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창업관련 토크쇼의 뒤풀이. 강의를 들으러 온 직장인 참가자들은 대개 나사못으로 일하는 삶에 근본적인 자기 존재의 의문을 품고 창업을 곁눈질해보는 듯하다. 그런 얘기가 오가던 중 막판, 창업의 금전적 어려움에 이르자 기창업자들이 ‘따박따박 월급’이 나오는 월급쟁이를 찬양하는 바람에 약간 색깔이 이상해져 버렸다.
월급쟁이를 평생 할 수 있다면야 괜찮지(조직내 천덕꾸러기로 취급되는 건 감수한다치고).
그러나 사무직의 경우 월급쟁이로 살 수 있는 시간 자체가 얼마 되지 않다. 불경기가 지속되면서 입사시점은 점점 늦어지는 반면 퇴사시기는 점점 앞당겨지고 있다. (법적 정년은 사무직의 정년을 보장해주지 않는다. 사무직은 눈치와 불문률의 지배를 받는다) 특히, 트렌드에 민감한 산업은 훨씬 수명이 짧다.
즉, 더 이상 흙수저들에게 창업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재화든 서비스든 판매를 해야 쓸데 없이 길어진 생물학적 수명을 비굴하지 않게 살아낼 수 있다.
이런 흐름에서 ‘눈먼 창업’은 하지 말아야 마땅하지만, 창업을 백안시하는 삶 또한 옳을 리 없다.
성공적인 창업은 직장생활을 하는 동안 창업을 어떻게 ‘잘’ 준비하는가, 에 달려있다.
언제(1년 후? 10년 후?), 무엇을(나의 삶을 관통해온 키워드는 무엇인가? 이게 독특함을 결정한다) 어떻게(대개 이 부분은 조직생활에서 배우는 것과 관련이 있다)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 것인가를 고민하고 공부해야 한다.
이중 가장 어려운 것이 나만의 키워드. 성실한 모범생일수록 안전하게 살아왔고 무채색이기 쉽다.
드라마 ‘스카이 캐슬’에서 가짜 하버드 소동을 벌인 세리는 클럽을 다니면서 클럽MD, 클럽오너로써의 삶을 꿈꾼다. 그녀가 만드는 클럽의 컨셉트는 분명 기존의 클럽과는 다를 것이다. 경험과 동기가 자기만의 것이고 뚜렷하기 때문이다.
결국 자신만의 경험과 프로필이 창업의 가장 큰 자산이며, 직장생활은 이를 풍부하게 만들 수 있는 캔버스로 보는게 맞다. 따박따박 나오는 월급이 여전히 직장생활의 가장 큰 매력이라면, 창업의 관점에서 당신은 아직 창업준비가 안 되었거나 무얼 하기에는 너무 늙어버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