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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화 작가 Aug 16. 2022

6. 내가 운전병에 실망한 이유


  누군가는 말했다. 운전병이 편하다고.



  뭐, 누군가 그렇게 말했다면 실제 그런 사람이 있긴 있을 것이다. 본인이 원해서 아예 운전병으로 군대를 지원하는 사람도 있으니 분명 그만의 장점이 있는 게 분명하다.



  하지만 그건 그들의 이야기다. 나로선 2번의 분류만으로 운전병이 돼버린 게 야속한 게, 일단 내가 차를 좋아하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싫어했다. 차 특유의 그 냄새와 답답함은 나를 매번 어지럽게 했다.



  일반적으로 남자들이 차에 관심이 많다고 하지만, 그건 일반적인 이야기지 언제나 소수는 존재한다. 당시 난 차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각종 브랜드나 모델명을 줄줄 외는 친구들과 달리 내가 아는 모델은 티코, 쏘나타, 그랜저 정도고 나머진 그냥 승용차, 봉고차, 트럭, 버스였다.



  운전 역시 마찬가지였다. 수능을 마치고 운전면허증을 따기는 했는데, 이건 다들 이 시기에 따는 게 좋다고 해서 그냥 딴거다. 함께 학원에 간 친구들은 어떻게든 빨리 면허증을 따서 아버지 차를 몰아보고 싶어 했다. 어떻게든 빨리 면허증을 타고 싶은 마음은 나 역시 동일했다. 대신 이유는 달랐다. 하루빨리 이 운전 연습을 하지 않아도 되는 것. 그게 내가 운전면허에 합격해야 할 이유였다.



  당연히 면허 합격 이후 차를 몰아본 적이 없다. 아버지께 차를 한번 몰아봐도 되냐고 여쭤본 적도 없고, 그럴 생각조차 없었다. 누가 시켜줘도 오히려 내가 반대할 요령이었다. 심지어 하루 종일 게임하던 시절에도 레이싱 게임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런 내가 운전병이라니. 그것도 군대에서 운전병이라니.



  분명 나에게는 조국의 발전과 군력 강화에 더 기여할 수 있는 다른 역량들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왜 내 강점이나 최소한 보통의 역량을 다 내버려 두고, 오히려 약점을 군대 주특기로 만들어 버린 것인가.



  이렇게 머릿속으로 의문을 던졌지만, 이미 남들과 똑같이 칙칙한 메리야스와 팬티를 입고 있는 반 빡빡이인 나는 그저 말 몇 마디에 일괄적으로 분류되는 인형일 뿐이었다.



  졸지에 운전병이 된 순간, 이제 나에게 남은 건 그래서 어떤 운전병이 되는가였다. 생각해보니 어쩜 운전병이 기회일지도 몰랐다. 나로선 아예 관심을 두지 않았던 보직이라 주위 보충병들에게 물어보니, 이 안에서도 분명 좋은 자리가 있었다.



  어떤 운전병들은 에어컨과 라디오가 나오는 차를 타고 시내를 돌아다닌다고 했다. 필요할 때 운전을 하고 나머진 그저 대기하면서 시간을 보낸다고 했다. 그럼 그 시간을 이용해 내 공부에 투자할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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