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타이를 매고 구두를 신으러 가기 전에
시계 상자 앞에 서서
오늘은 어떤 세상을 움직일지
잠시 멈추어 생각한다
언제부터인가 아날로그시계 속에 들어있는
저마다 이야기들의 아우성이 들리지 않는다
스마트워치 그 작은 네모 속에 열린 끈적한 세계
그 안에선 세상을 소멸의 흐름이 아닌
우체통 훔쳐보기를 통해
관계의 영속을 확인하는 사람들의 세상이 시작되었다
기계식 태엽시계를 고르며
오늘은 어떤 계를 손목 위에 올려볼까 하는
가벼운 창조주 놀이도
이제는 구속의 전자팔찌가 되어버리고
황동 아라비아 인덱스를 가리키는
푸른 바늘은
설렘을 잃어버린 무딘 내 연필 끝을 닮아 있다
2021. 8. 29. 상무지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