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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윤 Nov 01. 2021

비염인의 고통을 몰라봐서 죄송합니다

그동안 그 좁디좁은 코로 이 수많은 날들을 어찌 살아왔나요?

 남편은 지독한 비염인이다. 반면에 지극히 정상적인 코를 보유하고 있는 나는 미안하지만 남편의 비염 고통을 잘 모른다. 그저 곁에서 지켜보면서 ‘힘들겠다’라는 마음을 가질 뿐이다. 보통의 비염인들은 환절기를 힘들어하는 것 같다. 잦은 재채기와 팽하고 코를 푸는 그들의 노고가 시작되는 시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의 남편은 환절기가 오기 한참 전부터 기관지가 아주 열일을 한다. 기똥찬 재채기는 시원스러운 맛이라도 있지, 좁다란 콧속으로 겨우 공기가 빠져나오는 듯한 삑삑거리는 소리는 연애와 결혼 도합 10년째 곁에서 듣는대도 도통 익숙해지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별다른 수는 없다. 다른 가족들은 단지 삑삑거리는, 그저 유쾌하지 않은 소리를 듣는 것뿐이라지만, 아무래도 제일 힘든 사람은 고통스러운 비염을 겪는 그니까. 시끄럽다고 구박을   없는 노릇이다. 올해는 유난히 그의 비염이 심하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미세먼지가 심각해졌던 몇 해 전부터 그의 비염기는 더 심해진 것 같고 코로나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다른 가족들도 그의 코 소리가 유난스럽게 느껴지기도   같다. 하루 종일 그가 숨을  때마다 삑삑거리는 소리를 듣고 있으면 기어이 “비염 수술   받아보는  어때?” 혹은 “병원에 가서 약이라도 처방받아 오자.” 같은 조금은 현실적인 말들이 자꾸만  밖으로 나온다. 그럴 때마다 남편은  몸이 크게 아픈 것도 아니고 코에서 들숨날숨 하는 소리 때문에 병원까지 가냐고 대수롭지 않게 넘겨 버린다.      




 그리고 맞이한 2021년의 가을. 이번 가을은 조금 유난스럽게 왔다. 어제는 여름, 오늘은 가을이라는 사실을 확연히 알 수 있을 정도로 계절의 변화가 다이내믹했다. 심지어 그다음 날은 무려 겨울 날씨를 방불케 하며 말 그대로 변화무쌍한 일주일을 만들었다. 그 기간이었다. 내가 비염인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간접경험했던 날이. 임신을 한 몸이라 면역력이 더 떨어진 것인지, 나도 그에게 비염이 옮은 것(?)인지 모르겠지만, ‘코’ 때문에 새벽에 자다가 깨버렸다. 코 안쪽이 바싹 말라서 도통 숨을 편히 쉴 수가 없는 지경이 된 것이다. “와, 이거 장난 아니네!” 잠이 쏟아져서 눈이 떠지지 않는 상태지만 코는 미칠 듯이 따갑고 방 안이 건조해서 더 이상 견딜 수 없었다. 부랴부랴 습도를 체크하고 가습기에 물도 더 부어 넣었다. 그로도 모자라서 커다란 스테인리스 그릇에 물을 한가득 퍼서 침대 옆에 두었다. 계절의 변화를 ‘코’가 민감하게 반응한 것은 삼십몇 년을 살면서 처음이었다.      


 나는 비로소 남편의 고충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고 적기에는 고작 단 한 번의 경험이지만 (평생 고생해온 남편의 고충을 안다고 하기에 미안한 마음이 슬쩍 든다.) 어쨌든 그의 ‘비염 인생’을 간접적으로나마 느껴본 기분이다.      


 그날 이후로, 나는 비장한 마음으로 잠들 채비를 한다. 취침 시간 한 시간 전부터 온습도를 꼼꼼하게 체크하는 것은 물론, 가습기를 빵빵하게 틀고, 여분의 물도 한 바가지 더 준비해둔다. 가제 손수건이나 젖은 빨랫감을 옷걸이에 널어놓고 자는 것도 필수다. 하지만 그런 노력에도 급격한 온도차 때문인지 몸의 컨디션 때문인지 종종 코안이 따갑다. (이제 더 이상 젊지 않아서 그런가 하는 슬픈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나는 이제 날씨와 기온에 꽤 민감한 사람으로 변모했다. 남편의 비염과 아이의 감기를 염려해야 하고, 무엇보다도 집안에 흠뻑 들어오는 햇살에 따라 하루의 기분과 컨디션이 좌지우지되기도 하니깐. 또한 그 누구보다 건강하다고 자부했던 나의 ‘코’도 관리를 해주어야 하는 상황이 되었으니, 매일 같이 ‘오늘의 날씨, 내일의 날씨’를 검색해보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지독한 비염인인 남편을 두고도 ‘ 건강하다는 사실을 인지해본 적이 없다. 그렇기에 올해 가을을 맞이하며 겪은 컨디션 저하는 나에게  많은 것을 시사했다. 아무렇지 않게 숨을 마시고 내쉴  있다는 평범함, 그래서 밤에 잠들면 웬만해서는 다음  아침까지 무리 없이    있다는  또한 ‘건강 내포한다는 .           


 아무튼, 비염인의 고통을 몰라봐서 죄송합니다,  곁에 있는 비염인 . 당신의 ‘ 건강한 상태로 유지할  있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입니다. 그동안  좁디좁은 코로  수많은 날들을 어찌 살아왔나 생각하면 대견하기도 하네요. 앞으로 우리 같이 ‘  돌보기로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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