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지은 Jul 07. 2020

우리 뇌 속 세포가 죽으면 일어나는 일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어요. 머리가 너무 답답할 때. 터져버릴 것 같을 때. 24시간 맘 편히 지낼 수 없는 콘텐츠 고민 하는 저 같은 사람은 특히 더 그럴 때가 많은 것 같아요. 가끔 '멍........때리며' 생각하죠.


뇌는 어떻게 버틸까?

아…생각 많이 하면 뇌에 주름이 생긴다던데….

나도 아인슈타인만큼 뇌의 주름이 그렇게 많을까? 엉뚱한 상상도 해봅니다. 






그런 얘기는 들은 적 있어요. 뇌가 자체 ‘쓰레기 처리장’을 가지고 있다” 

그래, 어쩌면 그래서 버틸 수 있을 지 몰라. 


생각해보면 뭐 약간은 다른 얘기겠지만 우리 몸은 참 놀라운 ‘치유력’을 갖고 있잖아요. 당장 피부만 봐도 상처가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새 살이 돋아 나니까요. 어렸을 때 자전거 타다가, 뛰다가 넘어지고 다쳐서 숱하게 난 상처들이 어른이 된 지금, 남들은 알아보지 못할 옅은 흉터로 남은 건 다 이 덕분이겠죠. 우리 몸에 들어오거나, 또는 몸 안에서 생긴 여러 이물질들이 피 속에 섞이기 전에 걸러주는 그런 역할을 하는 기관 림프절도 있고요. 그래서 목 아래 림프절이 아프다 하면 “아 나 감기걸렸나보다” 느낄 때도 저는 종종 있어요. 


어쨌든 160억 개에 달하는 ‘뉴런’들이 빽빽하게 차 있는 우리의 뇌도 이런 정화작용 없으면 아마 못 버티지 않을까요. 참고로 이미 많이들 알고 계시겠지만 0.01mm 크기의 뉴런은 뇌의 명령을 ‘전기신호’로 전달해주는 우리 삶 속의 ‘쿠팡맨’ 같은 신경세포들입니다. 160억 개라니......멀리 갈 것 없이 우리 몸 속에서도 ‘우주’를 찾을 수 있단 말은 괜한 말이 아닌 것 같긴 한데 머리가 정말 터져버릴 것만 같을 때, 뉴런들이 너무 많이 움직여서 교통체증이 전달되는 건 아닌가…하는 생각 문득 해보게 되네요.


이미 눈치채셨겠지만 160억 개에 달하는 뉴런들도 태어날 때부터 죽을 때까지 계속 우리 뇌 속에 머루는 게 아닙니다. ‘오토파지’라는 자가포식 시스템이 좀 이상하다 싶은 애들, 못 움직이는 애들, 멍한 애들을 스스로 없애기 때문이죠. 도로에 고장 난 차량이 있으면 급한 뒷 차들도 못 가고 피해를 입잖아요.누가 나서서 갓길로 옮겨줘야죠. ‘자가 포식’이 우리 뇌 속에서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는 이윱니다. 실제로 2017년 한 연구팀은 뇌에도 ‘림프관’이 있어서 노폐물을 뇌 밖으로 배출한다는 아주 흥미로운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어요. 건강한 사람의 뇌를 MRI로 찍어봤더니 노폐물을 자기 정화한다는 것이었어요.


어쨌든 이 ‘자가포식’이 있다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우리 머리 속을 직접 들여다볼 수도 없고 어떻게 이런 과정이 일어나는 지 알기는 쉽지 않았었죠. 





최근 예일대 의대 신경학자가 “쥐의 뇌”에서 이런 과정을 최초로 관찰했다고 합니다. 살아있는 포유류의 뇌에서 이걸 관찰한 건 처음이라고 하네요. 물론 이게 인간의 뇌 실험은 아니어서 인간에선 다르게 적용될 수 있다 하더라도요. 아주 중요한 진전이라고 볼 수 있죠.


 비밀은 ‘신경교세포’라는 것에 있었어요. 2Phalal이라는 기술을 이용해서 이 신경교세포를 형광으로 염색하고 어떻게 움직이나 관찰을 해봤더니요. 세 가지 종류의 신경교세포가 죽은 뉴런을 포착해서 뇌의 나머지 부분과의 차단해버리는 걸 발견했다고 합니다. 한 개의 미세한 신경교세포가 기능이 좀 떨어지는 뉴런 몸체 그리고 덴드라이트라 불리는 가지들을 집어삼키는 것을 관찰한거죠. 한 종류의 신경교세포가 뉴런을 놓친다면 나머지 두 종류의 세포가 역할을 대신해주는 걸 증명하기도 했어요. 결국 이 세 종류의 세포들끼리는 무언가 통신을 하고 있다는 증거도 되는거죠. 



출처: 예일대 의대



이런 게 잘 작동을 한다면….도대체 왜! 머리가 잘 안돌아간다 공부도 안되고 아무것도 안돼! 이런 볼멘 소리가 제 입에서는 나오는 걸까요. 자꾸 깜빡깜빡 하고, 집중도 잘 안되고…나이 탓 말고는 설명할 수 없는 그런 증상들 여러분도 혹시 느끼고 계신가요?





이 연구진은 나이 지긋하게 든 쥐의 뇌 속 신경교세포들도 관찰을 해봤다고 하네요. 늙은 쥐의 신경교세포들…저기 죽어가는 뉴런이 있다는 걸 보면서도 반응이 느렸다고 합니다. 뭔가 슬퍼지죠?ㅎㅎ 

나의 신경교세포는 언제까지 활동해줄까 뭐 이런 의문도 생기네요. 


하지만 이런 세포가 이 역할을 하는 걸 이제 우리가 알게 됐고 앞으로 더 그 비밀을 밝혀낼 수만 있다면 어쩌면 앞으로는 노인들, 머리에 외상을 입은 분들의 뇌가 다시 깨끗하게 스스로 정화할 수 있도록 돕는 획기적인 치료법이 나오는 것. 시간문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연구를 진행한 예일 의대 에이에미시 다미사 교수는 세포의 죽음은 뇌의 질병에서 매우 흔하다고 말했습니다. 결국 이 죽은 세포들을 어떻게 말끔히 정리하고 새로운 뉴런만 머릿 속에 머물게 하는 지가 아주 중요한 해법이 될 수도 있겠네요. 일단 터져버릴 것 같은 나의 뇌, 정화작용 잘 일어날 수 있도록 오늘은 이만 침대에 누워야겠습니다.


출처: https://news.yale.edu/2020/06/26/watching-what-happens-when-brain-cell-dies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