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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지은 Oct 07. 2020

노벨 물리학상이 '블랙홀'에게로 갔다

물리학, 학교 다닐 때 참 싫어했던 과목 중 하나였습니다. 저는 그나마 '생물'은 좀 재미를 가졌던 것 같은데 물리는 참 '노잼'이어서 억지로 억지로 공부를 했던 기억이 납니다. 오늘은 노벨 물리학상이 발표가 됐습니다. 과학과 썸을 좀 타면서부터 안 건, 물리학이 참 신기하고, 재밌다는 사실, 그리고 그 무엇보다도 더 철학과 맞닿아 있다는 사실이었는데요. 오늘은 노벨 물리학상의 역사와 역대급 수상자들, 그리고 올해의 수상자에 대해 이야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물리학은 뭘까요? 물질과 그것과 관련된 에너지나 힘을 연구하는 자연과학을 우리는 물리학이라고 부릅니다. 즉 모든 물체의 운동 원리를 규명하는 것이라고나 할까요. 관성의 법칙, 가속도의 법칙...뭐 이런 것들을 배운 게 생각이 나는데요. 제가 아까 물리학이 철학 같다고 말씀 드렸잖아요. 200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물리학은 자연 철학의 일부였다고 해요. 그러다 '경험'과 '관찰'을 중시하게 되면서 철학에서 분리됐고요. 예전엔 아리스토텔레스나 소크라테스 같은 철학자들도 철학자인 동시에 과학자였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알 수 있죠. 



어쨌든 우리 존재 근원을 찾는 이 '물리학상'에는 그야말로 당대 최고의 과학자들이 이름을 올렸었습니다.

 

사진=아인슈타인


가장 유명한 인물이 1921년 '광전효과'의 발견으로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아인슈타인'이었죠. 


상대성 이론으로 유명한 아인슈타인이지만 노벨상은 '빛의 입자성'을 밝힌 공로로 수상했는데요. 아인슈타인이 있기 전의 고전 물리학에선 빛을 '파동'이라고 봤습니다. 파동이란 빛의 에너지가 마치 물결처럼 일정한 굴곡을 형성하는 것이었죠. 파도처럼요. 처음에 뉴턴이 ‘입자’라고 주장했었지만 아무 증거가 없었기 때문에 나중에 나온 실험 결과로 ‘파동’이 대세가 됐었죠. 그런데 아인슈타인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아인슈타인은 빛이 작은 알갱이를 가진 광자 즉 입자라고 봤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충돌된 물질을 움직이게 하는 운동에너지라는 걸 갖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했습니다. 그는 금속 등의 물질이 빛을 받으면 전자를 내놓는 현상을 통해 빛의 입자성을 입증했습니다. 광자와 전자가 충돌해 전자가 금속으로부터 튀어나오는 현상이 광전효과인데요. 단순히 빛을 받아서 전자가 방출되는 게 아니라 일정량의 진동수가 확보되어야 전자가 방출된다는 걸 알아낸 것이죠. 빛이 에너지를 가진 입자이기 때문에 진동수가 높은 빛의 입자를 금속판에 쪼이면 입자가 전자를 튀어나오게 한다는 게 아인슈타인의 결론이었습니다. 빛을 에너지 덩어리인 광자라고 본 아인슈타인은 빛에 대한 연구로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습니다. 결국 빛은 입자이기도 하고 파동이기도 하다, 양자역학을 이용해서 이해하기에 이르고요. 문과 감성으로는 이해하기가 그렇게 쉽지만은 않죠?


