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여성 adhd생존기 -ADHD에 대한 오해
스스로는 완전히 느낄 수 있었다.
나만 알고 있는 수많은 경험들, 잠자기 전 이불킥을 해야했던 수많은 사연과 이야기들, 가끔 꿈속에 등장하는 트라우마, 그리고 아직도 내 가슴을 헤집고 다니는 상처들, 잠못자게 했던 고민들
"내가 도대체 왜 이럴까?"
무엇보다 수백번 자문했던 질문의 실마리 팍 풀리는 것 같았다.
진단을 받고 조심스레 가족들에게 이야기했다. 나의 고민과 경험, 그리고 지난 몇년간 내 옆에서 고통과 오락가락한 기분을 지켜봤던 가족들은 그냥 말없이 들어주었다.
"그래, 네가 그런 적이 많았지.."
내 이야기에 공감을 해주다가도
"그래도 ADHD까지는 아니지 않아?"
이렇게 반응했다. 도대체 이들은 ADHD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
남편 역시 다소 의외라는 반응이었다. 내가 우울증이나 감정 조절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지만, ADHD는 아니라는 것이다.
"아닌데, 아내는 막 어지르고 그러지 않는데"
성인 ADHD의 대표적인 증상은 1. 시간관념이 없고 2. 정리를 잘 못하고 3. 충동구매를 많이 한다 이다.
나는 세가지 중 어떤 것도 해당하지 않았다. 시간 약속은 잘 지키고, 외출 전 꼭 집안을 정리하고 나갈 정도로 정리도 잘하고, 돈도 잘 안쓰는 편이다. 그런데, 왜 그런걸까?
바로 성인 ADHD는 여러 양상으로 나타내되, 어렸을 때부터 집중을 못하고 산만하며, 마무리와 체계적인 일처리를 못하는 공통점이 있다. 나는 저 세가지는 잘했지만, 어렸을 때부터 이런 특징을 보였다.
일단 일반인의 ADHD에 대한 이미지는 다소 극단적이다.
1. 종일 가만히 있지 못하고 안절부절 못하거나 폭력을 일삼는 어린 남자아이의 이미지
2. 무엇인가를 자주 깜빡하고 집안은 난장판이고 책 한권 제대로 읽기 힘든 어른
1의 이미지를 생각하는 사람은 내가 결코 ADHD가 아니라고 생각할 것이며
2의 이미지를 떠올리는 사람은 '나도 그런데..' 라고 한다.
실제로 성인 ADHD지만 아직 진단을 받지 않거나 생활에 큰 불편함을 못 느끼는 사람은 상당수 있을 것이라 예상되며, 성인 여성도 다수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한다.
그렇지만, 쉽게 '나 성인 ADHD인 것 같아'라고 말하는 것은 주의를 요한다. 무엇보다도 이 증상은 성인이 되어 주의력이 떨어진다거나 집중력이 부족해져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어렸을 때부터 발현되며 당사자는 그로 인해 많은 고통과 좌절이 누적된 상태인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성인 ADHD가 불안, 우울과 같은 동반장애를 겪고 있으며 동반장애를 치료하러 내원했다가 진단을 받는 것이라는 것을 생각해본다면(나 역시 그랬다) 본인도 이해할 수 없는 선택으로 일그러진 삶에 대한 불만족과 회한을 자신도 그랬다는 말로 쉽게 이야기를 해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