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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윤 Nov 21. 2023

필라테스가 이런 건 줄 몰랐다

운동을 시작한 게 아니라, 인생이 변한 거야



필라테스는 우아한 백조 같은 스포츠라고 생각했다. 왜인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땀을 흘리는 운동이 아니라 아름다운 스트레칭을 떠올리게 했다. 내게 소도구 필라테스 수업을 권했던 지인은 "몸을 치유하는 시간"을 갖게 될 거라며 '필라테스'를 시작하는 내 마음을 설레게 했다.





두근두근 첫 필라테스 시간.

내가 제일 뚱뚱할까 봐 쭈뼛쭈뼛 다가갔는데 막상 시작되고 나니 (당연하겠지만) 아무도 나에게 관심 없다. 뱃살 때문에 허리가 다 안 굽혀져도, 뻣뻣한 몸으로 낑낑거려도 민망함은 그저 내 몫이 될 뿐. 그저 나와의 싸움이다.


아 그런데 스트레칭 파트가 끝나자마자 선생님 표정이 돌연 바뀐다. 갑자기 우렁차게 구호를 외치기 시작하시네?


구호에 맞추어 상복부 운동이 시작되었다. 아뿔싸. 필라테스가 이런 거였구나. 오늘 아주 그냥 복부 근육을 조져주겠다고 마음 먹은 것 같은 선생님을 묵묵히 따라가다 보니 땀이 삐죽 난다. 내가 상상했던 아름다운 스트레칭, 우아한 백조는 오늘, 여기에는 없는 것이 분명해졌다.


무릎을 굽힌 상태로 상체 들어 올리기 10회,

그다음은 45도 쭉 뻗은 다음에 10회

그리고 90도로 들어 올리고 10회.


선... 선생님, 왜 중간에 쉬지도 않고 쭉쭉 달려가시는 거예요.

선생님 왜요 대체 왜 그러세요. 자꾸만 선생님을 바라보고 불러보고 싶어 진다.


선생님 궁금한 게 있어요.

딱 10번만 하기로 해놓고 왜 5번 더! 를 외치시는 거예요?

플랭크 딱 20초만 한다고 해놓고 왜 5초 더! 를 외치세요?

그리고 내 몸은 왜 딱 5초를 더 버티지 못할 만큼 엉성한 걸까요?



 

땀이 삐죽 나도록 운동을 제대로 해 본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고강도 운동을 끝내고 나니 후련함과 뿌듯함이 파도처럼 밀려온다. 유연한 몸으로 쭉쭉 팔다리를 늘어뜨리는 다른 수강생들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며 '왜 이제야 시작했을까' 후회도 된다. 운동 중간에 무겁게만 느껴지는 내 몸의 무게를 느끼며 '내가 지금까지 내 몸에 무슨 짓을 한 걸까'싶기도 하다. 뭘 그렇게 먹어댔을까. 삽겹실, 치킨, 족발을 신나게 뜯었던 내 과거와 간식이라는 이름 하에 식사처럼 먹어댔던 밀가루 과자들이 눈앞에 스쳐 지나간다. 조금만 덜 먹고 조금만 더 움직여서 가벼운 몸이 되고 싶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다음날 아침. 작은 근육통이 온몸에서 느껴진다. 기분 좋은 몸의 신호다. 비틀고 들어 올리고. 몸을 움직이지 않았더라면 몰랐을 감각들이다.


"운동을 시작한 게 아니라, 인생이 변한 거야"


필라테스장으로 가는 길목에 붙어있는 플래카드 문구이다. 운동을 갔을 뿐인데 지금까지 살아온 생활 습관을 되돌아보게 되고 앞으로의 다짐도 하게 되니 인생이 변했다는 말이 맞는 것도 같다. 1년 뒤에는 몸에 딱 달라붙는 상의를 입고, 지금보다 5센티 더 굽혀지는 유연한 몸을 갖고 싶다.




부지런함, 꾸준함, 그것을 향해 달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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