1901년 최초의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사람은 X선을 발견한 빌헬름 콘라트 뢴트겐입니다. 우리가 어디 다쳤을 때 속을 들여다보지 않고도 알 수 있는 이유! 바로 엑스레이 때문인데요. 바로 이 X선을 만든 고마운 과학자죠. 독일 출신의 뢴트겐은 1895년 파장이 짧은 전자기파 X선을 발견한 업적으로 1901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습니다. 그가 어떤 실험을 했는지는 복잡하니까 생략하고 쉽게 방을 어둡게 해 빛이 없는 상황에서도 매번 발광이 나는 지점이 있다는 걸 알아낸 뢴트겐은 원인을 규명할 수 없는 어떤 광선 때문일 것이다라며 X선으로 이름을 붙였는데요. 물체가 이 새로운 광선을 투과 시킨다는 사실을 알아낸 후 처음으로 아내의 손을 X선으로 찍었다고 하는데 그녀는 자신의 뼈를 보고 ‘나의 죽음을 봤다’고 소리쳤다고 합니다. 진단방사선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X선의 발견으로 그는 1901년 최초의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습니다. 


사진=닐스 보어


양자역학의 대가 '닐스 보어'도 1922년 양자역학의 세계에서는 '입자'와 '파동'의 이중성이 관찰된다는 불확정성의 원리를 연구한 공로로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었는데요.  고전역학에서는 입자와 파동은 같을 수 없다는 게 상식이었는데 양자역학의 세계에서는 입자이거나 파동이거나 둘 다 될 수 있는 이중성이 있다는 사실을 발표했죠. 그리고 우리가 보기 전까지는 입자이거나 파동이거나 알 수 없고 우리가 어떤 걸 보는 그 사실만으로 입자이거나 파동이거나가 관측된다는 불확정성의 원리를 연구했는데요. 


아인슈타인이 불확정성 원리를 두고 주사위 던지는 것도 아니고 던지기 전까진 ,그러니까 보기 전까진 알 수 없다니!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


보어는 이렇게 답했다고 합니다. 


아인슈타인 당신은 신에게 그만 좀 이래라저래라 하시오! 




그 밖에 양자역학 사고실험인 '슈뢰딩거의 고양이'의 주인공 '에르빈 슈뢰딩거', 위성 안테나에 잡히는 이상한 잡음이 빅뱅의 증거인 '우주배경복사'라는 것을 밝혀낸 벨 연구소의 '아노 펜지어스'와 '로버트 윌슨', 힉스 입자를 예측한 '피터 힉스'가 노벨 물리학상의 주인공이었습니다. 비교적 최근인 2017년에는 중력파검출기(LIGO)를 통해 중력파가 존재한다는 것을 실험적으로 입증한 공로로 영화 인터스텔라의 자문 역할로도 유명한 킵 손 박사와 라이너 바이스, 배리 배리시 등이 노벨 물리학상을 공동 수상하기도 했죠.



그럼 올해의 노벨 물리학상의 주인공은? 누구였을까요! 


출처=노벨위원회


블랙홀을 연구하는 '우주 물리학자' 3명에게 돌아갔습니다. 블랙홀(Blackhole)은 극도로 높은 중력을 가지는 천체로 빛을 포함한 그 어떤 물체도 탈출할 수 없다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죠.  블랙홀 연구를 통해 우리는 시간의 흐름뿐 아니라 별의 소멸 속도도 예측할 수 있습니다. 질량이 같은 별이라도 중심에 있는 블랙홀의 질량이 큰 은하에 속한 별은 더 일찍 생기고 빨리 소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연구 결과가 밝혀지기도 했죠. 그만큼 우주가 어떻게 생겨났고 도대체 어떤 논리로 돌아가는 지 비밀을 갖고 있는 신비한 우주의 노신사입니다. 


먼저 블랙홀 형성 과정을 밝힌 로저 펜로즈(Roger Penrose)가 노벨 물리학상의 반을 거머쥐었는데요. 영국의 노신사인 펜로즈는 케임브리지 대학교 출신의 수리 물리학자로 스티븐 호킹과의 공동 연구로도 이미 유명합니다. 1966년에 '특이점'이라는 걸 증명했는데요. 특이점이란 일반적인 물리학의 모든 법칙이 전혀 맞지 않는 시공간으로 블랙홀 한 가운데와 같은 곳입니다. 일상 생활에서는 만나기가 불가능한 그런 지점이죠. 곧 우주에는 시간과 공간이 생겨나는 우주의 시작을 가능케 한 특이점이 존재한다는 결론을 도출해낼 수가 있었습니다. 


