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분야 크리에이터
어젯밤 브런치 알림이 떠서 확인해보니 '스토리 크리에이터 선정을 축하합니다!' 문구가 떠있다. 찰나의 순간 이거 그냥 광고 아닌가 싶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이제 브런치스토리에서'가족 분야 크리에이터'가 된 것이다.
나는 완벽주의자도 아닌데 글을 써두고도 발행하지 못하는 지극히 소심한 사람이다. 내가 대단한 글쟁이도 아니고 출간한 진짜 작가도 아닌데 어설픈 부분이 한 군데라도 있으면 무한으로 서랍장 속에 숨겨둔다. 그런 내가 달라지기로 마음 먹었다. 조금 부족한 느낌이 있어도, 어설퍼보여도, 그냥 한 번 발행해본다. 일단 글을 공개하고 나면 자꾸만 신경이 쓰여서 수정을 하게 되고 몇 번의 작업을 거치다보면 얼추 괜찮아 보이기도 한다. 그저 저장만 해두었을 때보다 훨씬 뿌듯하고 만족스럽다. 집에서 키보드 두드릴 때만 성취감이 드는 전업주부이니 이런 사소한 경험이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크리에이터'인 작가들이 부러웠던 건 사실이다. 그러면서도 내가 크리에이터가 된다면 어떤 분야일까. 그건 내가 정하는 걸까 궁금했는데, 그냥 브런치가 알아서 정해주는 거였다. 내가 가족 분야 크리에이터라니. 이렇게 나의 정체성을 친히 정해주어서 고맙다. 둘째를 출산하면서 판이하게 바뀐 우리 가족의 모습을 글로 쓰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지난 날을 떠올리면 '가족 크리에이터'가 어색하지 않다. 더군다나 나는 남편에 대한 글쓰기도 좋아한다. 사랑하는 것에 대해 쓰는 건 너무나 자연스러운 욕구다.
이렇게 된 이상 앞으로도 주구장창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마구 털어놓고 싶다. 우리가 어떤 모습으로 사는지, 너와 결혼해서 얼마나 다행인지, 우리가 가족이라서 얼마나 좋은지에 대해서 쓰고 싶고 또 쓰고 싶다.
어설프게나마 쓰는 마음들이 모여 결국 '크리에이터'라는 작은 명함을 또 얻게 했다. 어제며 오늘 아침이며 나에게 다가온 영감들을 다이어리에 적어두어야겠다. 또 까먹고 나서 후회하지 말고. '작가의 서랍'속에 숨겨둔 글들을 다시 들여다보는 것도 잊지 않기. 오늘은 이렇게 마음 먹은 것만으로 기쁜 금요일이다. 하루치의 뿌듯함이 여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