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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혜령 Mar 06. 2020

황제(카드)를 위하여

타로카드 M4, the Emperor


여황제가 모성을 상징한다면 황제 카드는 부성을 상징한다.

황제는 여황제의 자유롭게 흐르고, 넘치는 풍요에 균형을 가져다주는 힘이자 

권위를 가지고 혼란을 통제하는 포스를 상징한다. 기본 키워드는 구조, 질서, 규율. 

덧붙여 4는 최초의 안정적인 숫자이기도 하다.

여기까지만 보면 특별히 좋을 것도, 나쁠 것도 없지만 

그 동안 나에게 나타났던 황제카드는 어쩐지 부정적인 이미지(아아 저 불안한 태도와 눈을 보라)

아마 어렸을 때나 조직사회에서 긍정적인 황제 경험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 여기에 작용한 것이 아닐까

그렇다, 황제 카드에 대한 나의 태도는 매우 편협하다. 


 ...<동백꽃 필 무렵>의 백두게장 오너 '곽덕순 회장님'에게서 긍정적인 황제상을 볼 줄이야.

그녀는 용식이의 홀어머니이자 웅산게장골목의 상가번영회 회장이다. 유복자인 용식이에 대해 안쓰러운 마음을 지니고 있고 동네로 처음 이사온 동백이나 필구에 대해서도 너그럽게 품어주는 에너지는 풍요로운 모성이 맞다.


이 너그러움은 그러나 동백이에 대한 용식이의 맹목적인 사랑때문에 도전을 받는다. TV에 나오는 대부분의 시어머니 포지션들은 이 대목에서 돌변, '잡아먹는 어머니'의 파괴적인 에너지를 보여주는 경향이 있는데 바로 이 지점에서 곽덕순 회장은 균형감을 보여준다.


황제 에너지는 그녀에게 넓은 시각과 합리성을 부여한다. 곽 회장님은 사리분별력(다른 엄마들처럼 자식은 놔두고 동백이만을 괴롭히지 않는다. 아들만 잡겠다는 그 말이 정말 신선했음)이 있고 모성에 눈이 멀어 감정에 무작정 휘둘리지만도 않으며(그녀의 하소연은 얼마나 이성적이고 타당한가), 사적인 감정으로 웅산골목 상가회 회장이라는 권력을 이용하지도 않는다(그녀가 주도하는 집단괴롭힘 없음). 게다가 어린 필구의 가슴에 평생 갈 못을 박았다며 부끄러워 할 줄 안다. 마지막 회, 자신의 세계안으로 동백이를 귀하게 받아주겠노라는 곽 회장님의 말에 울컥.

파괴적이고 지 자식만 귀한줄 아는 모성, 무턱대고 자기 질서와 권위를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부성만 보다가

고민과 갈등을 통해 각각의 에너지를 제대로 써야 할 곳에 쓰는 인물을 보게 되니 청량하다.


이런 황제라면 어떤 집단에서건 대환영, 그 포스를 제대로 경험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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