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입원도 치료가 된다

왜 고민했나.. 치료하면 되는 것을

by 달콤쌉쌀

퇴원을 했다. 딱 2주 만이었다. 보통은 3~6주 정도 걸린다는데 나는 운이 좋았다. 의사들의 처방이 잘 맞았고, 나의 질병에 대한 각성이 있던 것도 큰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입원을 망설였던 이유가 많았지만, 그중에 제일 컸던 건 입원을 한다고 뭐가 나아지려나 하는 마음이었다. 주사를 맞는다고 행복해지지 않을 거고, 깁스를 한다고 바로잡히지 않을 거고, 그저 내가 다시 위험한 행동을 하지 못하도록 가둬두는 정도의 의미만 있는 게 아닐까 의심했다.

어쨌든 나는 다시 위험한 시도를 할 능성이 컸으니 내가 나를 가둘 목적으로 일단 입원을 한 거였다. 치료를 잘 모르겠고 잘 믿지 못했기 때문에 내가 할 수 있는 노력들을 많이 했다. 책을 닥치는 대로 읽고(심리 분야를 더 중점적으로), 필사를 하며 마음 정리를 하고, 일부러 멍을 때리고 머리를 비우는 시간을 갖고, 색칠공부도 하고, 잠만 자기도 해봤다. 유튜브에서 정신과 전문의들이 하는 우울증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보고 들었고, 주치의와의 면담에도 최대한 모든 것을 드러내며 마음을 다했다. 유튜브에서 감사일기를 써보라기에 감사일기도 열심히 써보았다. 병동에서 하는 치료 프로그램들도 처음에는 참여하지 않았다가 마음이 좀 바뀌고는 열심히 참여했다.

그렇다고 해서 아무 일 없이 무난히 치료되지만은 않았다. 마음을 드러내야 하는 시간들이 자꾸 생기다 보니, 한동안 잠잠했던 불안이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했다. 내 마음을 표현해야 할 때마다 온몸에 식은땀이 나고 손바닥은 축축해졌으며 온몸이 사시나무 떨리듯 떨렸다. 그래서 면담 후에는 안정제를 먹어야만 했다. 하루하루 지나며 눈에 확연히 보이던 몸의 떨림이 점점 잦아들고, 식은땀 때문에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어야 했던 데에서 손바닥이 좀 젖는 정도로만 땀이 줄어들었다. 내가 나아가나 보다 느끼는 순간들이었다.

앞서 다른 글에서도 언급했던 것 같은데, (나는 나의 글을 다시 잘 읽지 않는다. 퇴고도 잘 하지 않는다. 그래서 내 글을 잘 기억하지 못한다. ㅎㅎ) 우울증을 나의 '문제'로 생각했던 데서 나의 '질병'으로 인식하기 시작하면서 차도가 눈에 띄게 나타나기 시작했던 것 같다. 나의 '문제'가 아니니 내 탓도 아니요, 나를 바꿔야만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질병'으로 인식하고 나니, 의료진에게 의지하고 약을 잘 먹으면 되는 일이었다. 감사일기를 쓰는 일이 조금씩 더 쉬워졌다. 마음을 드러내는 게 한결 편해졌다. (그렇다고 편한 건 아니지만 전과 비교했을 때보다는 훠얼씬.)

퇴원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니, 같은 스트레스 상황에서 내가 방어하는 힘이 커졌다는 느낌이 들었다. 사춘기 딸이 짜증을 내고 감정적으로 대할 때도 나는 이전보다 감정적 반응이 훨씬 줄어들었다. 대신에 당장의 상황을 빨리 정리하고 둘 다 감정이 내려왔을 때 다시 언급하는 방법을 보다 쉽게 제안할 수 있었다. 무시할만한 일들은 무시할 수 있는 여유도 생겼다. 입원날과 마찬가지로 퇴원하는 날마저 나 혼자서 집에 오게 만든 이 무심한 남편에게도 본인의 기질이 그러하니 충분히 그럴 수도 있겠다 하고 넘어갈 수 있었다. 쌓인 집안일들을 하나하나 해치울 기력도 생겨있었다. 내가 없는 동안에 방치되었던 집을 정리하다 보니 내 마음도 같이 더 정리되는 기분이었다. 약에 취해서, 기력이 없어서 하루 종일 잠에 취해 있던 내가 매일 일찍 일어나서 나의 할 일들을 하고 아이들을 더 챙길 수 있다.

이제 사람답게 사는 듯하다. 입원은 정말 잘한 결정이었다. 이 글을 보시는 분 중 혹시나 입원 고민을 하고 있는 분이 계시다면 절대 고민하지 마시라. 교통사고로 다쳐서, 염증수치가 너무 올라가서 입원하듯이 우울증도 나의 뇌를 치료하기 위해 입원하는 거라고 생각하면 정답일 것이다.

퇴원 후, 쌓였던 많은 일들을 처리하고 두 딸을 새 학교로 입학시키고 이제 좀 숨을 돌리고 있다. 퇴원하며 세운 첫 번째 목표는 일찍 일어나기였다. 20일쯤 지난 지금까지는 매일 성공이다. 나의 기력이 더욱 올라오면 강아지 산책을 매일 시키는 게 두 번째 목표, 운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게 세 번째 목표다. 병원에서 보니 반복 입원하는 환자들이 많던데, 나는 거기에 포함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 목표들을 하나씩 부숴가며 또 다른 목표들을 만들어가면서 완전히 이겨냈으면 좋겠다! 혹시나 운이 좋지 않아 다시 악화되는 경우가 생긴다 해도 깊은 슬픔에 빠지지 않으리라. 나를 도와줄 의료진과 치료제가 정말 많은 세상이니까.

햇살 좋은 오후다. 나와 먼지만큼이라도 관련된 모든 이들과, 그들과 관련된 모든 이들이 행복한 오후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