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을 한지 어느덧 2개월이 흘렀습니다.
제 배를 가르고 나온 아이는 무럭무럭 잘 자라고 있습니다.
저는 수술한 몸이 잘 아물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고요.
수술 부위는 여전히 아리고 아픕니다.
매일 아침 일어날 때마다 5초간 한껏 웅크렸다가 아주아주 천천히 일어서야만 합니다.
조리원에서 집에 오자마자 몸이 으휴휴 하고 녹아내리는 것 같았어요.
산후조리를 잘해야 한다는 건 그냥 어른들이 하는 말인 줄 알았는데
정말 내 몸 망가질까 봐 두려워서 그 '산후조리'라는 걸 잘해야겠다 다짐 같은 걸 했습니다.
염치 불고하고 모든 살림살이를 미루었죠.
새벽에 갓난아기를 돌보는 것 이외에 많은 것을 엄마가 그리고 남편이 도맡아주었습니다.
(아, 이건 별개의 이야기이지만
그들이 집안에서 하는 일들을 제3자가 되어 바라보니
나 혼자서 지금껏 많은 일을 하고 있었네 하는 생각도 들었답니다.
한시도 쉬지 않고 움직여야 가능한 일들입니다. 집안 살림은요.)
"새댁, 지금 집 밖에 나오면 안 되는데!
뼈에 바람 들어간다카이, 얼른 뛰 드가쇼. 안 나오는 게 좋다카이"
꼭 엄마가 유치원 버스 타는 곳까지 데려다 달라고 떼를 쓰는 날이었어요.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통 무장을 하고 나섰죠.
아기를 낳고 (병원 진료 제외) 처음 집 밖을 나섰던 날입니다.
아마 30일쯤 되었을 거예요.
정류장에서 만난 할머니들이 입을 모아 말씀하십니다.
에헤이, 바람 들어간다이!
조언이라고 하기엔 호통 같은 그 악센트가 무서워서
집으로 뛰어 들어가다 시피 했죠.
아픈 건 너무 싫고 무섭거든요.
병원 가는 일도 두렵기만 하고요.
엄마가 아이들을 돌봐주고 집안 살림을 해주시는 것이
영 마음이 편치 않고 미안함이 겹겹이 쌓여갔지만
부족한 잠을 보충하며 잘 쉬었습니다.
하지만 조금씩 좀이 쑤시기 시작했어요.
아마 이 '좀 쑤시는 것'이 몸이 회복해간다는 신호가 아닐까 해요.
이제 살만해졌다, 신호 같은 거죠.
처음 출산 예정일이 12월이라는 걸 알았을 때는
어차피 집에만 있어야 하는 거
집안에서 겨울을 모두 보내고
따뜻한 봄에 나올 수 있어 참 다행이구나 싶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그 시기가 다가오니
무려 3개월을 집안에만 있어야 한다는 사실에 너무 아득해지고 말았어요.
좀이 쑤시기 시작한 그때부터 종종 날씨 앱을 켜서 기온이 10도가 넘어가는 날에는
집 앞 공원 정도는 가볼 수 있지 않을까 - 생각했어요.
몸에 들어갈 바람이 없는, 그런 날에요.
제 마음을 알았는지 아이를 등원시키고 오신 엄마가
"오늘은 날이 꽤 따뜻하니 좀 걷고 와라"라고 하는 날에는
살금살금 걸어 나갔습니다. 걷다 보면 땀도 나고요.
무엇보다도 코에 바람 쐬니 살 것 같은 기분!
그러고 보니 '밖에 나가도 괜찮겠다'라고 생각하게 된 계기가 또 있습니다.
벌써 두 아이를 제법 키운 친구와 통화를 하던 중에 친구가 그러더군요.
"뼈에 바람 들어가면 큰일 나! 진짜 집에만 있어야 돼!"
그 말을 듣는 순간, 너털웃음이 나왔어요. 허허허 허.
그리곤 집에만 있으면 안 되겠네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뼈에 바람이 들지도 않은 사람이 하는 충고였으니까요.
아, 뼈에 바람이 들었는지 안 들었는지는 5-60대가 되어봐야 안다고 하던데요.
그 나이가 될 때까지 몸을 충분히 잘 관리하기로 굳게 또 굳게 다짐합니다.
혹여나 그 나이가 되어 몸 여기저기가 쑤시게 된다 해도
'좋은 약 먹으면 되지' 하는 마음도 들어요.
요즘은 약이 좋은 시대라고들 하니까요.
겨울치고 온도가 무지하게 높은 날에만 나섭니다.
그래도 아직은 바람이 차니까요.
걸으면서 내 몸을 쓰는 일,
에너지가 도는 그 기분,
땀을 씻어내는 따뜻한 샤워
그렇게 한껏 기분이 좋아지는 것도
일종의 산후조리라고 생각하며
기분 좋은 산책을 합니다.
당신의 산후조리는 어땠는지 궁금해서 쓰는 글입니다.
이 시대를 사는 모든 여성들의 뼈가 안전하고 건강하길 바라면서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