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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화 작가 Aug 17. 2022

8. 노란 견장 이등병의 대대장님과의 첫 면담


  “자신이 넘어야 할 장애물의 크기를 스스로 크게 만들지 마라.”

  훈련소 퇴소식 때 교육대장이 한 말이다.



  얼마 후 대대장님 면담이 있었다. 당시 난 좌우 어깨에 노란 견장을 차고 있었는데, 이는 “아직 자대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아이이니 조금 부족하더라도 관심을 갖고 돌봐주세요”라는 의미다. 여기에 스마일 마크까지 붙어 있노라면, 밖에서 아무리 날고 기었든 놀라울 만큼 사람이 없어 보이는 현상이 발생한다. 그런 노란 견장들 몇 명이 사방에 세상 무해한 기운을 뽐내며 병아리 떼처럼 줄줄이 대대장실로 향했다.



  대대장님은 우리 신병들에게 한 가지 미션을 줬다. 뜬금없게도 지정 도서 한 권을 읽고 1주일 내로 독후감상문을 제출하라는 것이다. 당시 선임들에게 물어보니 마치 부대의 전통과 같은 통과의례였다. 그동안 신병 모두 그 책을 읽고 독후감상문을 제출했다고 말했다.



  이와 별개로 대대장님은 군 생활을 하면서 남이 아닌 자기만의 목표를 가지라고 말씀하셨다. 군 상관이자 인생 선배로서 전하는 조언이었다.



  그때 난 무슨 바람에서였을까. 멋모르는 열정이 이렇게 무섭다. 각자의 목표를 정해 보라는 말에 이렇게 답했다.



  “5개월 내로 책 50권을 읽고 그 결과를 보고하겠습니다!”



  목표 설정법 중에 SMART 기법이 있다. 구체적이고 명확하게(Specific), 측정 가능하게(Measurable), 행동 지향적으로(Action oriented), 현실성 있게(Realistic), 시간제한을 두고(Time limited) 목표를 세우는 것이다. 이때 목표를 달성할 확률이 높아진다.



  내가 세운 목표는 참으로 스마트했다. 대대장님의 눈빛이 반짝이는 것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간과했다. Realistic. “현실성 있게”다. 난 지금 새내기 대학생이 아니었다. 노란 견장 이등병이었다.



  함께 간 사람들의 목표는 대체로 “군 생활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였다. 난 훈련소 교육대장의 마지막 조언을 지키지 않을 것일까. 스스로 거대한 장애물을 세우고 시작하는 걸까. 분명 이런 의미에서 해준 조언이 아닐 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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