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르르릉. 점심시간 교실에 전화벨이 울립니다.
이 시간에 전화걸 선생님의 전화인데요. 무슨일인가 싶어 얼른 전화를 받았지요.
"선생님. 오늘 모둠수업 중에 하연이가 책상에 침을 발랐어요. 전에도 꼬딱지를 바른 일이 있었나봐요. 책상 주인인 아이가 속상해서 울었어요. 모둠 시간에 그러면 수업이 안되서요. 모둠 시간엔 하연이를 도움반 수업하게 하면 어떨까 해서요."
역시 이상한 전화를 걱정거리를 달고 나타났지요.
하연이는 교실에서 가끔 친구들에게 침을 뱉습니다. 욕을 하기도 하는데요. 그래서 우리반 수업을 많이 내려옵니다. 조금이라도 친구들과 트러블을 줄이기 위해서입니다. 그런데 오늘 수업시간에 책상에 침을 발랐다고 하니 당황스럽네요. 전시간까지 우리교실에서 수업 잘 마치고 문제없이 갔거든요. 예쁜 말 쓰라며 당부하고 보냈는데요. 몇십분 만에 사건이 터진 것이지요.
"다행히 다음 모둠 시간은 지원실 수업이네요. 다음번 모둠 시간에는 제가 연락드릴까요?"
뭐라고 답을 해야할지 모르겠어 망설였습니다. 모둠 시간에 우리반에 보낸다는것이 당황스러웠으니까요.
"이번 모둠 수업은 끝이니 괜찬을 거 같구요. 다음 모둠시간에도 그러면 저에게 전화를 주세요. 제가 부모님과 이야기해서 행동은 교정되도록 지도를 해 보겠습니다."
전화를 끊었습니다. 머리가 아파왔습니다. 왜 도대체 그런 행동을 했을까 분석하기 시작했지요.
'하연이는 반 친구들이 만만했을 수 있다.'
첫번째 가설입니다. 친구들이 자신이 잘못해도 화를 내지 않으니 자기 하고 싶은대로 할 수 있었을 겁니다. 잘못된 행동에 대해서 따끔하게 말하면 알고 고치려고 하거든요. 그런데 반에서 친구들이 아무도 그런 말을 안해주니 제 마음대로 행동했을 수 있지요.
' 하연이는 휴지가 없어 침을 책상에 묻혔고 평소 하던대로 꼬딱지를 발랐을 수 있다."
위생관념이 그렇게 뛰어나지 않으니 그럴수 있습니다.
그런데 다른 친구가 보기엔 자신의 책상이니 너무 더럽고 불결하게 느껴질 수 있었겠지요.
가능성은 있지만 잘 모르겠더군요. 평소 하연이가 교실에서 어떤지 알아보기 위해
담임선생님을 찾았습니다.
" 선생님 하연이가 혹시 아이들에게 못되게 구나요?
우리 교실에서 가끔 제 멋대로 하는 아이였습니다. 너무 제 뜻을 다 받아주고 공주처럼 자라서 역지사지가 어려웠거든요.
"아니요. 그렇진 않아요. 애들이 예뻐하고 잘 지내요. 자연스럽게 하연이에게 맞춰주는 우리반 애들 보면 참 이쁘거든요. 그 장면이 정말 감동스러워요."
나는 담임선생님이 상상한 아름다운 그림을 깰 수밖에 없었지요. 자초지종을 설명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반 아이가 울었다구요?아~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봐야겠어요. 잘 지냈는데 무슨 일일까요?"
내 얘기에 심각해지는 선생님에게 미안했습니다. 내 아이가 선생님에게 민폐를 끼치는 것 같아서요.
"하연이에게 미안하다고 편지쓰라고 할게요. 애들한테 미안한데 빼빼로 데이에 뭐라도 좀 돌릴까요?"
선생님은 정석을 하셨습니다.
"아니요. 애들한테 고맙다고 인사하고 챙기는건 제가 할께요. 그건 아니에요. 같이 잘 지내는게 맞죠. 하연이도 우리반 친구인데. 그런것도 배워야죠."
선생님은 미안해하는 내 마음에 극구 반대를 하셨습니다. 나는 여전히 선생님에게 미안했지만 선생님은 계속 괜찮다고만 하셨지요.
"그래서 모둠 시간에 수업을 못한다고 하셨다구요. 다음에 또 그러면 어떻게 해요. 그냥 같이 해야지."
선생님은 교과선생님의 말에 오히려 서운함을 표현하셨습니다. 수업 시간에 아이가 갑자기 울고 그래서 모둠 수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을 겁니다, 교과선생님이 당황하셨을 법 한대요. 그렇다고 수업시간에 배제하는 건 아니지 않나 싶으셨던 게지요. 나는 그제서야 내가 전화를 끊고 왜 이렇게 기분이 나빴었는지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그 순간 차라리 모든 시간에 우리반에서 하연이가 수업하게 하는게 나은거 아닌가 생각했거든요. 이유가 있었던 거지요.
"음악 시간에 하연이 목소리 진짜 커. 너무 커서 화음 넣는데 엄청 음을 헷갈리게 해. 그래서 내가 하연이한테 말했어. 이번 한번은 쉬라고. 다른 아이들 화음 연습 한번 하고 그 다음엔 하연이도 부르게 해. "
음악선생님이 들려주었던 하연이의 후일담이 생각났습니다.
"어느 날은 하연이가 너무 떠드는거야. 애들 목소리가 하나도 안들릴만큼. 그래서 내가 소리를 질렀어. 하연이 조용히 좀 하라고. 그랬더니 하연이가 그때부터 엎드려서 자더라. 괜히 미안해지게. 하연이 마음에 상처 받은거 아니겠지?'"
어느 날은 수업 방해해서 혼나는 당연한 결과인데도 혼내놓고 마음쓰여 하셨지요. 단순한 하연이는 벌써 그 시간을 잊어버렸지만 선생님의 마음에 미안함으로 남아있던거에요.
"하연이에게 물어보니 다 잊었던데요. 걱정마세요. 그리고 잘 혼내셨어요. 수업시간에 떠들면 혼나아죠."
특수교육에 대해 따로 배운 적이 없는 일반교사들은 당연히 우리 아이들이 어려울 겁니다. 잘못하면 똑같이 혼내라고 우리가 말하지만 그래도 되나 미안해하시지요. 내가 일반 아이들 대하는 것이 어렵듯 똑같을 거에요. 그래서 어찌할지 몰라 모둠시간에 빼면 안되냐는 말을 하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어찌됐든 그 시간의 총지위권을 가진 건 선생님이잖아요. 구슬리든 혼내든 사과시키든 해서 해결을 하셨어야죠. 나에게 그 시간엔 수업에 함께 할 수없다고 말하면 곤란하지요. 곤란한 상황이 순간순간있을텐데요. 그때마다 내가 옆에 있지는 않을테니까요.
기분이 나빠진 이유는 알았지만 쉽사리 좋아지지는 않았습니다. 아직 하연이가 왜 그랬는지는 알지 못했으니까요. 반에서 울었던 친구는 담임선생님이 잘 달래보겠다고 하셨으니 이제 나는 하연이 엄마와 통화를 해봐야겠습니다. 이런 전화 할때마다 마음이 떫떠름 하지만 별 수 없지요. 배워가고 고쳐가는게 학교고 아이니까요. 하연이의 이 행동을 고쳐야 친구들과 함께 할 수 있으니 마음을 단디 먹고 수화기를 들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