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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혜령 Apr 29. 2017

"직장인을 위한 비폭력 대화'를 읽고

 비폭력대화를 처음 접한 것은 2008년도로, 직장에서의 커뮤니케이션을 어떻게 하면 잘 할 수 있을까, 서로 오해 없이 상처를 주지 않고 대화를 주고 받는 방법은 없을까를 고민하던 중 주위의 소개로 알게 되었다.

 회사의 사건을 사례로 강사들과 비폭력대화를 연습하다 보면 정말로 놀라웠다. 상대방이 말을 많이 한 것도 아니고 쓸데없는 질문을 한 것도 아닌데 앵돌아져 있던 내 마음이 풀렸고 내 마음도 들여다 볼 수 있었다. 이렇게만 대화를 나눌 수 있으면 살만 하겠다! 


 NVC 1,2,3 과정과 코어 자칼 등 주변 과정을 모조리 수강했고, 잠시지만 토요일마다 연습 모임도 열심히 참여했다. 일상에서 비폭력대화를 의식하며 사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를 절감했으나, 인간이란 결국 절박한 동인이 없으면 목적지향의 삶을 살기 어려운 법. 비폭력대화는 하면 좋지만, 딱히 해야 할 만한, ‘이것이다!’ 라는 부분이 없었고, 비폭력대화는 그렇게 나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났다.


 비폭력대화가 다시금 오라를 두르고 내 앞에 등장한 것은 코칭을 만나게 되면서부터이다. 코칭에서는 코칭 주제와 관련된 피코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가 이 사건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어떤 감정과 욕구를 가지고 있는지 짧은 시간에 파악해야 깊이 있는 코칭을 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피코치의 유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코치 자신의 이해를 위해 무의미한 질문을 무더기로 던지고, 영혼 없는 리액션을 하게 되는데 이는 오히려 피코치의 반감을 사기 쉽다. 피코치가 허락하는 한에서 깊이 상대의 느낌과 욕구를 느끼는 것, 나는 이것이 코칭 대화의 핵심이라고 느꼈고 그래서 동인을 찾지 못해 기억 속에 넣어두었던 비폭력 대화를 소환했다. 

 직장생활이 길었고, 향후 코칭도 그 방향에서 생각하고 있기에 나는 어떻게 하면 직장에서 비폭력 대화를 할 수 있을 것인가에 관심이 많다. 이 책도 그래서 선택했다. ”내가 배운 것은 비난과 처벌을 피하는 방법, 즉 원하지 않는 것을 피하는 방법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내가 존재로서 피어나고 무성하게 자라서 원하는 삶을 만들어가는 방법을 배우는 데는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저자의 말처럼 직장에서의 대화는 타인을 공감하기 보다는 자신을 방어하는 데 급급하며, 어떻게든 책임을 넘기려 하는 데 집중이 된다. 그렇지 않으면 약자로 보여 자신의 것이 아닌 책임조차도 뒤집어 쓰기 쉬우니까. 그런 면에서 저자의 회사 내에서 비폭력 대화가 가능했던 것은, 저자가 고용인이 아니라 고용주였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런 한계를 인정하고 책을 읽었을 때, 이 책에서 특히 흥미가 있었던 부분은 ‘적 이미지‘ 부분이었다. 적 이미지란, “머릿속에 자신이나 다른 사람을 판단하거나 분석, 진단하는 생각’이다. 폭력대화의 대부분은 상대에 대한 기존의 이미지, 즉 일종의 선입견이나 편견’에서 비롯된다. 그리고 인간은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선입견이나 편견, 즉 판단을 지지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사건을 해석하게 된다. 빨간 안경을 쓰면 빨갛게만 보이는 것이다. 이런 생각은 무의식적으로 상대에게도 영향을 미치게 되고, 두 사람이 부딪치게 될 경우 결국 서로가 가진 ‘적 이미지’를 한층 강화시키는 결과로 끝나게 된다.


 업무 회의는 대개 이런 적 이미지의 확대 재생산 시간이 되곤 한다. 나 또한 누군가에게 이런 ‘적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으며 그런 마음을 내려놓고 편견없이 상대방의 ‘의견’에만 귀를 기울이자고 해도 마지막에서는 ‘역시나 저런 놈은… ‘ 이라는 ‘답정너’다운 결론을 내리곤 했었다. 그러나 그런 결론은 주관성이 강한 것일뿐더러 서로 협업을 해야만 하는 집단 내에서 정작 스스로를 고립시키기 쉽다는 약점이 있다. 결국 내가 힘든 것이다. 

 이런 악순환을 방지하기 위해 저자는 비폭력 대화의 기본 프로세스(관찰-느낌-욕구-부탁)를 바탕으로 ‘알아차리기-자신에게 공감하기-상대방에게 공감하기-전환하기’를 제안한다.  


 먼저 알아차리기, 이 단계에서는 자신이 상대방에 대해 판단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채야 한다. 판단은 사실은 ‘충족하지 못한 내 욕구’의 표현이라는 점에서 중요하다. 그러므로 초점을 남이 아닌 나에게 돌려 자신의 욕구를 찾아야 한다. 

 두 번째, 자신의 욕구를 알아차리기 위해서는 욕구말 목록을 펼쳐놓고 스스로 자문자답을 해야 한다. 금도끼, 은도끼, 동도끼를 묻는 산신령의 심정으로 나의 충족되지 못한 욕구는 이 욕구인가, 저 욕구인가를 마음에 물어본다. 아하 모먼트로 연결되는 욕구가 있다면 그게 답이다. 자신의 욕구를 찾았다면 그 욕구에 공감하며 그 느낌에 머무른다.

 자기 공감이 끝나면 상대방에게 공감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때의 상대방 공감은 상대방과 직접 하는 게 아니라 나 혼자 하는 공감이다. ‘내가 지금 판단하고 있는 그 행동을 통해 상대방이 충족하려는 욕구가 무엇인지 추측해보는’ 것이다. 이렇게 상대방의 관점에서 그 사람의 욕구를 알아차리려고 애쓰다 보면 어느 순간 상대의 아름다운 욕구가 보이게 된다. 그리고 몸 안의 느낌이 달라진다. 상대와 공명하게 되는 것이다. 이 공명을 느끼면 정말로 상대방의 입장에서 상황을 이해할 수 있게 되고, 그 욕구를 헤아릴 수 있게 된다. 이것이 바로 전환이다. 


 공감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비폭력 대화는 나의 욕구와 상대방의 욕구를 똑같이 중요시 한다는 점, 그 단계가 심플하다는 점에서 마음에 든다. 또한 인간이 가진 아름다운 욕구를 파악하려 애쓰기 때문에, 기꺼이 자발적으로 상대방의 말에 귀 기울이게 된다는 점도 내가 비폭력 대화를 선호하는 이유이다. 코칭을 공부하면서 비로소 내가 비폭력대화를 공부해야 하는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 첫걸음으로 현재 코칭실습 시간에 공감대화를 훈련하고 있다. 중간중간 느낌, 욕구말 리스트를 참조하면서 상대방에게 질문을 해야 할 만큼 미미한 단계이지만 타인과 연결되는 느낌, 그 공명의 느낌이 좋아서 열심히 연습 중이다. 조금 시간적 여유가 생기면 부지런히 연습모임에도 참여해서 일상에서 비폭력대화를 살아내고 싶고, 더 나아가 코치로서, 직장에서의 폭력대화 앞에 무력한 개개인을 도와주고 싶다. Because...I have been there, t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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