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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혜령 Oct 29. 2019

'나송'한 시대

나이먹어 죄송합니다 ㅠ.ㅠ


얼마 전 커리어 코칭에서 F산업에 근무 중인 중간관리자급 직원이 이직상담을 요청해왔다. 

이력서를 보니 회사도 괜찮고, 그 안에서의 성과도 돋보였던지라 굳이 이직을 하려는 이유가 궁금했다.


자신은 일하는 게 좋고, 그래서 아이를 낳고도 회사를 오래 다니고 싶은데, 회사가 나이가 들었다는 이유로 40대의 일 잘하는 선배들을 좌천시키는 것을 보고 크게 놀랐단다. 본인은 아직 30대 초중반이고 지금은 회사에서 칭찬을 하지만 조만간 그런 일이 자기에게도 생길 것이라고 생각, 이직을 생각하게 되었다는 것. 

설마요, 라고 웃으려 했지만 그의 얼굴은 무척 절박하고 진지했다. 


E 업계에서 근무하는 40대 초반의 지인도 비슷한 고민을 털어놓은 적이 있다. 

회사가 전 직원들의 평균연령을 XX세로 낮추겠다고 선언했다며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이십대의 채용을 늘리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퇴직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감지, 미래를 고민하고 있었다. 


얼마 전, 작은 B2B회사의 대표인 지인의 탄식.

거래처 직원들(사원, 대리급)이 자신이 전화를 받으면 전화를 끊는다고. 

작은 규모의 업체라 대표자라고는 해도 직접 현역으로 일을 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생각인데, 어느새 세월에 떠밀려 이제는 거래처 실무자가 불편해하는 나이가 되어버린 것이다. 연차가 낮은 경력사원을 찾고 있기에 그 회사의 인력구조상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 했더니, 거래처 직원들과 나이를 맞추려면 그렇게 해야 한다고. 

…그렇다. 클라이언트사의 젊음의 열풍은 본의 아니게 협력사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아이고, 연식이 죄구나.


위 사례의 산업들은 전부 트렌드에 민감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덧붙이자면 업무가 일반사무직이라는 점도)

트렌드는 대개 이십대가 주도하는게 사실이다. 그러나 시간만큼 따박따박 착실하고 정직하며… 순식간에 지나는 것이 어디 있으랴. 

나이가 인력관리의 주요 가치가 되어버리면 인간은 소모품이 되어버린다.

 의학의 발달은 생명을 연장시켰지만 인터넷은 그 길어진 생명이 가진 ‘노인의 지혜’를 낡고 들을 가치가 없는 것으로 만들어버렸다. 거기에 트렌드가 가세, 그 노인의 연령대를 40대로 대폭 끌어내리고 있는 셈이다(우리는 조선시대를 평행우주로 경험하고 있는지도) 그러면 이 업계에서 시니어들이 가진 연륜과 경험은 의미가 없다는 건데, 이런 사회적 무력함을 강제함으로써 회사는 인건비 절감을 하는 효과도 있겠구나 싶다(내 마음이 비비꼬인게지)


그 동안의 삶이 폐기처분 수준의 지식과 경력으로 요약되는 시대라니.

이를 내다보고 진작 기술을 배웠어야 했었던 것인가, 아니 지금이라도 뭘 배워야 하는 건 아닐까.

문송하고 나송할 따름입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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