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이었다. 그날은 오전 7시 반에서 9시까지의 경계 근무에 당첨됐다. 아침 식사 시간과 겹친다. 그렇다고 근무자들을 굶길 수는 없기에 미리 따로 밥을 빼놓는다. 취사장에 가면 식판 2개로 근무자용 밥이 보관돼 있다. 그걸로 뒤늦게나마 배를 채우면 된다. 밥 때는 살짝 늦춰지지만 그래도 아침 점호에서 빠질 수 있다는 장점은 있다. 주말 자유시간에 근무 나가는 것보다 훨씬 낫고.
멧돼지 가족 없이 다시 또 적막한 시간을 보낸 뒤, 드디어 다음 근무자에게 초소를 맡기고 생활관으로 내려왔다. 이제 주말이니 편한 활동복을 입고 든든이 배를 채운 뒤 자유시간을 누리면 된다.
그런데 저 멀리서 누가 나를 찾았다. 멧돼지는 아니다. 포반장 역할을 맡고 있는 간부다. 그냥 부르는 정도가 아니라 애타게 찾는 느낌이었다. 내가 이미 그쪽으로 가고 있음에도 나를 향해 성큼성큼 다가왔으니.
병사 입장에서 간부가 나를 찾는 건 그리 달갑지만은 않은 현상이다. 보통 일을 시킬 때나 혹은 뭔가 잘못했을 때다. 뭐가 되었든 이렇게 급하게 찾을 정도면 일반적인 상황은 아니다.
"빨리 총기 반납하고 나와."
경계 근무를 마치고 나면 그냥 생활관으로 돌아가는 게 아니다. 근무에 사용했던 물품들을 반납하고 특이 사항이나 기타 이상 유무를 확인하는 절차가 있다. 어쨌든 급하다고 하니 할 일들을 빠르게 처리했다.
나를 졸졸 따라왔던 간부는 내가 일을 마치는 걸 보자마자 그대로 이끌고 건물 밖으로 데려갔다. 그리곤 곧바로 대기 중이던 5/4톤 트럭 적재함에 태웠다. 거기엔 이미 2명의 병사들이 타고 있었다. 나를 데려온 간부는 곧바로 조수석에 올랐고 그렇게 우리를 태운 트럭은 위병소를 거쳐 부대 밖으로 나갔다.
(다음 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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