나머지 절반은 두 명이 공동 수상했습니다. 우리 은하계 내 거대 블랙홀의 존재를 밝힌 레인하드 겐젤(Reinhard Genzel)과 안드레아 게즈(Andrea Ghez)가 그 주인공인데요. 


둘 다 은하의 물리적 형성과 진화 그리고 은하 중심의 거대 블랙홀이 은하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를 지속해왔습니다. 여성 우주비행사를 꿈꿨던 안드레아 게즈 UCLA 물리천문학부 교수는 사지타리우스(Sgr) A*로 알려진 은하 중심부의 초거대 블랙홀을 연구하고 있는데요. 이 블랙홀 주위를 도는 많은 별들의 부분 궤도도 관측했습니다.  사지타리우스 A*은 우리 이웃 은하인 안드로메다 은하의 중심에 있는 초거대 블랙홀 M31*보다 100배나 더 우리와 가깝기 때문에 현재 발견된 초거대 블랙홀 중 가장 유의미한 사례라고 볼 수 있죠. 


제가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발표를 생중계로 봤는데요. 제 가슴이 다 벅차오르더라고요. 우리나라도 수상자가 나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생각도 들고요. 아직 한국엔 수상자가 없잖아요! 


한국인으로 노벨 물리학상 유력 후보에 올랐던 분들은 계십니다. '고 이휘소 박사'와 '김필립 하버드대 물리학과 교수'가 대표적인 분들인데요. 이휘소 박사는 입자 물리학을 연구한 물리학자로 안타깝게 1977년 미국에서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셨죠. 그 전까지 20여 년 간 발표한 논문 편수만 100편이 넘고 인용횟수는 1만 회를 훌쩍 뛰어 넘었던 대단한 인물입니다. 그와 함께 암흑물질의 질량의 경계, 일명 '리-와인버그 경계'를 밝혀 낸 스티븐 와인버그는 압두스 살람 등과 함께 1979년 노벨 물리학상을 공동 수상했었는데요. 압두스 살람은 수상 연설에서 “벤자민 리(이휘소)의 자리에 내가 있는 것이 부끄럽다”고 말하기도 했다네요. 1999년 '소립자 물리학 표준이론'을 증명한 공로로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제라드 토프트도 “이휘소를 만난 건 하늘이 내게 내려준 행운이었다”고 말했다고 전해지고요. 이휘소 박사가 토프트의 연구를 '대중화'하는 데 힘썼던 인물이라 두 분이 친해졌었다고 하더라고요.


김필립 교수님은 저도 한 번 같이 아프리카TV에서 2시간 동안 방송을 같이 한 적이 있는 분입니다. 그 때 정말 설레고 신기했었어요! 내가 세계 최고의 과학자를 만나다니!! 아직도 그 감동이 생생하네요~ 김 교수님은 꿈의 신소재라 불리는 '그래핀' 연구의 석학이신데요. 그래핀은 많이 들어보셨을텐데 원자 하나의 두께만큼 얇지만 강철보다 100배는 더 강한 물질로 전도성은 은의 10배에 달해서 미래의 물질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워낙 얇다보니 스카치테이프로 흑연을 벗겨내는 방법으로 그래핀의 물리적 특성을 규명했다고 하는데요. 2010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안드레 가임과 콘스탄틴 노보셀로프와 비슷한 시기에 연구 성과를 내셨지만 아쉽게도 수상자 명단에는 들지 못했습니다.





자 이제는 화학상이 남았네요. 여기엔 한국인 교수님이 유력한 후보로 올라있는 상태입니다. 생리의학상과 물리학상은 클래리베이트가 맞추지 못했는데 제발~화학상만큼은 꼭 맞춰줬으면 하는 바람이네요. 저는 노벨 화학상 방송으로 다시 인사드릴게요. 여기까지 와주신 분들! 좋아요와 구독, 댓글도 부탁드립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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