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편지 9
어제는 드라마를 보느라 평소보다 늦게 잠들었습니다. 유튜브 클립으로 몇 개 보기 시작했는데, 배우들이 연기를 정말 잘 하더라고요. 그래서 본 방송도 챙겨봤습니다. 일요일 밤에는 원래 잠이 잘 안오는 법이라 일부러 남편과 1시간 정도 충분히 걸으며 살짝 땀을 냈는데도, 결국은 늦게 잤네요. 자는 시간을 가장 우선해서 생각하기로 했지만 역시 쉽지 않습니다. 가능하면 제 시간에 잘 수 있도록 더 노력해야겠어요.
토요일에는 강릉에 다녀왔어요. 예전에 강릉까지 운전해서 다녀오느라 너무 힘들었던 기억이 있어서 걱정이 많았는데, 친구 덕분에 차를 얻어 타고 편하게 다녀왔습니다. 차에서 김밥, 오렌지, 커피를 나눠먹으니 소풍 가는 기분도 들고 좋더라고요. 강릉에서는 또다른 친구를 만나 맛있는 점심을 먹고, 바다도 봤습니다. 친구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그렇게 우리가 자주 얼굴을 보지 못했던 시간동안 그 아이는 벌써 만 3세가 됐다고 합니다. 정말 시간은 얼마나 빠른지요!
지난주만 하더라도 추워서 아직은 겨울이라는 느낌이었는데, 주말 사이 갑자기 봄이 찾아왔습니다. 집에 있는 시간이 많으니 계절을 느낄 새가 별로 없어서 나만 봄이 온 걸 몰랐던걸까요? 토요일 강릉 사천 해변에서 맞는 바다 바람은 아직 차가웠지만 그래도 따뜻한 햇살에서 봄 기운이 느껴졌습니다. 일요일 오후엔 덥기까지 하더라고요. 하천을 따라 걷는 길에 응달에 자리 잡은 목련이 피어나려고 애쓰는 것도 보고, 양지 바른 자리에 선 목련은 이미 꽃을 1/3쯤 피운 것도 봤습니다. 개나리는 이미 폈고, 나무들도 새순을 내보내기 시작했습니다.
남편이 “올해는 벚꽃 보러 어디갈까?”하고 물었습니다. 나는 “올해는 어디 가지 말고 꼭 우리집 근처 벚꽃길을 같이 걷자.” 했습니다. 2년 동안 주말부부로 살며 거의 대부분의 주말을 함께 보냈지만, 그래도 주말부부로 지내는 동안 아쉬울 때가 종종 있었습니다. 남편에게는 벚꽃이 그런 아쉬움입니다. 주말이면 근처에 꽃나무가 많은 곳을 찾아 구경을 열심히 했는데도, 작년에 딱 한 번 우리집 근처 벚꽃이 만개했을 때 함께 있지 못했던게 그렇게 아쉬웠나봅니다. 작년 봄에 다른 일이 있어 벚꽃이 만개하던 딱 그 주말에 내가 혼자 어디를 좀 다녀왔거든요. 남편은 혼자서 벚꽃이 만개한 산책로를 걸으며 나와 함께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는 이야기를 지난 1년 동안 몇 번이나 했습니다.
강릉에서 만났던 친구가 ”넌 아직 남편을 사랑해?“하고 물었습니다. 나는 웃으며 ”아이고, 우린 아이가 없잖아.“라고 대답했고 어린 아이를 키우며 일을 병행하느라 지친 친구의 어려움을 위로했습니다. 그런데 집에 오는 길에 친구의 그 질문이 계속 생각나더라고요. ”나도 느이 아빠 결혼하고 10년 정도는 좋았다.“라고 했던 엄마의 말도 생각이 났고요. 사람마다 생각하는 사랑의 정의가 다르고, 시간이 지나면 사랑의 성질이 조금 달라지기도 합니다. 친구에게 대답했던 것처럼 우린 아이가 없어서 아직 사랑하는 건지도 모릅니다. 아니면 엄마 말대로 원래 결혼하고 10년 정도는 좋은거라 아직 6~7년은 더 남았는지도 모르지요.
어제 밤에 늦게 잠들었지만 그래도 오늘 아침에 늦잠을 자지 않고 일찍 일어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나는 스트레칭을 하면서 남편에게 오늘 옷차림이 예쁘다고 이야기해주고, 현관문 앞에 따라나가 배웅했습니다. 복직하면 다시 우리는 주말부부로 지내게 될 겁니다. 그리고 아마 내가 퇴직하는 날까지 30년 가까운 긴 세월을 그렇게 떨어져서 살게 되겠지요. 우리가 사랑하고 함께 살 수 있는 이 짧고 소중한 시간이 감사하고, 더 충분히 즐겨야겠습니다. 그럼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