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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umiLuna Mar 19. 2019

핀란드 오랜만이야

6개월만의 가족들과 재회

지난 4월 남편과 아이 셋을 먼저 핀란드로 보내고 장장 6개월 만에 추석 연휴를 껴서 가족을 만나러 왔다.


그 동안 난 혼자서 여유로운 삶을 살며 운동도 하고 저녁 약속도 잡고 출장도 자유롭게 다니고 다시 아이가 없던 시절로 돌아가 즐거운 삶을 영위하며 제 2의 인생 황금기를 맞고 있었다 (반면 영상통화로 마주한 남편은 그 사이 폭삭 늙어버린 느낌 ㅋㅋ). 현재 직장에서도 이제 1년이 넘은 시점이라 더이상 야근도 별로 하지 않고, 오히려 아이들이 있었을 때보다 일찍 퇴근해서 수영장에도 가고, 재택근무도 하며 좀 더 여유로운 삶을 누렸던 것이 사실이다. 한 켠으로는 아이들 보고 싶은 마음이 컸지만, 이런 기회가 다시 오지 않을 기회임을 알기에 기왕 이렇게 된 거 맘껏 즐기자는 마음으로 ㅋㅋ 열심히 재밌게 살았다.


추석 연휴와 FY18 잔여휴가를 묶어 어찌어찌 3주 휴가를 호기롭게 던지고 노트북을 싸 들고 비행기를 탔다.


공항에는 5살짜리 (한국나이 6살) 막둥이와 시어머니가 마중나와 계셨고, 집으로 오는 내내 막둥이는 나에게 조잘조잘 재잘재잘 꿈인지 생시인지 믿겨지지 않는지 계속 해서 나를 만지작 만지작.. 이런 충만한 느낌 오랜만이다.


학교에 다녀온 첫째와 둘째도 만나고 남편과도 재회하고 그 동안 잊고 있던 행복한 벅찬 감정도 느끼며 여기 생활 이야기도 듣고 주변에 있는 것들도 파악하고..



그렇게 2주가 지났다.

학교 선생님도 만났고,
짧은 방과로 인해 주체할 수 없는 하루의 긴 시간을 마인크래프트와 노블록스 그리고 게임단체톡으로 허비하고 있는 첫째의 생활도 알게 되었고,
남편이 얼마 전 취직하게 됨으로써 셋째 픽업을 시부모님이 요일을 정해 나눠서 픽업하시는 것도 알게 되었고,

다 커서 오게 된 첫째가 아무래도 언어습득에 시간이 걸리니 적응에 좀 더 시간이 걸리는 거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고,

언제나 부족한 관심과 사랑에 둘째는 있는 듯 없는 듯 최고의 적응력을 보이지만 여전히 한국음식에 목 말라 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고,

막내는 적응이야 최고로 빠르게 잘해서 여기서 태어난 아이처럼 생활하지만 아직은 엄마손이 많이 필요할 때라 잠깐이지만 와 있는 엄마를 5분에 한 번씩 꼭 끌어안으며 사랑고백을 해 오고,

좁은집에 세탁기를 놓는게 쉽지않아 공용세탁실을 예약해서 쓰는데 애가 셋이다 보니 하루가 멀다하고 쌓여가는 빨래의 공습에 이틀에 한 번씩은 빨래를 해야 하는데, 젖은 빨래 들고 나르는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도 알게 되었고,

이래저래 남편의 고단한 삶과 아이들의 다른 속도로 적응해 가는 삶을 엿 볼 수 있었다.


이곳에 있을 땐 하루 빨리 내가 와서 도움을 줘야겠다, 뭣이 중헌디, 내 커리어 욕심만 채울 순 없다라고 생각이 들다가도,


지랄맞은 긴 겨울때문에 육년의 삶을 청산하고 다른 따뜻한 나라로 갔다는 사람의 블로그 글을 읽고 나거나, 전혀 알아듣지 못하는 핀란드어를 누군가가 혼잣말로 중얼거리면 꼭 나한테 욕하는 거 같다는 피해망상이 들 때면 여기 와서 어찌사나 심란한 마음도 든다. 과연 내가 이 나라 말을 배우고 직업을 찾을 수 있긴 한 걸까. 엄청난 난민들이 유입되고 다양한 문화들이 섞이고는 있지만 우리 아이들은 어떤 identity를 갖고 살아가게 될까, 사방이 나무인 곳에서 놀기 좋아하고 사람들 만나기 좋아하는 나는 서바이벌이 가능할까 두렵고 또 두렵다.


한국에 돌아가면 핀란드어 책도 다시 열어보고 잊고있던 PHR도 좀더 적극적으로 도전해 봐야겠다. 그리고 짐도 정리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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