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한 회사의 첫 공식회의에서 살아남는 법
존재감을 보여주려 애쓰지마라
이직으로 새로운 오피스 환경에 적응 중인 당신.
같은 부서, 협력부서, 에이전시의 모습으로 만나는 동료들은 모두 친절하고 조심스럽지만
내심 당신의 업무 역량을 궁금해하고 있을 터.
아마 당신 스스로도 “나도 이 자리에 속할 권리가 있음”을 외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할 것이다.
그리고 그 기회가 온다.
대개 이 기회는 직, 간접부서의 실무진과 보스들이 모이는 공식회의라는 형태로 등장한다.
(마케터라면 전략 프리젠테이션 같은 것들의 발표자리)
그리고 ‘모든’ 보스들은 당신을 테스트해보고 싶어한다. (악의는 없다)
자, 일단 목적을 확인하자. 이런 데뷔무대에서 당신이 얻어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내가 얼마나 뛰어난 능력을 가진 직원인지를 보여주어
좌중을 압도하겠다는 야심에 불타고 있다면 ‘그거슨 아니다’.
당신의 목적을 ‘저 사람 업무적으로나 함께 일할 동료로써나 괜찮네’정도의 평판을 얻는 데에 두라.
전략을 밀어부치겠다고? No No.
설사 이 자리에서 전략에 대한 칭찬을 받았다 하더라도
그게 실제로 승인되었다거나 바로 실행을 의미하지는 않는다(이건 어느 회사에서나 동일하다).
이날 참석하는 사람들은 그저 당신이 같이 일하기에 어떤 사람인가를 알고 싶은 거다.
그러므로 당신의 목적은 ‘그들 중 하나로 따뜻하게 받아들여지는 것’이어야 한다.
그날 발표해야 할 내용 외에 준비해야 할 것은 다음의 것들이다.
첫째, 새 멤버로써 적합한 가면. 하루 종일 무대에 올라 연기를 해야한다고 생각하라.
무대에 오르면 아무리 한 귀퉁이에 서 있어도 관객 누군가는 나의 얼굴을 보고 있다.
회의에서 스스로 관찰당한다고 생각하며 역할에 충실해라.
동료직원들에 대한 적절한 관심, 회사 전략에 대한 흥미로움의 표현,
그 모든 것이 당신에게 익숙한 내용일지라도 모든 것이 새로울 새 멤버로서의 페르소나를 유지하라.
둘째, 허세는 넣어두라.
발표할 내용과 관련하여, ‘너희에게 이런 것을 보여주겠노라, 이런 거 몰랐지~?’ 로 임하면
반드시 후회할 일이 생긴다. (대개 상위기업에서 온 사람들이 이런 모습을 보인다)
사실 내용면에서 하늘 아래 완전 새로운 전략이란 극히 드물다.
설사 그런 것을 제시한다 하더라도 상위관리자가 그 놀라움을 알아챌 수준이 안 될 수도 있고,
이미 기존 멤버 중 누군가가 제시했다가 기각당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
또한 대단히 혁신적인 내용이라 할지라도 갤러리들은 감탄보다는 비판의 준비가 되어있다는 점을 놓치지 말자. 일단 당신 입장에서도 간을 보아야 하므로 겸손한 제스쳐로 ‘이런 것도 생각해 볼만합니다’ 정도로 임하자.
그리고 만약 누군가 이에 대해 호감을 표하면 그의 안복을 칭찬하며
거기에 살짝 맛배기로 내 의견을 피력하는 정도로만 한다.
그렇다고, 기회다 싶어 마구 떠들다 보면 모처럼 얻은 호감이 달아난다.
셋째, 회의 동안 머스트 보유 아이템: 커피 & 당신의 영혼.
이직자들이 이런 회의에서 불리한 점은 나의 직접 담당 업무가 아니라도 꼭
'XX님은 어떻게 생각하냐"는 공격이 훅 들어온다는 사실(알고도 묻고 모르고도 묻는다).
갤러리로 몸만 앉아 있거나 내 순서가 끝났다 싶어 잠시 넋이 외출한 상태라면 그야말로 순식간에 바보가 된다. 도망가려는 영혼을 잘 붙들고 회의 내용에 귀를 기울이라.
넷째, 이게 제일 중요하데 실력 test 질문에 스마트하게 질문하기.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이 들어왔을 때 설사 관련 내용을 잘 안다고 해도
마음대로 얘기하는 건 제 무덤을 파는 짓이다.
감춰진 트릭을 놓칠 수도 있고, 자칫 실무 담당자와의 향후 관계가 어려울 수도 있다.
어떻게 반응해야 스마트한 답변이 될까.
의사결정에 필요한 사실 확인 질문이 제일 좋다.
대개 전략적 의사결정은 논리에 따르며 인과나 전제조건이 존재한다.
이 논리나 전제조건에 대한 부드러운 질문을 하여 담당자에게 자신의 안을 좀 더 부연설명할 기회를 부여하라
물론 질문으로 답하라는 뜻이 질문자(대개는 상위관리자)를 무시하라는 뜻이 아니다.
대답을 하되 이를 질문과 연결시키라는 거지. (E.g. “지금 발표자의 내용은 이러이러한 것인데(요약, 잘 들었음을 어필) 듣다 보니 이런 의문, 궁금증이 듭니다. 이런 부분은 어떻게 될까요?” 등등.
참고로 가재는 게편이라고 예산이 모자랄 것 같을 때 같이 걱정해주는 척하면
가려운 데를 긁어주는 격이 되어 담당자가 아주 고마워한다)
본질을 찌르는 질문이라면 더욱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질문을 하는 것은 섣부른 의견피력보다 낫다.
(아무도 당신에게 평가받고 싶어하지 않는다)
마지막, 회의에서 절대 자기과시성 질문은 하지 말 것.
자기 잘난척에서 나오는 질문은 누가 봐도 태가 난다.
자칫 갑론을박으로 번지기라도 하면 새로운 멤버인 당신을 편들어줄 사람은 없다는 사실.
설사 당신의 지식이 옳아도 그 태도로 인해 오래도록 구설수에 오르기 십상이다.
첫 회의, 뭐 이렇게까지 준비해야 하냐고?
그야... 첫인상은 힘이 세기 때문이지. 가급적 처음에 좋은 이미지를 구축하는 편이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