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상담을 진행하면서
늪에 빠졌을 땐 어떻게 해야 할까.
힘차게 발버둥 친다고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게 아니다. 조급한 마음에 발버둥을 칠수록 체력만 고갈되고 늪에 더 깊게 빠져든다.
오히려 힘을 빼야 한다. 대(大) 자로 누워 온몸으로 늪을 마주해야 한다. 그렇게 늪과 맞닿는 표면적을 늘려 무게를 분산한 뒤에야 조금의 여유가 생긴다. 그 뒤 조금은 모양새가 빠지더라도 한 팔, 한 다리씩 움직이며 엉금엉금 기어 나와야 한다. 이게 늪에서 빠져나오는 방법이다.
3월 초, 무료 심리검사 이벤트를 열었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인연이 되는 분들을 만났다. 몇 개의 심리검사를 진행하고 해석상담을 실시했다. 이제 대부분의 상담은 끝났고 소수의 몇 분만 남은 상황이다.
모든 상담은 개별적이다. 내용은 모두 다르다. 그런데 꽤 많은 경우, 나는 힘을 내라고 '파이팅!'을 외치기보다는 오히려 힘을 빼는 걸 이야기하게 된다. 늪에 빠진 것만 상황 속에서 억지로 발버둥 치려는 움직임이, 이미 잔뜩 소진된 상황에서조차 발버둥 쳐야만 된다고 채찍질하는 외침이 오히려 자신을 더 늪에 빠지게 만들기 때문이다.
놀랍게도, 결국 늪을 빠져나와 자신의 훨훨 나아가는 분들은, 힘을 뺀 분들이다. 대(大)자로 누워 엉금엉금 기어간 분들이다. 온몸을 빳빳하게 세우고 없는 힘을 쥐어짜며 억지 파이팅을 외쳐댔던 분들이 아니다.
힘을 빼야 힘이 생긴다. 그때서야 '파이팅!'이 통한다. 내가 만난 분들이, 나아가 더 많은 분들이 힘을 뺄 수 있길 바란다. 그럼으로써 진정으로 본인의 힘을 낼 수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