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버거로 추산해보는 적정환율 수준은 과연 의미가 있을까
경영학을 전공하고 국제통상학 석사로 공부하면서 경제학원론을 한국어 서적과 외국 전공서적으로 5번은 넘게 공부한 것 같은데, 게다가 경제방송에서 활동하며 숱하게 경제 이야기들을 풀어내왔지만,
아직도 경제용어를 '쉽게' 설명하려면 명쾌하게 설명하기 힘든 때가 많습니다.
오늘은 구매력평가설에 대해 이야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사실 이게 제일 첫 주제가 된 이유는 요즘 뜨거운 감자인 북미정상회담 때문이었습니다.
북한의 경제 수준을 연구한 다양한 국제 연구기관들의 통계를 살펴보다가
'구매력평가' 기준으로 측정한 북한의 국내총생산(GDP)와 그렇지 않은 GDP가 꽤 많이 차이가 났기 때문이죠.
PPP(구매력평가)가 무엇인지부터 살펴보겠습니다.
구매력평가는 환율과 물가상승률의 관계를 말해주는 개념인데요.
이렇게 말씀드리면 어려우니 쉽게 햄버거로 비유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맥도날드의 치즈버거를 좋아합니다.
맥도날드 사이트에 들어가보니 단품을 구입하는데 2,600원이 필요하네요.
똑같은 맥도날드 햄버거가 미국에서는 얼마일까요?
네 미국에서는 1달러면 치즈버거를 사먹을 수 있네요.
6월 11일 원/달러 환율을 살펴보니
1달러에 1073원이더라구요.
우리의 치즈버거는 달러로 환산해보면 2.42달러인 셈입니다.
미국에서는 우리 돈 2600원을 들고 가면
치즈버거 두 개는 먹을 수 있겠네요.
치즈버거를 만드는 데 드는 재료는 나라별로 큰 차이가 없을 것입니다.
조리법이나 재료, 크기 등이 맥도날드가 글로벌 체인이기 때문에 똑같을테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사실 한국과 미국의 햄버거 가격은 차이가 나서는 안된다는 게 일물일가의 법칙입니다.
하.지.만
미국과 한국의 햄버거 가격은 꽤 큰 차이를 보입니다.
왜일까요?
이것이 바로 '상대적 물가수준'과 '통화가치'가 저평가 되어 있거나 고평가 되어있다는 증거죠.
이코노미스트지는 1986년 이 일물일가의 법칙에 기반해서
각국의 통화가치가 적정 수준인지를 살펴보는 '빅맥 지수'를 만들었습니다.
환율은 각국 통화의 상대적 구매력을 반영한 수준으로 결정된다는 것이죠.
전세계 어디서나 재료나 조리법, 크기가 표준화되어 있는 '빅맥'의 가격을
미국의 달러화로 환산해 각국의 상대적 물가수준과 통화가치를 비교한 것입니다.
적정하다면, 전세계 어떤 맥도날드 매장에 가도 치즈버거 가격이 같아야하는데요.
확인하신것처럼 우리의 치즈버거 가격이 미국의 치즈버거 가격보다 2.42배 비싸죠.
일물일가의 원칙이 성립되기 위해서는
한국 매장 가격인 2,600원을 달러로 환전했을 때
정확히 미국 매장에서도 빅맥 한 개를 구매할 수 있어야 하고,
이 경우 환율은 1달러당 2600원(적정환율)이어야 맞는 것이죠.
그런데 지금은 1달러당 1073원이니까 우리 원화가 더 고평가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이 지수가 처음 발표된 이래로
시장환율과 적정환율 사이의 차이를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지표로 받아들여지고 있기는 합니다만,
과연 햄버거의 가격이 '환율의 적정 수준을 평가할만큼'
일반화될 수 있는 재화인지는 의문이 남기도 합니다.
요즘은 역시 전세계에 많은 체인점을 두고 있는
스타벅스 지수, 라떼 지수도 활용되고 있다고 하네요 : )
외국에서 가서 가장 눈을 씻고 찾게 되는 스타벅스(커피 애호가인 저로서는^^;)에서도
아메리카노 가격이 종종 한국과 차이가 나는 경우를 여러분들도 경험해보셨을거에요.
이제부터 PPP하면 햄버거 또는 스타벅스 커피를 떠올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