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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화 작가 Apr 28. 2022

나조차 내가 작가의 삶을 살지 몰랐다

어린 시절에 대한 질문을 받고 나서

당신의 직업은 무엇인가요?



 몇 년 전이다. 당신의 직업이 뭐냐는 주제로 몇 개의 질문을 받았다. 어떤 일을 하는지, 그 일을 하기 위해 어떤 능력과 적성이 필요한지, 일을 하며 느끼는 보람은 무엇인지, 전망은 어떠며, 이 일을 하고 싶은 후배들에게 조언해 줄 이야기는 무엇인지... 외부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노트북을 켰다.



 나의 직업은 무엇인가. N개의 직업으로 살아가고 있으나, 그중 '작가'를 선택했다. '작가'라는 직업인으로서 무엇을 어떻게 왜 하는지, 어떤 생각을 갖고 무엇을 느끼며 지내는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여러 질문이 있었고, 하나씩 하나씩 빠르게 답변을 완성했다. 그러나 유독 한 가지 질문에서 생각이 많아졌다.



어린 시절을 어떻게 보냈는지 말씀해주세요



카페에서 원고 작업 중에



 지금이야 이렇게 신나게 원고를 쓰다가 지치면, 다시 책을 읽으며 휴식을 취하곤 한다. 하지만 어릴 적, 내가 작가가 되리라곤 상상도 못 했다. 문학이나 글쓰기 등은 기피의 대상이었고, 대학도 항상 공대를 가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깊게 박혀 있었다. 생각 그대로 공학을 전공했고 제조업 회사에 들어가 본사와 각종 공장들을 오가며 작가와는 딱히 연결고리가 보이지 않는 일을 했다.



 작가는 김훈, 박완서, 베르나르 베르베르 같은 분이나, 어느 한 분야의 최고 정점을 찍은 유명 인사만 되는 거라 생각했다. '내가 글을 쓴다고?', '내가 작가가 된다고?' 나도, 친구도, 가족도 딱히 생각해보질 못했다. 그럴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그럴 가능성도 보이지 않았으며, 작가라는 존재를 실제로 본 적도 없었다.



 성인이 되고 몇몇 들을 거쳐, 신나게 책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그러고도 몇 년이 지났다. 문득 '나도 작가가 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능성이 있을까. 그 순간 자동 반사로 '내가 어찌 감히'라는 대답이 나왔다. 누가 말하기도 전에 스스로 가능성을 차단했다. 내 사고 자체가 유연하지 못한 것도 있었꼬, 괜히 주변에 이야기했다가 사람들의 이상한 눈초리를 받진 않을까 하는 두려움도 있었다.



 항상 있던 그대로, 흔히 말하는 '삶의 흐름 그대로 흘러가는 것'이 내 삶의 기본값이었다. 새로운 변화와 도전, 근거 없는 끌림과 직관은 곧 위험이었다. 튀면 안 돼, 모나지 말아야 해, 일을 벌이지 마, 욕심이야, 그냥 주어진 대로 살아... 그렇게 억제와 인내의 화신이 되었다. 테두리 안에서 살며 모범생이라고 칭찬받을 순 있었지만, 나는 나를 결코 칭찬할 수 없었다. 내 영혼은 알고 있었다. 지금 내 삶이 나에게 결코 모범이지 않다는 걸.






 하지만 언제까지 억누를 순 없었다. 무언가를 덮어둔다고 그게 없는 건 아니다. 계속 책을 쓰는 일에 아쉬움이 남았다.



 그러기를 또 몇 년, 이렇게 사는 건 분명 나다운 삶이 아니었다. 아직까지 '작가'라는 타이틀은 너무 부담스러웠다. 어릴 적부터 쌓인 수 십 년의 고정관념은 단단했다. 하지만 이성적으로 따져봐도 내가 작가가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대한민국 헌법에 정해져 있기라도 하나. '이태화'가 '작가 이태화'로 불리는 게 양심에 위배되는 일인 것도 아니다. 그런데 도대체 뭐가 문제란 말인가!



 글을 썼다. 그전에도 글을 썼지만, 이제는 책을 쓰기 위해 글을 썼다.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못할 일은 아니었다. 시간은 부족했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기획서를 쓰고 원고를 작성해 출판사에 투고했다. 무응답이 대부분, '아쉽게도...'로 시작하는 회신조차 얼마 되지 않았다.



 기획서와 원고를 수정했다. 조언을 구했다. 다시 또 투고했다. 계속 반복했다. 그 결과,



 직장을 다니며 첫 출간 계약을 맺었고, 퇴사 후 곧바로 책을 냈다. 이후 사업을 하다가 다시 또 연달아 책을 냈다. 지금까지 내 이름이 적힌 책이 총 5권 나왔고, 추가로 2권을 전자책으로 만들어 온라인에 판매 중이다. 현재 또 다른 작품들을 기획하고 있다. 어느새 '작가'라는 호칭으로 불리고 있다. 휘청이며 불안했던 한 발짝이, 그래도 이제는 제 몸 가누고 걸어 다닐 만큼으로 성장했다.



첫 책의 출간 기념회 중에



"네가 이걸 한다고?"

"네가 이게 된다고?"



 이제는 이렇게 답을 한다.



"왜? 뭐 문제 있어?"



 타인이 나에게 "불가능을 가능케 하라!" 라는 식의 삶을 강요할 순 없다. 하지만 내 끌림이 있는 일을, 나 스스로 "불가능이야!"라고 미리 단정할 이유도 없다. 내 고정관념, 타인의 시선에 휘둘리지 말고 일단 하는 거다. 내 마음의 외침에 따라 움직이는 거다.



 '했는데 안되면 어떡하지?' 했는데 안되면 어쩔 수 없지. 그건 내 몫이 아닌 거다. 다만 해보지도 않고 안된다고만 외치는 건 안된다. 세상에 허용해주기를 기다리지 말고 먼저 스스로 자신의 가능성을 허용하자. 스스로를 허용하지 않는 사람을 세상이 먼저 허용해줄 리가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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