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빼고 유목민 생활
정말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 모르겠다.
브런치에서 가끔씩 조회수가 몇을 돌파했다는 push 메세지를 보내 오긴 했지만 (놀라운 숫자여서 깜놀) 계속 브런치에 들어와 보지 못하다가, 이제 좀 한숨 돌리고 더 까먹기 전에 정보를 갈구하시는 분들을 위해 숙제처럼^^ 업데이트를 해 보고자 한다.
지난 업데이트 이후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다. 아파트 빼고, 핀란드에 다녀갔다가, 베이징 출장을 일단 다녀온 후 유목민 생활이 시작되었다. 9월 3일에 핀란드에 오는 걸로 비행기표를 일단 끊어 놓았고, 그 때까지 살 집을 구하는게 우선이었다. 전세를 계약하기엔 돈을 다 보내서 한달 벌어 먹고 사는 신세라 돈도 없기도 했지만 전세라는게 1년을 미니멈으로 계약하는 시스템이다 보니 몇 달 살 집을 전세로 구하긴 어려웠다. 그래서 요즘 핫하다는 쉐어 하우스로 눈을 돌리고 월세가 비싸도 괜찮아 보이는, 즉 고시원 개조로 이름만 바꾼 무늬만 쉐어 하우스가 아닌, 곳들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그러나....앱과 인터넷을 몇 개 알아보고는 바로 좌절했는데, 쉐어 하우스라는게 아무래도 힙한 트렌드? 이다 보니 FAQ에서 타겟 연령층이 20-30대라는 답변을 보게 되었다. 뭐 40대는 절대 안됨 가이드는 없었긴 하였으나 이미 나이에서 잘렸다(짤렸다!)는데 빈정이 상한 나는 더이상 쉐어하우스를 알아보지 않기로 마음을 접었다. 그렇다면 옵션은 에어비앤비 아니면 호텔/모텔/레지던스 기타 등등.
원래도 자는데 돈 많이 쓰지 않는다는 철칙을 갖고 있는 나로서는 일단 가성비 높은 곳을 찾아보기로 하고, 회사에서 가까워서 걸어다닐 수 있는 것을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삼고 알아보았다. 6개월 이상 살 건데 하루에 10만원이 넘으면 월 3백 ㅠㅠ 이다 보니 일단 저렴한 걸로, 초반엔 출장 일정도 있었던 지라 안국동/인사동 쪽에 많이 있는 게스트하우스에 묵었다. 베이징 출장 이후엔 몇 달 살아야 하니 장기 투숙이 가능한 곳으로 에어비앤비에서 "광화문""종로" 일대를 키워드로 서촌 쪽 원룸을 4개월 예약할 수가 있었고 에어비앤비 시스템 에러로 운 좋게 집주인과 직접 계약서를 작성하고 수수료를 제외한 금액으로 보증금 100만원, 월 85만원으로 사용할 수 있었다.
이후 꿈만 같았던 재밌고 씐나고 피곤한 방탕한 20대 같은 40대 아줌마의 혼자 살기가 시작되었다. (TMI 이지만 덧붙이자면, 에어비앤비에 정착한 이후로 1일 1택배 생활을 즐기던 나는 짐이 너무 늘어나는 바람에 일부는 친정에 두고, 많은 옷을 버려야 했고, 저런 큰 이민 가방을 회사 창고에 두고 20인치 슈트 케이스로 이동해야 했고, 회사에서 밴드 생활도 나름 열심히 할 수 있었고 (음 공연빙자 친목 도모), 다시 오지 않을 싱글 생활을 기념하기 위해 작은 타투도 장착했고, 8월 한달 내내 하루도 빠지지 않는 송별회를 가졌다ㅠㅠ. 그런가 하면 매일 아침 7시 요가 수업을 듣는 건강한 일도 했고, 주말엔 종로도서관에서 책도 빌리고, 인왕산도 오르는 등 심심하지만 나름 정신건강에 도움이 되는 짓도 했다. 젊은이들이 사는 큰 대로변 원룸은 위치는 최고였으나 집에서 담배 피우고 새벽까지 노는 진정한 20대 애들 때문에 잠 못 드는 생활의 연속이었고, 7월 말로 계약을 끝낸 이후에는 다시 인사동 게스트하우스로 돌아가 한 달 간 안락하고 쾌적한 생활을 영위하였다. (이 와중에 아고다 VIP가 되었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