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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께

더 이상 버틸 힘이 없습니다.

by 달콤쌉쌀

나는요, 아빠가 던진 그 작고 무거운 나무찻상이 내 머리를 향해 날아왔을 때도, 내가 하지 않은 일로 무작정 혼내고 때릴 때도, 김장하는 엄마에게 "나 이번에도 올백이야." 하는 내 말에, "그럼 그만큼 엄마도 잘 도와야지. 손 씻고 와서 거들어." 할 때도, 티브이가 부서지고 고성이 오가는 동안 언니랑 동생과 식탁 밑에 숨어 숨죽이고 있었을 때도, 집에서 칼부림이 나서 현관 바닥에 언니의 피가 철렁여서 나 혼자 수습하고 칼들을 죄다 숨기고 아빠의 해장국을 끓일 때에도, 엄마의 귀가 찢겨 피가 흥건히 흘러나올 때도, 아빠의 발길질에 베란다로 붕 날아가는 막냇동생을 볼 때도, 자매 간의 흔한 다툼에 내복 차림으로 걸핏하면 집 밖으로 쫓겨났을 때도, 엄마가 답답해서 며칠씩 외할머니 댁에 가면서도 약숫물은 아침에 떠다 놓으란 부탁에 그리하다 처음 지각이라는 걸 해보고 엎드려뻗쳐 10분에 운동장을 다섯 바퀴 돌았을 때도,... 다 참았습니다.

정말 다 참고, 그 누구에게도 내 마음을 말하지 않았습니다. 아빠엄마를 흉보지 않았습니다. 아빠엄마에게 서운하다고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심한 말 한마디에 서운했다고, 마흔다섯 먹어서 처음 말해본 나에게, 왜 이렇게 변했냐구요? 왜 이렇게 못됐냐구요? 너무 억울하시다구요??

저한테... 이래도 되십니까,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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