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난 입사동기와 공존하는 법 (feat. 미스 트롯)
세상에 훨씬 많은 평범이들에게
뒤늦게 ‘미스 트롯’을 정주행 중이다.
TV를 보기 전에도 ‘송가인’의 이름을 알고는 있었으나 ‘송가인 외 기타’의 일방적 구도일 줄이야.
천재 대 노력형들의 대결은 갤러리들의 입장에서 보면 천재의 압승으로 마무리되는 게 당연하다.
더구나 그 천재가 노력과 태도까지 겸비했다면(그리고 드라마와 달리 현실의 천재들은 세련된 겸손함까지 갖추고 있다).
하지만 '기타'들의 관점에서보면 정말 기가 막힌 일이다. 하필이면 나와 같은 시기에!
갓 들어온 신입사원 중에서도 특히 반짝거리는 원석들이 있다.
문제는 그들의 반짝임이 입사동기는 물론이요, 비슷한 연차의 선배들에게 무력감을 준다는 사실.
더 나쁜 건 상사가 평범한 나와 그의 비범함을 비교하며 그렇지 않아도 쪼그라든 나의 무력감을 더 확대/재생산시킨다는 점이다. (e.g.“XX씨는 벌써 이런 걸 하던데, 당신은 왜 이 정도 밖에 안 되는거야?” "...(부글부글)")
누구는 존재만으로 힘을 주지만, 누구는 존재만으로 나의 열등감을 더 자극시킨다.
이대로 어어, 하고 있다가는 순식간에 못난이가 되기 십상.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우선 탁월한 동기/후배와는 우호적 관계를 구축한다. 쉽지 않을 것이다. 상사와 그 주변인물들은 비교를 통해 둘 사이의 경쟁구도를 형성하고 관전을 은근히 즐기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그의 재능을 앞에서든 뒤에서든 일관되게 칭찬하며 인정한다. 실제로 그에게 도움을 청할 일이 생길 때(반드시 상사가 그의 도움을 받으라고 지시한다. 이때 자주독립을 내세웠다가는 일도 못하는 주제에 자존심만 강한 찐따가 된다) 편안한 마음으로 도움을 청할 수 있다. 분명 그의 능력에는 상사들이 높이 평가하는 뛰어난 부분이 있다. 그와 경쟁하려 하지 말고(백퍼 깨진다) 그를 벤치마킹(쉽게는 모방)한다. 누가 봐도 아름다운 그림이며 당신의 마음도 편할 것이다.
But! 그 것만 하면, 당신은 그냥 박수부대, 그림자, 시키는 것’은’ 잘하는 one of them이 되어 버린다.
존재감을 원한다면 자신이 특히 잘 하는 영역을 찾아내어 거기서 1인자가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마케팅에는 세그멘테이션 segmentation이란 개념이 있다. 시장을 여러 기준으로 쪼개어 보고 빈시장을 찾는다는 개념인데 이 상황에서 적용해 봄 직하다. 회사의 업무는 여러가지 능력을 요구한다. 아마 탁월한 그는 회사가 요구하는 여러 능력 중 가장 중요도가 높은 속성에서 뛰어날 것이다. 당신은 여전히 존재하는 제 2, 제 3의 속성들에 주목해야 한다.
우리는 정면승부를 높이 평가하고 권장하는 문화, 항복하거나 장렬하게 전사하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는 문화에서 살아왔다. 그러나 이야말로 재능의 낭비를 권장하는 문화. 회사 바깥으로 한 발만 나와도 장검, 단도, 부엌칼 등 다양성을 장려하고 이를 필요로 하는데, 가지고 있는 장점을 찾아 개발하기는 커녕 타인의 기준에 맞춰 장검 승부만 하겠다는 것은 미련하다. 실제 장검우선주의 분위기라도 단도가 필요할 때가 (반드시) 온다. 그때 잘 쓰여지도록 평상시 잘 갈고 닦아두는 혜안이 필요하다. 그 분야에서만은 1인자가 되어야 한다. ("A씨가 XX은 못해도, OO만큼은 정말 잘하지"). 그렇게 자신의 포지셔닝을 구축해두라.
그게 무슨 의미가 있냐고?
‘탁월 오브 탁월s’이 아닌 ‘기타 등등’들의 직장생활은 길어야 40대 중반을 기점으로 꺾어질 가능성이 높다. 직장을 벗어난 삶을 설계할 때 당신이 지켜온 포지셔닝은 미래 지도의 첫번째의 키워드가 될 것이다. 그때가 진정한 진검승부의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