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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현의 생각의 정원 Jul 24. 2020

특수교사는 왕따다

주류와 비주류

기득권 지키기

정규직과 비정규직

보수와 진보


어릴 적 관심도 없던 이런 단어들을 되뇌이게 된것은 내가 특수교사가 되고 부터이다


특수교사는 왕따니까


'이렇게 제도적으로 근본적으로 외롭고 외로운 직업인 줄 알았으면

특수교육과를 안 갔을 껄

장애인이 안쓰럽고 장애인을 돕고 싶고 그런 마음에 별 생각없이 선택한 과였는데

이렇게 평생 나조차 약자이고 나조차 외로울줄 몰랐어."


오랫만에 만난 친구이자 직장동료이자 oo 중학교 특수교사인 그녀의 넋두리다.


특수교육과에 다닐때 장애인을 만나본 적이 그리 많진 않았다

이론으로 장애를 배웠고 특수학교에서 잠깐씩 봉사활동 할때 본게 다였다.

내가 대학에 다니던 90년대말에는 장애인을 일상에서 보는 일이 많진 않았기에

특수교사를 만나는 일은 더 적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도 너무나도 치명적인 매력을 풍기는 자폐 아이들을 만나기 위해

 정서장애 특수학교에 교생실습을 갔을 때다.그들의 생활을 제대로 처음 본것이...

 한달동안 아이들과 지지고 볶고......

 힘들긴 하지만 그래도 보람된 학교 생활을 하고 있는 특수교사들은 지쳐보였지만 외로워보이진 않았다.

임용고시를 보고 특수학교에 첫 발령을 받았을 때조차

 나는 특수교사에 대한 희망에 부풀었다

매일매일 장애가 심한 아이들을 어떻게 잘 이끌어줄까 사회와 통합시켜줄까 라는 생각에

첫학교의 5년이 훌쩍 지나갔다. 아무리 1을 가르쳐도 0.00000001만큼만 발전하거나 그대로인

아이들 틈에서 그리고 그런 아이들을 체념?한 엄마들 사이에서

성취감이 없어 고민하긴 했지만 적어도 같이 고민할 동료들이 있었기에

외롭진 않았다. 매일 육체적으로 지쳐서 사실 외로울 틈이 없었지



나의 왕따생활은 그 다음 일반학교 특수학급에 발령나면서 시작되었다.

신설학교였다. 교장,교감 포함해서 15명의 교직원이 전부였다.

같이 모여서 교화와 교목과 교가,교훈을 정했고 학교 개교기념일을 의논했다

특수학급이 처음이라 교실도 만들어야 하고 학급 업무도 익숙하지 않았다.

결코 작은 일이라고 할 수없는. 지금도 작은 학교라고 할만큼 나혼자 만들고 짓고 교육과정도 짜야하는...

결코 작지 않은 업무였다. 그렇지만 누구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15명이 학교의 모든일을 나눠해야했기에 서로 업무를 가지고 네 업무 니업무 싸움이 잦았다.

내일을 열심히 하고 있었지만 내게 찾아온 것은 보건 업무를 더 하라는 지시였다

'선생님은 아이들 수가 적잖아.

유치원 수준의 아이들 데리고 유치원같은 환경에서 수업 같지 않은 수업 하면서

보건 업무 정도는 같이 해줘야지.'

업무를 떠 넘겨줄때와는 다르게 우리반 아이들이 배정되면 서로 담임을 안 맡겠다며

실갱이가 벌어졌다.

우리반 아이들을 일반교실에 맡긴 우리는 죄인이고 약자였다.

"아니 이런 아이들은 왜 일반학교에 오는 거야? 특수학교에서 자기들끼리 있는게 편하지 않나?

여기와서 뭘 배운다고.. 방해만 되는구만."

" 교육해도 의미도 없는 장애인들에게 무슨 이렇게 혜택을 많이 주는 거야. 정책이 잘못됐진

발전 가능성 있는 일반 애들도 혜택 못받는 애들이 수두룩한데.. 역차별이야 역차별"

지금이라면 장애인권차별로 입에도 담지 못할 말들은 내 면전에서 잘도 뱉어댔다.

그 이야기들은 나를 위축시켰고 지금도 그 학교쪽을 바라보고 싶지 않을 만큼 나를 생채기냈다.

우리반 아이들이 수업에 들어가든 안들어가든 늦게 들어가든 아무도 신경쓰지 않았다

'어디 갔다오니?'라는 한마디만 해줘도 아이들은 성은을 입은냥 기뻐할텐데

누구도 신경쓰지 않는, 교실안에 있지만 없는 아이

그 아이들과 더불어 내 설자리는 없었고......

나의 생채기는 늘어만 갔다.


장애인.통합교육.특수교육에 대한 교육이 전혀 안되어있었다

텔레비젼에서 나오는 중증 장애인에게는 울어줄 지언정

내 반에 있는 장애인은 부담스럽고 싫은게 현실이었다.

우리 반 아이들이 있는 반 담임은 누구도 신청하지 않았고

승진점수를 받고자 하는 사람들이 억지로 맡아 책임은 우리에게 떠넘겼다.

