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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윤 Jan 22. 2022

당신의 산후조리는 어땠나요

출산을 한지 어느덧 2개월이 흘렀습니다.

제 배를 가르고 나온 아이는 무럭무럭 잘 자라고 있습니다.

저는 수술한 몸이  아물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고요.


수술 부위는 여전히 아리고 아픕니다.

매일 아침 일어날 때마다 5초간 한껏 웅크렸다가 아주아주 천천히 일어서야만 합니다.


조리원에서 집에 오자마자 몸이 으휴휴 하고 녹아내리는 것 같았어요.

산후조리를 잘해야 한다는 건 그냥 어른들이 하는 말인 줄 알았는데

정말 내 몸 망가질까 봐 두려워서 그 '산후조리'라는 걸 잘해야겠다 다짐 같은 걸 했습니다.


염치 불고하고 모든 살림살이를 미루었죠.

새벽에 갓난아기를 돌보는 것 이외에 많은 것을 엄마가 그리고 남편이 도맡아주었습니다.

(아, 이건 별개의 이야기이지만

그들이 집안에서 하는 일들을 제3자가 되어 바라보니

나 혼자서 지금껏 많은 일을 하고 있었네 하는 생각도 들었답니다.

한시도 쉬지 않고 움직여야 가능한 일들입니다. 집안 살림은요.)  





"새댁, 지금 집 밖에 나오면 안 되는데!

뼈에 바람 들어간다카이, 얼른 뛰 드가쇼. 안 나오는 게 좋다카이"


꼭 엄마가 유치원 버스 타는 곳까지 데려다 달라고 떼를 쓰는 날이었어요.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통 무장을 하고 나섰죠.

아기를 낳고 (병원 진료 제외) 처음 집 밖을 나섰던 날입니다.

아마 30일쯤 되었을 거예요.

정류장에서 만난 할머니들이 입을 모아 말씀하십니다.

에헤이, 바람 들어간다이!

조언이라고 하기엔 호통 같은 그 악센트가 무서워서

집으로 뛰어 들어가다 시피 했죠.  

아픈 건 너무 싫고 무섭거든요.

병원 가는 일도 두렵기만 하고요.


엄마가 아이들을 돌봐주고 집안 살림을 해주시는 것이

영 마음이 편치 않고 미안함이 겹겹이 쌓여갔지만

부족한 잠을 보충하며 잘 쉬었습니다.


하지만 조금씩 좀이 쑤시기 시작했어요.

아마 이 '좀 쑤시는 것'이 몸이 회복해간다는 신호가 아닐까 해요.

이제 살만해졌다, 신호 같은 거죠.





처음 출산 예정일이 12월이라는 걸 알았을 때는

어차피 집에만 있어야 하는 거

집안에서 겨울을 모두 보내고

따뜻한 봄에 나올 수 있어 참 다행이구나 싶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그 시기가 다가오니

무려 3개월을 집안에만 있어야 한다는 사실에 너무 아득해지고 말았어요.

좀이 쑤시기 시작한 그때부터 종종 날씨 앱을 켜서 기온이 10도가 넘어가는 날에는

집 앞 공원 정도는 가볼 수 있지 않을까 - 생각했어요.

몸에 들어갈 바람이 없는, 그런 날에요.


제 마음을 알았는지 아이를 등원시키고 오신 엄마가

"오늘은 날이 꽤 따뜻하니 좀 걷고 와라"라고 하는 날에는

살금살금 걸어 나갔습니다. 걷다 보면 땀도 나고요.  

무엇보다도 코에 바람 쐬니 살 것 같은 기분!  


그러고 보니 '밖에 나가도 괜찮겠다'라고 생각하게 된 계기가 또 있습니다.

벌써 두 아이를 제법 키운 친구와 통화를 하던 중에 친구가 그러더군요.

"뼈에 바람 들어가면 큰일 나! 진짜 집에만 있어야 돼!"

그 말을 듣는 순간, 너털웃음이 나왔어요. 허허허 허.

그리곤  집에만 있으면 안 되겠네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뼈에 바람이 들지도 않은 사람이 하는 충고였으니까요.


아, 뼈에 바람이 들었는지 안 들었는지는 5-60대가 되어봐야 안다고 하던데요.

그 나이가 될 때까지 몸을 충분히 잘 관리하기로 굳게 또 굳게 다짐합니다.

혹여나 그 나이가 되어 몸 여기저기가 쑤시게 된다 해도

'좋은 약 먹으면 되지' 하는 마음도 들어요.

요즘은 약이 좋은 시대라고들 하니까요.





겨울치고 온도가 무지하게 높은 날에만 나섭니다.

그래도 아직은 바람이 차니까요.


걸으면서 내 몸을 쓰는 일,

에너지가 도는 그 기분,

땀을 씻어내는 따뜻한 샤워

그렇게 한껏 기분이 좋아지는 것도

일종의 산후조리라고 생각하며

기분 좋은 산책을 합니다.


  

당신의 산후조리는 어땠는지 궁금해서 쓰는 글입니다.

이 시대를 사는 모든 여성들의 뼈가 안전하고 건강하길 바라면서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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