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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콤쌉쌀 Oct 30. 2024

유기견을 입양했다

내 생애 첫 반려견

남편과 둘이서 한강공원에 바람을 쐬러 갔다. 캠핑 의자와 테이블을 챙겨서 아침 일찍 출발해 자리를 잡고, 집에서 내려 온 커피와 맛있는 한강라면을 먹었다. 이야기도 나누고, 물멍도 하고, 사진 찍고 핸드폰을 가지고 노는 각자의 시간도 갖고. 평화로운 주말 아침이었다.

한참을 앉아 풍경을 만끽하다가 산책하자는 남편 말에 드디어 의자에서 일어나 움직였다. 걷다 보니, 반려동물 행사 부스가 많이 설치되어 있었다. 얼마 전 속초 여행에서도 애견축제를 해서 강아지 달리기도 구경하고 유기견들 홍보도 보고 왔었는데, 그보다 규모가 더 큰 행사였다. 강아지 용품들도 홍보, 판매하고 어김없이 유기견 홍보도 나와있었다. 자그마한 강아지 한 마리에 빠져 한참을 보는데 마음이 이상했다. 다른 어린 강아지들과 달리 나이도 많은데 몸집은 가장 작은... 행동도 뭔가 조심조심, 사람들 손길도 잘 받아들였지만 활기찬 아이는 아니었다. 그런데, 아니 왜 발걸음이 안 떨어지는 거야. 돌아서다 다시 보고, 돌아서다 다시 보고, 그동안 남편은 먼저 자리로 돌아갔다. 2,30분을 그렇게 서서 강아지를 보았다. 그러다가 '안돼!' 하며 정말로 눈을 질끈 감고 자리로 뛰듯이 빨리 돌아갔다. 차를 타고 집에 오는데 마음이 그리 무거운지, 내가 버리고 같은 기분이었다. 너무 미안하고 불쌍했다.

다음 날, 혼자서 맥주를 마시고 있는데 또 강아지를 키우자고 조르는 내가 낳은 똥강아지. 현실적인 이유를 들며 안된다고 하는데 그날따라 끝없이 나를 설득해 가며 졸랐다. 나도 모르게 튀어나온 말. "엄마는 데려오고 싶은 애가 있었는데도 참았거든." "나는 놔두고 혼자서 보고 왔다고?" 하며 우리 딸, 자기도 보여달라고 성화다. 아, 사진이라도 찍어올 걸 그랬나. 그러다 내가 어디에 있는지 봤었던 동물복지센터에서 나왔던 걸 기억하고 혹시나 하고 검색을 해봤다. "아니, 이런! 진짜 나오잖아!!"

두 딸이 동시에 달려왔다. 얘들은 왜 보자마자 반해서 이러지? 현실적 이유를 진작에 받아들이고도 동네 강아지란 강아지는 다 좋아하는 큰딸과, 핸드폰 가방에 아예 강아지 간식을 넣어 다니는 작은딸. 데려오자고 난리가 났다. 괜히 보여줬지, 내가 미쳤지 하면서도 운명인가 싶었다.

속으로는 나도 이미 거의 집으로 데려와놓고는 겉으로는 안 되는 이유들을 늘어놓았다. 곧이어 퇴근한 남편에게 아이들이 바로 조른다. 엄마가 보고 온 강아지가 있는데 너무 좋다고. 정말 예쁘다고. 큰딸은 사진만 봐도 눈물이 난다고 훌쩍인다. 갑자기 이 무슨 상황인지. 작은딸은 우리가 데리고 와야만 하는 이유를 늘어놓으며 설득을 한다. 반대 의사가 분명한 남편. 내가 떠봐도 절대 안 될 것 같았다. 한 번 보고 오자는 말에도 본인은 허리 아프니 안 가겠다는 말도 안 되는 변명이나 하고. 아, 이 아이들 실망은 어쩌지? 난 또 그새 왜 애들 입장이 돼버렸지?

