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도 너무 다르다

"엄마 독서록 써야되는데 새로 읽은 책들이 너무 짧아서 어떻게 해요?"

밤마다 세계사 책을 읽어줬는데

본인 기준에

너무 짧단다.

용선생책은 지난 번에 썼던 책이라 안되고

비밀의 화원도 썼고 주홍글씨도.. 동물농장도 죄다 써서 안된단다

'아이 어쩌지'

오늘 독서록 숙제는 늘 하던 독서록 쓰기가 아니었다

선생님이 새롭게 내준 기자가 되어 등장인물의 심리를 인터뷰하는 내용

퍼뜩 생각하기에 본인이 가장 재미있었고, 인터뷰할만한 내용이 있는 책을 쓰면

될 거 같았다. 전에 쓰고 안쓰고는 중요한 포인트 아닌거 같은데

딸아이는 이미 그 기준대로 책을 고르고 있었다.

"누나 썼던 책 중에 재미있던 거 쓰면 되잖아."

본인의 독서록 숙제를 하고 있던 아들이 말했다.

"안돼"

"왜 안돼. 선생님이 물으면 새로 읽은 책이 없었다거나 이 책이 제일 재미 있었다거나

읽은 책이 다 짧아서였다고 이유를 말하면 되잖아."

"아니 싫어 내가 싫어 내가 싫다고"


휴~

딸아이가 또시작이다.

본인의 기준에서 벗어나면 움직이지 않는 소고집 부리는 아이.

선생님이 말한 것도 학교의 규칙도 아닌데 본인이 되고 안되고가 확실한 아이다.

"딸아..조금 힘 빼고 편안하게 살면 어때?

누구의 기준보다 너의 기준이 너무 너자신에게 까다롭다.

그럼 너가 너무 힘들어지지 않을까

엄마도 남들이 잘한다고 하는거 좋아하고 열심히 하는거 좋아하는데

그리 사니까 힘들더라

조금 힘빼도 살아도 괜찮더라고

즐겁게 유쾌하고 너무 serious 하지 않고 가볍게

어깨에 힘빼고 살아도

괜찮더라고."


"그래도 난 싫은데......"

"그래니 마음을 바꾸는게 쉽지않은거 알아

조금씩 바꿔봐도 좋지 않을까 엄마는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

아이는 묵묵부답 말이 없다.



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아들 녀석이 냉큼 훈수를 둔다.

"맞아 심각하게 살 필요없어.

나만 힘들잖아.

엄마 그런데 내꺼 독서록 쓰다보니까 책이름에 안 맞게 지은이를 밀려썼다

아이 뭐 그래도 괜찮지 뭐

그리고 선생님이 느낌 세 줄중에 두줄만 써도 된다고 했어.

그래서 두줄 씩만 썼지 ㅋㅋㅋ"

녀석의 독서록을 보니 아이구

글씨는 날라가고 내용은 뭐 ......

나는 마리앙뜨와네트가 싫다. 너무 짜증난다. 왜 그런지 모르겠다.

죽을 때가지 정치만 생각하다니 너무 힘들었을꺼 같다

왜 그랬을까


도대체가......


"야 이녀석아 너는 독서록 꽉꽉 채워서 써

선생님이 된다고 했어도 내가 안돼

대충해서 되는게 인생이 아니라고 이녀석아

그렇게 잔머리만 굴리다 언젠가 큰코 다친다

성실하게 조금더 규칙대로 하면 안될까?"


"왜 가볍게 살라면서......

난 싫어 이러면 좀 어때서 "

"이눔의 자식이"


글자하나를 써도 꼭꼭 눌러 정자로 쓰는 딸과

힘하나 안주고 날려쓰고 빨리 쓰고 틀려도 지우개가 필요없는 아들


규칙은 절대 지켜야하는 딸과

규칙은 바꾸라고 있다는 아들


숙제 하나를 해도 시간이 남의 두배 걸리는 딸과

남의 반도 안 걸리고 룰루랄라 춤추고 다니는 아들


세상조용하고 남상관안하는 딸과

눈치백단에 남살피기 바쁜 아들


정반대의 두녀석을 두고 한녀석을 조언하면

한녀석이 너무 엇나가고

한녀석을 조언하면 나머지 녀석이 지나치게 거슬린다.

도저히 중도를 찾을 수가 없구나

두 녀석을 반반만 섞으면 얼마나 좋을까

아빠랑 엄마처럼 서로 너무 반대였던 녀석들이

언젠가 이렇게 부대끼며 살다보면

중도라는 것을 만날수는 있을지


매일 매매일 서로에게 부딪치면서

조금은 나도

조금은 그냥

에라 모르겠다


한번 더 입을 열까 말까 하다가

하고있던 아이 색칠이나 마저 마무리 하고

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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