 하니까 나쁘지. 그런데 찬우야. 너는 왜 하라는걸 안하는 거야?'

찬우는 눈만 꿈뻑거립니다. 갑자기 자기에게 불통이 튀니 표현은 못했지만 당황스러웠겠지요..

"찬우는 우리반 모범생이잖아. 그래서 선생님이 심부름 시키는데 부끄러워서 형들에게만 미루더라. 이번엔 찬우가 심부름 좀 해보자. 청소 담당 선생님께 쓰레기봉투 받아오기다."

찬우는 가만히 내 말을 듣고 있습니다. 

"그리고 너 친구들이랑 매일 인사하기로 했잖아. 그런데 아직도 안했지. 너 친구 갖고 싶다며. 그럼 인사를 해야 친해지지. 친구가 다가오기 기다리기 말고 먼저 다가가보기로 했잖아. 그런데 찬우 아직도 친구에게 인사 안했지. 왜 그래?"

"인사 안하면 고등학교도 아무도 모르는데로 가야한다고 엄마가 그랬는데.  인사해야는데 아직 안했어요."

찬우가 술술 자기의 과오를 늘어놓습니다.찬우 엄마랑 함께 찬우 인사 시키기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로 입을 맞춰놓았기에 엄마가 으름장을 놓은 모양입니다. 이미 알고는 있지만 행동으로 옮기기는 쉽지 않은 일이지요. 

"그래. 그럼 더 이상 미루지 말고 오늘 해보자. 쉬는 시간에 누구랑 인사할래?'

찬우는 가장 만만한 초등학교 친구 이름을 댔습니다. 하지만 교실에 갔을때 그 아이가 없을 수 있습니다. 그럼 찬우에게 핑계를 댈이유가 생기지요. 나는 그러지못하도록 찬우가 아는 다섯명의 친구 이름을 모두 칠판에 적었습니다. 

"언제. 뭐라고 인사할꺼야?"

"쉬는 시간에 안녕이라고 할 거에요."

찬우는 약속했습니다. 지난번에도 순순히 약속을 했다가 지키지 않았습니다. 반장에게 인사한다고 했는데 그 친구가 다른 애들하고 말을 하는 통에 인사를 못했다는 거에요. 이번에는 다섯명이나 있으니 핑계대기가 쉽지 않을 겁니다. 

"좋아. 내일 아침에 와서 친구에게 무슨 이야기했는지 이야기해줘."

그렇지 않으면 멀리 떨어진 아무도 모르는 고등학교에 갈 수밖에 없다고 하자 찬우는 알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쉬는 시간 부리나케 쓰레기봉투를 받아온 찬우는 교실로 올라갔습니다. 어서 친구들을 만나야 인사를 할 수 있을 테니까요. 

"이렇게 심부름도 잘하네. 찬우야 친구랑 인사 잘하고 와."

찬우는 씩씩하게 인사하고 교실로 올라갔습니다. 

내가 보기엔 정말 흠결없는 아이입니다. 스스로 학교 생활도 정말 잘하지요. 다만 한가지 교실에서는 말을 안합니다. 의사표현을 안하고 가만히 있는 경우가 정말 많지요. 집에서 엄마에게는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하는데요. 적극적으로 다가갈 생각과 시도를 안하지요. 어쩔 수 없이 약간의 겁을 주며 찬우를 올려보냈습니다. 몇번이나 친구와 대화하는 스킬이나 이야기 주제에 대해선 알려줬거든요. 역할놀이도 같이 하며 연습도 했으니까요. 찬우가 제대로 인사를 해주고 왔으면 좋겠습니다. 그 특유의 당당하고 자신있는 미소로 쓱 웃으며 내일 아침 교실로 들어오기를 기대해봐요. 

그나저나 이 욕하고 침뱉는 아가씨는 어찌하면 좋을까요. 일단 실태를 조사하기 위해 어머니와 통화를 해봐야겠습니다. 왜 그러는지 마음을 알아야 행동을 바로잡아줄수 있을 테니까요. 

친구가 한명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아이들. 그런데 그게 가장 어렵습니다. 사람의 마음을 읽고 배려해줘야하는 일이니까요. 우리 모두에게 가장 어려운 인간관계를 10대 아이가 원활하게 시작하기가 쉽지는 않을텐데요. 게다가 입장 바꾸기가 더 어려운 우리 아이들은 더 하지요. 

내일은 또 수업시간에 입장바꿔 생각하기를 준비해야겠네요. 하진이 책상에 침을 뱉고 욕을 하면서 그 마음을 느끼게 해줄텐데요. 벌써부터 싫어라하며 반성한다고 큰 소리를 지를 하진이의 얼굴이 떠오릅니다. 부디 나와 연습하고 공부할 때처럼 그 마음이 교실에서도 오래오래 지켜지기를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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