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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샤장 Jan 10. 2023

떡볶이를 좋아하지 않는다.

떡볶이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지난 주말, 아차산의 한 떡볶이집을 찾았다. 거창한 이유는 아니다. 인근에서 보기로 한 연극시간에 맞춰 빠른 취식을 하기에는 그만한 메뉴도 없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서울3대 떡볶이집이라는 타이틀이 내 취향에 대한 소신을 압도했다. 오픈런과 웨이팅이라면 환장하는 편이기도 하여 타인의 안목을 한번 믿어보기로 했다.

과연 맛집은 맛집이었다. 거듭말하지만 떡볶이를 선호하지 않는다. 아울러 어묵은 더더욱이 입에 대지 않는 메뉴이다. 스펀지 같이 질겅거리는 애매한 식감의 어묵은 맵거나 쫄깃하거나한 확실한 맛을 선호하는 내 취향의 메뉴는 아니다. 어설프게 맵다가 들큰한 맛을 내는 떡볶이 역시 딱 떨어지는 맛은 아니기에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 그 최악의 조합은 절대로 자의에 의해 먹기 쉬운 메뉴는 아니다. 그런 내 입맛을 현혹한 음식이라면 어지간히도 대단한 메뉴임에 분명했다.

이 집이 맛만으로 과연 요식업계에서 성공할 수 있었을까. 삶은 계란을 떡볶이 국물에 연신 으깨어대며 가게안을 찬찬히 살폈다. 세련되지는 않았지만 끈적임 없는 식탁의 상판이 대충 관리하지 않는 집임을 말해주었다. 같이 간 남자친구는 라면이라던가, 순대와 같은 추가 메뉴가 없는게 다소 아쉽다고 했다. 고객 입장에서 말이다. 그러나 내 눈에는 매출을 올리기에 최적화된 가게였다. 이만하면 장사의 신 뺨칠 수준이다. 배운게 도둑질이라더니 맛만 있으면 되었지 떡볶이 하나에 뭘 그리도 분석하나 싶다.

절대 맛으로만 이 집은 성공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맛이 없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이 집의 포인트는 철저하게 선택과 집중에 맞추어져 있다. 흔한 오뎅국물과 같이 떠먹는 육수나 순대와 같은 분식의 양대산맥인 메뉴가 없다. 철저하게 떡볶이만 판매하는 곳이다. 같이 섞어주는 튀김이 있기는 하나 엄연히 말하면 토핑수준이다. 그 외에는 셀프로 꺼내 마셔야하는 음료만 판매 할 뿐이다. 이렇게 단일화된 메뉴는 준비하는 동선을 최소화 하며, 식자재의 회전율을 높여준다. 더불어 적은 가짓수의 식자재는 관리가 용이하다. 버려지는 식자재가 적어 마진을 보전한다는 이야기다.

빠른 테이블 회전율을 위한 노력 역시 이 집을 단순 맛집이 아닌 성공한 식당으로 보는 이유다. 넓지는 않나도 분식집이란 모름지기 잡다한 식기가 많은 법이이다. 집기를 최소화 하여 테이블 정리가 10초 이내면 끝이 난다. 수저 대신 포크를 제공하여 치우는 손동작을 하나라도 줄였다. 이는 인건비 절감과도 연관된다.

설거지 하면서 숟가락과 젓가락을 분리하여 세척하고, 젓가락의 위아래 부분을 다시 맞추는게 얼마나 손이 가고 시간이 걸리는지 해 본 사람은 알 것이다. 어묵국물을 제공하지 않는 것 역시 설거지 거리를 줄이고 수저 사용하는 일을 만들지 않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포크 하나로 식사를 마무리 할 수 있게한 사장님의 빅픽쳐에 혀를 내둘렀다. 포크 뿐만 아니라 설거지를 최소화 하기 위해 접시에는 위생봉투를 씌워 제공하고 일회용컵 사용으로 주방의 일을 줄였다. 하지만 이 부분은 현재 계도기간이고 올해 11워부터 강제 되는 일회용품 사용 규제에 맞추어 대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어쨌거나 현재까지로서는 인건비 감축에 큰 일조를 하고 있다.

직무의 전문성 역시 이 집의 성공포인트이다. 본점 맞은편에 배달 포장 전문점을 따로 만들어 홀과 포장 고객을 철저히 분리하여 업무숙련도를 가져왔다. 매장 내부의 직원은 반복적이고 단순하지만 본인 파트의 업무만 함으로써 전체 효율을 올리는 것이다. 효율적으로 가게를 돌려 수익을 극대화 하기에는 충분한 시스템과 구조였다. 가맹사업을 염두에 둔 운영방식임을 단번에 눈치챘다. 아니나다를까 분점이 남양주 어디에도 있단다.

음식장사도 결국 비지니스이다. 돈을 버는 수단이다. 음식장사는 음식을 파는 것이 아니라 편리함, 간편함을 음식을 통해 전달하는 것이라 믿는다. 음식이라는 재화를 제공하는 것 보다는 편리함과 간편함을 서비스 하는 서비스 업이 이 시대의 음식장사이다. 시대가 변하면서 음식장사의 의미도 분명히 바뀌었다. 맛있는 음식을 먹는 모습만 봐도 행복하다는 보람을 느끼려면 장사가 아니라 내 가족이 먹는 상을 차리거나 봉사를 해야한다.

서비스가 특출나게 친절하거나 혹은 대단히 불친절하지는 않은 곳이다. 대단한 친절함을 무기로 엄마의 손맛을 표방하는 흔한 분식집과는 노선을 차별화 했다. 적당한 친절에 극대화된 효율화를 택해 돈을 벌고 있는 이 떡볶이집을 나는 조금 더 사랑하기로 했다. 떡볶이 맛집은 많을 것이다. 단순히 맛집을 찾는 사람보다는 장사치의 모습을 배우고 싶은 사람이라면 꼭 가보아 할 곳이 이 곳<신토불이 떡볶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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