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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벚꽃과 차밭 그리고 편지]

A Whole new world

by 메타보이

창가에 앉아

차를 오래도록 마시고

벚꽃 잎이 살아 있는 듯이

요정처럼 날아다니는

차밭을 거닐었지

커다란 삼나무 사이사이

할로겐 조명처럼 노랗게 내려오는 빛들

멀리서 해무를 머금은 서늘한 바람이

끊임없이 길을 따라가도록 만들었고

입안에 기분 좋은 조임과

구수하고도 상쾌한 향기가

목마름을 잊게 해 주었어

나를 위해 모든 것이 준비된듯한 날에

호젓이 걸을 수 있는 것이 감사한 일이지만

이 것들과 끝나가는 사월의 하루를

떨어지는 꽃잎에 시선을 멈춘 채

한동안 움직이지 못했어

봄바람을 타고 밀려드는 사람들이

나를 스치고 지나가니

너의 온기 같은 찻잔이라도 다시 잡아

사랑은 혼자 있을 때 더 간절하게 피어올라

내 품은 구름같이 푸근한 이불처럼

웃고 있는 너를 감싸 안아 날아다녀

잠자리처럼 투명한 날개를 펴서

어디든 너와 함께 가고 싶어

다즐링 차밭처럼 아름다운 장소를

매일매일 보여줄게

초라하지만 반짝이는 나의 세상으로

초대할게 같이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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