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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umiLuna Aug 13. 2020

두근두근 입학하는 날

막내의 초등학교 첫 등교일

핀란드의 시간은 느리게 간다. 기본 모든 행정 업무는 3주-한 달은 소요되고, 아무리 매일매일 전화해서 닦달한들 개인의 편의를 봐주거나 하지 않으니 아예 넉넉한 시간을 예상하고 뭐든 진행하는 게 정신 건강에 좋다. 그렇게 느리게만 가던 핀란드의 여름 방학도 드디어 끝이 왔으니 두둥, 오늘 8월 13일은 Espoo의 모든 학교 개학날이다. 핀란드의 여름 방학은 6월 1일에 시작해서 8월 중순에 끝나니 한국에 비하면 엄청 길다. 반면 겨울 방학은 크리스마스 바로 전 즈음 시작해서 예수 공현축일 (Epiphany :1 월 6일) 다음 날 즈음 개학을 하니 2주 정도로 매우 짧다. 이 방학은 이름도 Christmas break로, 2월에 있는 (한국에서는 봄방학) 1주 정도의 Winter break와 구분된다. 아마도 날도 길고 바깥 활동도 많은 여름에 신나게 실컷 놀고, 어차피 컴컴하고 추운 날의 계속이니 겨울 방학은 짧게 하는 식으로 여름에 몰빵^^하는 게 아닌가 싶다. 10월 중순 즈음에 다시 1주일 정도의 가을 방학도 있다. 그렇지 않아도 공부를 너무도 안 시키는 핀란드 학교인데, 학생들은 중간중간 충분히 쉴 권리가 있다며 행여 스트레스라도 받을까 중간중간 충분히 쉴 수 있는 휴식의 시간을 제공한다. 지역마다 개학, 방학 등의 날짜가 확정되어 동일하게 적용되고 미리 연초에 공지가 되는 것은 편리하다.


절대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여름 방학이 드디어 끝나가고 (특히 이번 여름 방학은 6월에 있었어야 할 여러 summer camp들이 코로나로 인하여 취소가 되어 여러모로 지루하고 길었다.) 아이들이 카운트 다운을 하기 시작했다. 초 6에 올라가는 둘째와 중 2에 올라가는 첫째는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서 학교에 가야 한다는 두려움으로, 이제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째는 매일매일 설레는 마음으로 다른 의미에서 날짜를 세었다.

(이제 초등학교에 올라가는 만 7세 막내의 한글 수준 --;;  몇 주 전 비디오를 켜 놓고 콜을 하고 있으니 가까이 와서 방해는 못하고 나름 머리를 써서 봉투 위에 자기가 좋아하는 프로그램 봐도 되는지 허락을 받기 위해 이렇게 적어 러브 액츄얼리 식으로 엄마에게 보여주었다.)    


어제는 방과 후 돌봄 교실을 신청한 1학년 아이들과 학부모들을 위한 오리엔테이션이 있어 막내와 함께 학교에 다녀왔다. 코로나를 고려하여 실내 교실 안내는 생략하고 건물 앞 놀이터에서 약 20분 정도의 설명이 있었는데, 막내에게 잘 듣고 엄마에게 설명해 주길 기대하였으나 역시나 아직 모르는 말이 많은 만 7세에게는 무리였는지 자기도 무슨 말인지 모른다고 잡아뗀다. 모든 설명이 다 끝나고 갑자기 반가운 영어로 모두 잘 알아들었는지, 영어로 설명이 필요한 사람이 없는지 물어보는 말이 들린다. 어떤 용기가 생겼는지 내가 큰 소리로 뭔 말인지 하나도 못 알아 들었다고 당당하게 이야기하니 웃으면서 남으면 설명해 주겠다고 한다.


나 혼자 못 알아 들었을 줄 알았는데 어라 모인 사람을 보니 두 명이 더 있다. 중국인 아빠 1명과 겉모습으로는 인도 쪽에서 왔을 것 같은 아빠 1명 그리고 나까지 세 명이 모이자 호주에서 오셨다는, 자기도 온 지는 좀 되었으나 핀란드 말을 못 한다는 돌봄 교실 선생님께서 친절하게 중요 포인트들을 설명해 주셨다. 이런 구원의 포용력 칭찬한다. 설명을 듣는 동안 막내와 중국계 소녀는 절친이 되어 어디 사는지 등등의 개인정보를 교환하고 헤어짐을 아쉬워했다. 코로나가 아니었어도 딱히 사교적으로 사람을 찾아 나서지 않던 나에게 막내의 학교 생활은 신기하게도 새로운 세계에의 진입을, 새로운 동네 사람들을 알게 해 줄 기회가 될 것 같다. 벌써 중국인 아빠와 20분 정도 이야기하면서 신기하게 같은 아시아인으로서의 공감 때문인지 뭔가 모를 따뜻함을 느꼈으니 그동안 가족 외의 사람들을 만나지 못했던 것이 나름 허전했던 모양이다. (사실 자주 한국에서 아주 즐겁게 회사 다니는 꿈을 꾼다. 친구들 동료들 너무 그립다. 흑흑)


내친김에 막내가 한글과 한국말을 잊지 않게 8월 22일부터 시작하는 주말 한글학교에도 등록했다. 그곳에 가면 한국말할 수 있는 사람들도 만나고 뭔가 의지할 수 있는 친구들도 사귈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며.


북적대던 집이 갑자기 조용해지니 갑자기 개학날의 단상을 적고 싶어 글을 적기 시작했는데 갑자기 끝이 나의 외로움의 토로(ㅋㅋㅋㅋ)가 되어 버려 어떻게 마무리를 지어야 할지 모르겠다. 음. 그냥 이걸로 끝내야겠다.


막내를 통해 Eskari (Preschool)부터 온전히 체험하는 핀란드식 교육 실험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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