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하긴 뭘 어째. 해야 한다면 해내야지. 그게 내 상황이었다.
그렇게 황금 같은 주말, 나의 첫 플래시 작품 제작이 시작되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긴 어렵다. 반면 유에서 유를 재창조하는 건 마찬가지로 어렵다. 그래도 덜 어렵다. 현재 상황에서 완전히 독창적인 무언가를 만들어내려는 건 욕심이었다. 최대한 선임의 기존 작품을 뜯어내고 분석해, 추가할 건 추가하고 덜어낼 건 덜어내며 그 과정에서 학습하고 응용하는 게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이해를 위해 여기서 잠시 부가 설명을 하자. 당시 부대에서 사용한 홍보 자료는 현재 사람들이 익숙한 Vlog처럼 카메라로 영상을 몇 개 찍고 이를 재구성하는 방식이 아니었다. 영상 파일 하나 없이 플래시 프로그램을 사용해 사진, 글자, 도형 하나하나가 초 단위로 이동하고 변환하도록 만들어 영상처럼 보이도록 만드는 것이었다.
누군가에겐 조금 귀찮은 일이지만 그럼에도 크게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있다. 나도 그 누군가였으면 좋았겠지만 그렇게 바란들 달라지는 건 없었다. 최종 파일을 저장하고 출력하는 방법조차 몰랐고, 배경 음악 하나를 삽입하는 데 5, 6시간을 헤맸다. 12시가 넘어 새벽까지 씨름을 하다가 야간 근무를 다녀왔고, 잠시 눈을 붙인 뒤 일어나 점호를 마치고 다시 컴퓨터와 아침 인사를 했다. 인터넷이 안 되니 모르는 걸 검색할 수도 없고, 부대 내에 물어보며 도움을 요청할 사람도 없었다. 각종 애니메이션 효과를 적용하는 방법을 몰라, 프로그램의 모든 메뉴를 하나씩 클릭하며 기능을 확인하고 실험했다.
다시 한번 밤 12시를 훌쩍 넘긴 시간. 마침내 최종본을 만들어냈다. 내가 힙합하는 사람도 아닌데 배경 음악의 비트를 온몸으로 느껴가며, 그 리듬에 맞게 부대와 부대원들의 사진이 움직이고 글자들이 각종 효과와 함께 나타나고 사라지고 이동하도록 했다. 한 자리에서 같은 음악을 수백 번 들었더니, 그 음악만 들으면 온 몸의 세포가 알 수 없는 느낌을 일으킨다. 물론 굳이 그 음악을 다시 찾아 듣지는 않는다.
이제 남은 건 최종 결정권자인 대대장님의 컨펌. 과연 어떤 결과가 나올까.
(다음 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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