남편을 설득했다. 보고 오라고 허락하는 거면 같이 가야 한다고. 애들은 보든 안보든 마음에 이미 들었다고. 다행히 진지하게 들어주고 같이 가보기로 결정. 시간 예약을 잡고 집 사진을 찍어오라길래 사진을 찍어 가서 강아지를 만났다.

얘가 뭔가 눈치를 챘나? 우리 가족들을 천천히 탐색하고는 가장 반대했던 남편에게 계속 가서 쓰다듬어 달라고 한다. 남편도 예뻐해 주었다.

그러고 나서 인터뷰. 가족이 모두 입양에 동의했느냐는 말에 한 번 보고 어떻게 결정을 하겠냐고 하던 남편이, 오랫동안 여행을 가거나 집을 비울 일이 생기면 어떻게 할 거냐는 질문에는 "그럴 일을 안 만들 겁니다."하고 자신 있게 말한다. 넘어갔군.

심층 인터뷰가 이어지고 입양 서류를 작성했다. 심사를 거쳐 적합 판정을 받으면 데려갈 수 있다고 했다.

심사라니..  언제 전화가 올지 그때부터 두근두근. 일주일 정도 걸린다고 했는데 3일이 지나 연락이 왔다. 합격이라고. 필요한 필수 물품들을 준비해서 사진으로 찍어 메일을 보내면 데려 올 날짜를 정할 수 있단다.

올레!!!

바로 모든 물품 구입하고, 지인에게 양도도 받고 얼른 사진을 찍어 메일로 보냈다. 최대한 빨리 데려올 수 있는 날과 시간으로 정했다. 가족 모두 설렘을 안고 출발. 나는 잠도 못 잤다. 애도 아니고....ㅎㅎ

집에 온 첫날은 앉지도 엎드리지도 잠을 자지도 않더니 열흘이 지난 지금은 배 드러내고 누워 늘어져 자고, 가족들 잠깐 헤어졌다 만나면 꼬리가 날아갈 듯 흔들며 낑낑대고 뽀뽀를 퍼붓는다. 배변패드도 70프로 이상 성공, 짖지도 않고 물지도 않고 주는 건 잘 먹고 (이젠 편식을 하기 시작했다) 적응을 너무 잘하고 있다. 데려온 다음날, 이렇게 금방 강아지와 한집에 있는 자연스러울 있을까 감탄했고, 지금도 이렇게 스며드나 신기하다.

무엇보다 달라진 점 몇 가지는, 수면제 기운에 아침마다 잠 깨는 게 너무너무 힘들었는데 이젠 배변산책 하러 새벽같이 일어나 반강제로 밖으로 나가는 것. 애들 이유식 먹일 때처럼 식단에 신경 쓰는 것. 똥오줌 치우는 게 자연스러운 것. 산책하느라 매일 걷고 달리는 것. 슬프고 외로울 새가 많이 없어졌다는 것. 아이들이 핸드폰을 훨씬 덜 한다는 것. 가족들이 선달이 주변에서 모인다는 것.

센터에서는 3살 9개월로 추정된다고 했는데, 병원에 갔더니 최소 8~9살이란다. 순간 이 아이와 앞으로 긴 시간을 같이 하지 못하겠구나 하는 생각에 많이 슬펐는데, 그동안 아무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살아왔으니 겉보기에 늙은 거일 거다 하고 슬픈 생각은 하지 말아야겠다 마음먹었다. 시간이 얼마가 되든 내 목표는 선달이를 최대한 편안하고 행복하게 살게 해 주다가 보내주는 거니까.

주변의 만류도 걱정도 많았지만 이젠 누가 뭐래도 가족이다. 이 아이가 나의 살을 빼주고 나의 슬픔을 달래주고 나의 외로움을 사그라들게 한다. 이 아이에게는 그의 10배로 행복하게 해 줄 거다. 같이 잘 살아보자, 내 강아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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