'현장학습엔 선생님이 따로 데려가세요. 내가 이 아이까지 어떻게 따로봐요'

'특수교사가 애들 몇 데리고 노는데 수업시간은 수업한다고 칩시다. 그렇지만

다학년 지도에 대해서는 성과급 점수 못줘요. 다교과지도도 해당안되니 뻬세요'

아이들처럼 내가 학교에서 당당히 설자리는 어디에도 없었다.

우리반 아이들이 매번 받아오는 꼴찌 성적표처럼 나의 성과급 성적표도 늘 꼴찌에서 일등이었다.



새로 옮긴 학교에서 새로운 실무사선생님을 만났다. 50대의 아주 평화로워 보이는 인상의 선생님이 좋았다

뭐든 다 받아줄거 같은 푸근한 인상의 선생님은 누구라고 기대고 싶게 만드는 사람이었다.

5월의 어느날인가 학교에서 검정고시 시험이 치뤄졌다.

아무래로 많은 낯선 사람들이 학교에 오기 때문에 그 다음날 오전은 재택근무를 하라는 공문이 시달되었다.

 급하게 온 공문이라 재택을 상신하고 있는데 실무사 선생님이 나에게 물었다.

"저희는 어떻게 해야해요? 아무 말씀이 없으세요."

평소 실무사의 복무에 관여를 안하던 나였기에 당황스러웠다.

행정실장에게 물어보니 모르겠다 공문시달이 없었다고 했다.

다른 학교에 물어보니 그야말로 케바케였다.

우리 옆반에서 검정고시가 치뤄지는데 교사는 재택근무, 실무사는 정상근무할 상황이었다.

 실무사 선생님은 흥분하기 시작했고 급기야 교육청에 전화를 걸어 따지기 시작했다.

 " 아니 특수교사 선생님이랑 저랑 같이 근무하는데 왜 다르게 근무해야 하냐구요"


선생님의 따지는 소리에 퍼뜩 정신이 들었다.

이런 거였구나 제도상의 문제...

나의 외로움 또한 이런 것이었겠구나

나는 재택근무를 한다는 것이 그 어떤 특권이라고 생각해 본적이 없다.

그냥 공문이 왔으니 그대로 할 뿐이었고 나의 재택근무가 실무사에게 폭력이요 불편등의 하나였다는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었다.

너무나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었는데 이것이 누군가에는 특권이 되었던 것이다.



일반교사들의 잘못이 아니었을 것이다.

 같이 나눌수 있는 교육과정이 없었다.

같이 나눌 아이들도 일반 샘들은 몇백명이라면 나는 고작 대여섯명..

아이들의 교육을 나누기에 그 아이들과 내 아이들의 격차가 너무 컸다.

선생님들은 식당에서 만날라치면 매번 우리반 아이들 이야기를 했다.그 이야기만 했다.

내 얼굴에 특수 혹은 ooo 아이들 이름이 씌여있는 것처럼 특수학급 아이들 이야기만 했다.

나는 다른 것들을 나누고 싶었다. 학교의 이야기들을 공유하고 싶었고 한명의 교사로 자리잡고 싶었다.

아이들을 위해 내 소리를 내고 싶었고 통합교육을 위해 같이 하자고 말하고 싶었다.

특수교사가 아니고 교사이고 싶었다. 학교의 일원으로 소리를 내고 싶었지만 일개 특수교사일 뿐이었다.

거의 대부분의 교육과정운영에서 매번 '특수'는 제외였다

회의를 가도 나에게 우리 아이들에게 해당되는 이야기는 별로 없었다

장애이해교육을 하려해도 일반아이들 30명 넘게 관리하는 담임들에게 우리 아이들 개별화 교육은 너무 먼 이야기였다.

성적이 우선인 아이들 틈에서 언제까지 인성만 강조하는 특수교사는 머물자리가 크지 않았다.

통합교육을 이야기하기에 교사가 할일이 너무 많았고 우리 아이들은 말귀 못알아듣는 한명의 손가는 아이일 뿐이었다.

 특수교사가 일반 교육과정안에 함께할 자리는 없었다.

우리 반 아이들이 일반 아이들 바라보듯 그립고 끼고 싶지만 결코 낄 수 없는 위치였다.

시작이 달랐기에. 추구하는 목표가 다르기에. 가야할 길이 달랐기에 나는 그렇게 혼자가 되었다.


존재감 없는 사람이지만 존재감 있고 싶습니다.



오늘도 우리반  남지는 교실에서 두리번 두리번 어울릴 친구를 찾는다.

나는 잘 모르겠는 학교 학사 문제를 어떤 선생님에게 물어봐야하나 두리번 두리번 교사 인터폰 목록을 뒤진다.

어쩌면 우리는 누군가가 차별하지도 않은 차별을 받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다르기에 .. 차별아닌 차별을 겪어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언제까지나 이어질지 모르는 왕따아닌 왕따, 누구도 계획하지 않은 왕따 생활에서

슬기롭게 살아남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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